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는 좀 먹기 어려워. 등푸른생선들 숙성시킨걸 좋아해! "등푸른생선 숙성이면 젓갈같은건가요?" "아니아니 시메사바라던가, 방어, 참치 이런거 있어!" |
1. 시메사바란?
시메? 뭔가 일본어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는 일본어가 많지 않은 편이라 しめ[시메]라는 단어를 들으면 '죄임(조임), 절임'이라는 뜻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사바'는 인간계를 뜻하는 불교 용어 さば[사바] 밖에 생각나지 않지만 이는 아닐거라고 확신한다ㅋㅋㅋㅋ 그래서 먼저 일본어 사전에 검색해봤다. 각 단어의 뜻을 우선 본 뒤, 시메사바의 뜻을 살펴보자.
締め, 〆 [しめ] [명사] 1. 죔 2. 합계(금전 등의 합계를 냄). 또는 합계액(그 수량) 3. 마무리 음식(이것저것 먹고, 이것으로 끝내는 먹을 것) 4. 〆(봉서(封書)를 봉한 곳에 쓰는 표시) [조수사 접미사] 1. 시메(반지(半紙) 등 2000매의 다발을 단위로서 세는 데 쓰는 단위) ㄴ 一締め[히토시메] : 2,000 매 2. 묶음(무명, 목재 등을 묶은 것을 세는 데 쓰는 단위) ㄴ 薪二しめ [마키니시메] : 장작 2묶음 |
이것만 봐서는 모르겠다. 원래 동사의 설명을 봐야할 거 같다.
締める, 〆る [しめる] 1. 소금이나 초(酢)로 생선의 몸을 단단히 죄다(물기나 비린내를 제거하다). ㄴ サバを酢で締める : 고등어를 초에 절이다 2. 물고기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피를 빼다. ㄴ 活け締め : 이케지메 |
한국어에서 '절이다'는 일본어의 漬ける[つける, 츠케루]와 같이 '푸성귀, 생선 등을 소금기나 식초, 설탕 등에 담가 간이 배어들게 하다'라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는 반면, 일본에서는 '소금, 초 등으로 생선의 몸을 단단히 죄다' 혹은 '물기나 비린내를 제거하다'라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어 해당 단어가 1대1 매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보면 締める[시메루]는 '초에 절이다'라는 뜻이라고 보면 된다.
다음은 鯖[사바]에 대해 알아보자. 한국어 한자에서는 鯖[청]이 '청어, 고등어'를 뜻하지만 일본어로는 '고등어류(참고등어, 망치고등어, 대서양고등어 등)'를 뜻한다.
鯖 [さば] : 고등어 농어목 고등어과(Scombridae)에 속하는 바닷물고기. 참고등어(真鯖, マサバ)와 망치고등어(胡麻鯖, ゴマサバ) 등의 총칭이며, 몸은 방추형이고, 약간 옆으로 납작한 모양이며,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의 뒤쪽에 작은 지느러미가 몇개 늘어서 있다. 세계에 널리 분포하며, 대표적인 식용어다. |

締め鯖 [しめさば/시메사바] : 초로 절인 고등어 고등어과 어류(サバ)를 3등분해 소금을 뿌려 몸을 절이고, 소금을 떨어트려 초(酢)에 담군 뒤, 거기에 절인 것. 사시미(刺身)나 스시(鮨) 재료로 쓰인다. |
위 두단어의 뜻을 종합해보면 締め鯖[시메사바]를 직역하면 '초로 절인 고등어'를 말하지만, 우리식으로 바꿔 말하면 '고등어 초절임'이 된다. 이는 생선초절임을 뜻하는 生寿司[きずし/키즈시]의 일종이기 때문에, 간혹 '고등어 초절임'이라는 뜻의 鯖のきずし[さばのきずし/사바노키즈시]라고도 부른다.
生寿司[키즈시] : 생선 초절임 |
締め鯖[시메사바] : 고등어초절임 |
鰆きずし[사와라키즈시] : 삼치초절임 | |
鰺きずし[타이키즈시] : 도미초절임 | |
鰺きずし[아지키즈시] : 전갱이초절임 | |
... |

