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리우폴에 그리스어가?(크림 반도 정착부터 마리우폴 정착까지)
크림 반도(Crimean peninsula)는 고대 그리스 식민지면서 그리스어를 공용어로 쓰던 동로마 제국의 일부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2천 500년도 더 전부터 그리스어를 사용해오던 지역이었습니다.
특히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들은 기원전 7세기 혹은 6세기부터 흑해 북쪽의 크림 반도 연안에 식민지를 건설했죠. 이들 식민지 대부분은 소아시아의 밀레투스(Miletus) 출신의 그리스인의 한 일파인 이오니아인(Ionians)들이 세운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13세기에 제4차 십자군(1202~1204)의 콘스탄티노플 약탈(1204)로 동로마 제국은 분열되고 그리스계 트라페준타 제국(1204~1461)이 등장했습니다.
흑해 동부 해안과 아나톨리아 북동부 폰토스 산맥(Pontic Mountains)를 중심으로 한 이 트라페준타 제국은 1461년 오스만 제국(1299'~1922)에게 함락당하고 마는데요. 슬프게도, 15세기 이후에 흑해 북부에 거주하던 그리스인들은 오스만 제국에게 본격적으로 지배받고 박해받으면서 살고 있었습니다.
아조프 해 북쪽의 스텝 지역에 그리스인들이 대규모로 정착한 것은 러시아-오스만 전쟁(1768-1774)의 결과였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예카테리나 2세의 러시아 제국은 크림반도와 현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을 획득했고, 그지역에 그리스인들을 이주시켜 농업과 상업을 발전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크림 반도와 현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에서 다시 그리스어가 사용되기 시작했죠.
다만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 타타르족과 튀르크족의 지배를 받은 크림 및 현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에서 핍박을 받았던 동방정교회를 믿던 그리스인들 중 일부는 그리스어를 사용하지 않게 되며 우룸족(Urums, Урумы)이 되었고, 그래도 끝까지 그리스계 표현을 사용한 일부는 루메이족(Rumeis, Румей)이 됩니다.
20세기에 들어서 끝까지 그리스어를 썼던 소규모의 루메이족의 언어는 그렇게 '루메이어(умейский язык)', '크림 그리스어(Crimean Greek)'라고도 불리는 '마리우폴 그리스어(Mariupolitan Greek)'로 분류되었으며, 현대 그리스어의 한 방언으로 분류됩니다.
한편, 이 언어 말고도 아조프 북부 지역에서 사용되는 그리스계 언어로 폰토스 그리스어(Pontic Greek)가 있긴 합니다만, 폰토스 그리스어는 흑해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쓰이는 그리스어 방언으로, 위치적으로 사용되는 지역이 겹칠 뿐 전혀 다른 방언입니다.
2. 마리우폴 그리스어
이렇게 본토가 아닌 곳에 살며 조금씩 변해간 마리우폴 그리스어의 문자는 1920년대에 그리스 문자를 기초로 만들어졌는데요. 이미 흑해 남부에서 쓰이던 폰토스 그리스어의 알파벳 형식을 빌려와 사용합니다.
이후 1969년, 분류학자 안드레이 알렉산드로비치 벨레츠키(Андрей Александрович Белецкий, 1911~1995)는 키릴 문자를 기초로 새롭게 마리우폴 그리스어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1973년부터 지금까지 쓰이고 있죠.
3. 폰토스 그리스어
그렇다면 폰토스 그리스어는 어떤 과정을 통해 나타났을까요?
고대 그리스에서 식민지를 넓혔을 때, 크림 반도와 마찬가지로 흑해 동남부의 폰토스(Pontus)에도 많은 그리스인들이 정착했습니다. 그리고 동로마 제국이 확장되면서 그리스어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었죠.
그러나 그들은 11세기 소아시아의 셀주크 튀르크가 침략하며, 폰토스 지역은 동로마 제국의 다른 지역으로부터 고립되었고, 그렇게 유럽계와 차단되면서 독특한 언어의 발전 과정을 겪게 되는데요.
특히 주변의 페르시아어, 코카서스어, 튀르크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특징을 보입니다.
4. 요약 및 생각
고대 그리스의 영향으로 그리스어는 동유럽과 흑해 연안에 퍼졌으나, 십자군 전쟁과 이슬람 세력의 북진으로 그 지역이 점령되면서 그리스어 사용 지역이 분리되었고, 그렇게 서로 다른 방언으로 발전합니다. 그렇게 흑해 북부와 아조프 해 일대에는 마리우폴 그리스어가, 흑해 남부 폰토스 일대에는 폰토스 그리스어가 나타났죠.
역시 언어는 말하는 화자, 거주하는 지역, 주변의 정치 및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듯 합니다.
그 영향을 오래 받으면 원래의 언어에서 멀리 떨어져 방언이 되고, 그 방언은 방언연속체(인접한 지방에서 연속적으로 서로의 방언이 되는 방언군)이 되고, 그 방언연속체는 외국어가 되는 것이죠.
이렇게 보면 언어는 정말 흘러가는 하나의 사회문화적인 집합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그리스어의 방언 중 '마리우폴 그리스어'와 '폰토스 그리스어' 등이 있다 정도로 간단히 말하지만 그 3개의 방언들이 걸어온 길은 정말 다양한 사회문화적인 것들에 의해 조금씩 달라졌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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