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치기 해놨다. 저녁으로 먹어라" 어머니의 말씀이다. 그러다 문득 왜 '두루치기'인걸까? 라는 생각과 고기를 넣은 것만 두루치기인가 궁금해서 찾아봤다. |
1. 두루치기의 유래와 지역별 두루치기
두루치기라는 말은 원래 '한 가지 물건을 여기저기 두루 씀' 혹은 '여기저기 두루 쓰는 한 가지의 물건'을 뜻한다. 그래서 한 어원에서는 음식 두루치기가 '두루두루 입맛에 맞는 음식' 혹은 '다양한 재료를 두루두루 넣어서 만든 음식'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1966년에 편찬된 <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두루치기를 '조개, 낙지 같은 것을 슬쩍 데쳐서 양념을 한 음식'이라고 정의했으며, 1994년에 편찬된 <새국어사전>에서는 '돼지고기, 조갯살, 낙지 따위를 슬쩍 데쳐서 갖은양념을 한 음식'이라고 정의했다. '슬쩍 데쳐 양념을 했다'는 것 때문에 오늘날의 '볶다가 양념을 넣어 끓이거나 조린다'는 방식과는 달라 현재의 두루치기와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한편, 최근의 사전에서는 두루치기를 쇠고기나 돼지고기 또는 조갯살이나 낙지 따위를 잘게 썰어 넣고 콩나물, 버섯, 호박고지 등과 함께 볶다가 양념한 국물을 조금 부어 끓여 낸 음식이라고 정의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1969년 장사를 시작한 대전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진로집에서 술안주로 나오던 두부를 두루쳐서 만든 두부 두루치기에서 두루치기라는 말이 유래했다. 문헌학적으로는 이미 '두루치기'라는 말이 쓰였지만, 현재의 두루치기의 원형에 가까운 음식 혹은 요리법은 이 두부 두루치기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두루치기도 현재도 지역별로 조금 차이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원형이라고 말하긴 애매한 점이 있다. 그냥 두루치기의 원형에 가깝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좋다.
이 진로집에서 파는 두부두루치기는 두부를 기본 재료로 해 쇠고기, 소의 간, 무, 배추속대, 버섯, 호박 등을 고추장과 같은 양념을 넣어 함께 볶아서 만드는 요리다. 한번 대전에서 생각나면 먹어 보고 싶은 음식이기도 하다.
위에서 소개한 두부두루치기는 충청도식 두루치기의 원조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럼 충청도 바로 밑에 위치한 전라도에선 어떻게 두루치기를 만들까? 전라도식 두루치기는 쇠고기와 그 내장 등을 기본 재료로 해서 화려한 고명을 얹어 만드는 음식이다. 특히 타 지역과 다른 점은 마지막에 달걀을 푸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타 지역에 비해 국물이 적은 편이라 종종 짜글이나 고기를 넣었을 경우 제육볶음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경상북도 안동에서 갑작스레 방문한 손님을 위해 만들기 시작하면서 유래한 경상도식 두루치기는 여러 채소와 채로 썬 쇠고기를 넣어 센 불에 전골 방식으로 재빨리 끓여 낸 음식을 말한다. 타 지방에 비해 국물이 약간 있는 편이다.
이러한 두루치기는 주재료의 종류에 따라 두부두루치기, 돼지두루치기, 삼겹살두루치기, 오징어두루치기, 닭두루치기, 소두루치기(소고기두루치기) 등으로 불린다.
그 중 돼지두루치기나 삼겹살두루치기는 비슷한 주물럭과 제육볶음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주물럭은 고기에 갖은양념을 넣고 잘 주물러 숙성시켜 굽거나 볶은 음식을 말하고, 제육볶음은 돼지고기에 갖은양념을 넣어 볶다가 다시 부추 양파 따위와 함께 볶은 음식을 말한다. 즉 돼지두루치기, 돼지주물럭, 제육볶음은 단지 요리 방식의 차이일 뿐이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돼지두루치기(삼겹살두루치기 등) | 돼지고기에 갖은양념과 재료를 넣어 볶다가 끓임 |
돼지주물럭 | 돼지고기에 갖은양념과 재료를 넣어 숙성시키고 구움 |
제육볶음 | 돼지고기에 갖은양념과 재료를 넣어 볶음 |
이렇게 간단하게 두루치기의 유래와 두루치기의 지역별 특징, 또 주물럭과 제육볶음과의 차이를 알아봤다. 이제 이런 음식을 먹을 때 그 차이를 더 잘 알고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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