구워도 맛있고, 국이나 탕으로 해먹어도 맛있고, 회로 떠먹어도 맛있는 이 고등어는 특히 겨울철에 지방이 많아진다. 겨울 즈음에 일본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고등어 요리가 바로 '시메사바'다!
그런데 이 고등어는 뭍으로 나온 순간부터 빠르게 기름과 지방이 산패(酸敗, 산화되며 부패하는 것)되며 일찍 죽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항구에 도착할 때 쯤이면 다 썩어서 팔지도, 먹지도 못하게 된다. 또, 고래회충(Anisakis)이 고등어의 몸 속에 살고 있는데, 이 회충이 인간의 몸에 들어가면 복통, 메스꺼움, 호산구육아종을 일으키게 된다. 이와 같이 산패나 기생충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옛 일본에서는 배에서 고등어와 같은 어류를 잡은 즉시 식초나 소금, 설탕 등으로 간을 쳐 생선이 썩는 것을 막게 했는데 이 과정을 '시메(締め)'라고 한다.
2. 시메사바 만드는 법
재료는 간단하다. 핵심 재료인 3부분으로 자른 고등어 한마리! 그리고 이 고등어의 질을 좋게 만드는 설탕, 소금, 곡류식초만 있으면 된다. 기본적으로 살을 발라내고, 소금을 뿌리고, 식초에 절인 뒤 하루 정도 두는 식으로 만든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본 신주쿠의 한 유명한 횟집에서 시메사바 만드는 방법을 소개할 것이니 참고하는 정도로만 봐주길 바란다.
보통 시장에서나 마트에서는 고등어 한마리 손질을 해주거나 손질된 상태로 제품이 제공되기 때문에 굳이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생고등어를 잡았다면 먼저 생선의 뼈와 내장을 다 발라내야 한다...! 살에 박혀있는 잔뼈까지 말이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이후 뼈와 내장이 발라진 3등분된 맨살의 고등어 안쪽 부분에 설탕을 뿌려 비린내를 잡아준다. 여기서 설탕을 살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린 뒤 자연스럽게 흡수되게 하기 위해 냉장고에 1시간 가량 넣어둬야 한다!

1시간 동안 냉장고에 둔 설탕절인 고등어를 꺼내 묻은 설탕을 쏵 씻어준 뒤 물기를 닦아준다.
그 다음, 처음에 설탕을 뿌린 것과 같은 방법으로 소금을 많이 뿌린 뒤, 냉장고에 1시간 정도 넣어둔다. 그 다음 다시 꺼내 소금기를 쏵 씻고 물기를 닦아야 한다.

설탕과 소금을 묻혔던 고등어를 잘 닦아 배트(vat)와 같은 그릇에 잘 넣고, 생선 전체가 잠길 정도로 초(酢)를 넣은 뒤 또 다시 냉장고에 1시간 넣어둔다.

냉장고에서 자연해동을 한 뒤, 꺼내서 손으로 고등어 껍질을 벗기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면 완성!

이 방법으로 시메사바를 할 때, 중요한 포인트들이 몇가지 있다.
첫번째, 절이는 순서는 꼭 설탕->소금->초 순이어야 한다!
처음 설탕으로 절임으로서 생선에서 수분이 제대로 나오게 되고, 수분이 거의 완전히 나온 상황에서 소금을 절이면 소금맛이 잘 배이게 된다. 이 때 설탕과 소금이 고등어에 스며드는 양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적당량만 뿌리면 된다.
두번째, 수분은 확실히 빼야한다!
설탕에 절인 고등어를 씻고 난 뒤와 소금에 절인 고등어를 씻고 난 뒤 확실히 수분을 다 빼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몸에서 나온 수분이 다시 몸 속으로 들어가며 맛이 밋밋해지기 때문이다.
세번째, 조리 후영하 20도에서 48시간 이상 반드시 냉동해야한다!
고등어 요리를 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고래회충이라는 기생충이다. 이 기생충이 산 채로 인간의 위에 들어가면 극심한 고통을 동반하는 식중독을 일으키기 때문에 꼭 그것을 죽이고 고등어를 먹어야 하지만, 이 기생출을 죽이기 위해서는 생선을 익힐 수 밖에 없다! 다만 시메사바와 같은 생식의 경우는 영하 20℃에서 48시간 냉동하면 괜찮다고 알려져 있다.
고래회충은 영하20도 이하에서 냉동보관하거나, 60도 이상 온도에서 1분이상 가열하면 죽기 때문에, - 식품의약안전처 |
참고로 조리 전에 냉동하면 해동했을 때 비린내가 나기에 반드시 조리 후 냉동을 해야하며, 반드시 식초에 절인 후에 냉동해야 한다!
네번째, 절이는 시간은 최소 30분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
절이는 시간은 자신의 기호에 맞춰 정하면 되는데, 오래 절일수록 맛과 향이 더 진해진다.
시간 뿐 아니라 취향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도 시메사바를 즐길 수 있다.
식초에 절인 뒤 냉장고에 해동을 할 때 밑에 깔아둔 키친타월 위에 다시마를 올려두면 다시마의 맛이 고등어에 배여 색다른 맛도 즐길 수 있으며, 그릴에서 약한 불에 구워 시메사바구이를 해먹어도 된다. 아니면, 밑에 초로 절인 밥을 넣어 진짜 스시로 만들어 먹어도 되고, 사시미 그 자체로 만들어 먹어도 맛있다!
네이버에 '시메사바 맛집'이라고 치니까 몇몇 이자카야가 나왔다. 몇군데 찾아보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가서 먹어볼 예정이다. 기회가 없더라도 위와 같은 방법은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요리 실력을 갈고 닦은 뒤에 한 번 만들어 보려고 한다! 일본엔 진짜 생선을 이용한 요리가 많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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