멋진 사람만 관심받던 시절에 러시아 문학에 등장한 '작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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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사람만 관심받던 시절에 러시아 문학에 등장한 '작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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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러시아에 감상주의를 처음 펼친 카람진의 <가련한 리자(Бедная Лиза)> (https://mspproject2023.tistory.com/1274)
러시아 문학 속 낭만주의, 개인의 문학적 감상을 깨우다! (https://mspproject2023.tistory.com/1310)

19세기 러시아 고전문학의 황금기의 대표적인 작가들과 대표 소설류 정리 (https://mspproject2023.tistory.com/1276)
19세기 러시아 문학가들과 함께한 <러시아 회보> (https://mspproject2023.tistory.com/1299)
멋진 사람만 관심받던 시절에 러시아 문학에 등장한 '작은 인간' (https://mspproject2023.tistory.com/1890)
(푸시킨의 <역참지기>에서) 화자에 따르면 역참지기는 불쌍한 아버지요, 수난받는 역참지기요,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된 불행한 인간이다. 그는 러시아 문학에 자주 소개되는 소시민 "작은 인간(маленький человек)"인 것이다.

(고골의 <외투>에서) 엄청난 희생을 치른 끝에 외투를 마련했으나 불쌍하게 죽어버리는 소심하고 자폐적인 하급관리
아까끼는 당시의 작은 인간의 전형이었다.

- 러시아 문학의 하이퍼텍스트(조주관 지음)

1. 작은 인간(소인, маленький человек)이란?

'작은 인간'의 전형인 삼손 브이린(출처 : readrate)과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출처 : literaturus.ru)

직역하면 '작은 사람'이란 뜻의 말렌끼 첼러볰(маленький человек)은 특히 1820~30년대 러시아에 사실주의(리얼리즘)이 도래하던 때의 러시아 문학에서 등장하는 문학 주인공의 한 유형입니다. 처음엔 А. С. 푸시킨이 쓴 <벨킨 이야기(1831)><역참지기>에 등장하는 아버지 삼손 브이린(Самсон Вырин)이었습니다. 이후 그의 인간군상은 문학속에서 Н. В. 고골의 <외투(1843)>에 등장한 '아카키 아카키예비치 바시마치킨(Акакий Акакиевич Башмачкин)'의 모습으로 이어졌죠.
 

2. 작은 인간과 러시아 문학의 현실화(리얼리즘화)

이들은 높지 않은 사회적 지위와 출신 신분을 가졌으며, 타고난 특출 난 능력도 없으며, 주목할만한 강한 성격 또한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입니다. 푸시킨과 고골은 당대까지의 '낭만주의적 주인공'에 매혹된 독자들에게 '가장 평범한 사람'도 동정, 관심, 격려할 가치가 있는 사람임을 상기시키려고 당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이러한 '작은' 사람들을 문학 속에 그려내기 시작했죠.
 
이렇게 당대 소설가들은 평범 혹은 평범 이하의 사람들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기존의 낭만주의적 소설에서 탈피해 현실적인(리얼리즘적인)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데, 이 움직임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이어집니다.

[19~20세기의 대표적인 '작은 인간'을 주제(테마)로 작품을 쓴 작가들]

А. П. 체호프(1860~1904), Ф. 솔로구프(1863~1927), А. 메셰랴코프(1865~1942), С. С. 유시케비치(1868~1927), М. 고리키(1868~1936), А. И. 쿠프린(1870~1938), Л. Н. 안드레예프(1871~1919), И. С. 시멜료프(1873~1950), К. А. 트레뇨프(1876~1945), А. Т. 아베르첸코(1881~1925)

 
그럼 당대 소설가들은 보잘것 없어 보이는 '작은 인간'들을 낭만화해서 멋진 사람으로 꾸몄던 것일까요?
그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작은 인간'을 무자비하게 그 본모습 그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리얼리즘 소설에서 '작은 인간'은 자존심만 세고, 자신의 지위나 위치에 대해 열등감을 깊이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소설 속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모습도 자주 보입니다. 그래선지 종종 성공한 높은 사람들에게 반감을 가지며 행동하기도 하죠. <역참지기><외투>에서 볼 수 있듯,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갈망하고 집착하지만, 그 무언가를 잃는 순간 스스로 몰락하게 되며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용감한 군인 시베이크 (출처 : kino-teatr.ru)

그런데 이게 오히려 당시 러시아 제국의 사회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체코 작가 야로슬라프 하셰크(Jaroslav Hašek, 1883~1923)가 만들어낸 작은 인간, '용감한 군인 시베이크(Бравый солдат Швейк)'은 '군국주의와 관료주의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작은 인간'화' 시킵니다. 이는 당시 제국의 적폐를 독자들이 알아차리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보통 이하의 사람으로서 높으신 분들의 더러운 모습을 어떻게 씻어낼지를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했죠.
 
이 '작은 인간'이라는 냇물은 권력의 주인공의 자리가 바뀌게 되는 거대한 혁명의 물결로 합류하며 러시아 제국이 아닌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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