ばんご와 ばんごう가 헷갈려 쓰는 글이다. |
1. ばんごう
일본어를 조금만 공부했다면 [방고-]라고 읽는 이 단어는 야마토코토바(일본 고유어)가 아닌 칸고(한자어)임을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일본어 사전에서 이 단어를 검색하면 아래 2개의 단어가 나온다.
1-1. 万劫 [ばんごう]
'상당히 긴 세월'을 뜻하며, 한국 한자어로는 만겁(萬劫)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영겁(永劫, えいごう, ようごう)과 비슷한 뜻으로 사용한다.
여기서 '겁'은 힌두교에서 '우주의 창조와 파괴가 반복된다는 기간' 혹은 '하늘과 땅이 한 번 개벽한 때에서부터 다음 개벽할 때까지의 기간'을 말하는데, 대략 43억 2천만 년으로 계산이 된다. 놀라운 사실은 오랜 시간은 힌두교의 창조신 브라흐마(ब्रह्मा, 범천)에게는 겨우 하루치의 시간이라고 한다!! 정말 말문이 막힐 정도로 놀라웠다.
그래서 이 만겁이라고 하면 대략 43조 2천억 년을 말하는데, 브라흐마에게는 1만 일(약 27년 4개월)이 지난 시간이니 좀 많이 지난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이 시간은 인간 기준으로 굉장히 오랜 세월을 뜻하게 되었다.
1-2. 番号 [ばんごう]
흔히 일상생활에서 [방고-]라고 하면 대부분 번호(番号)를 뜻하는 그 番号[방고-]를 말한다. 일본어 사전에서는 이 단어를 '대상의 차례를 표시하는 숫자 혹은 부호'라고 설명한다. 간혹 ばんごう[방고-] 대신 ナンバー[남바-, number]라고 말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ばんごう는 만겁(萬劫), 번호(番号)를 뜻한다.
2. ばんご
일본어에는 '오단(お段) 뒤에 う[우]가 있는 경우에는, [우]라고 발음하는 것이 아니라, 모음 [o]가 장음화된다.'는 발음 법칙이 있다. 사실 이 발음 법칙을 잘 몰라 ばんご와 ばんごう가 헷갈렸었다. ばんごう와 ばんご는 한국어로 '방고'라고 쓰지만, 발음 부호로 적게 되면 장음의 유무라는 차이가 확실히 보인다.
ばんごう [방고-] ばんご [방고] |
그럼 이번엔 장음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방고]가 무슨 뜻인지 알아보자. 이 글자 또한 칸고(한자어)다.
2-1. 蛮語 [ばんご]
한국에서 '야만인의 언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만어(蛮語)는 일본에서도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아이누(アイヌ)라고 불리는 일본 간토 지방 이북에 살던 민족들을 과거에는 えぞ[에조] 혹은 えびす[에비스]라고 불렀는데, 이들이 사용하던 언어를 반고(蛮語)라고 불렀다. 이후 일본 외 다른 나라에서 사용되는 언어라는 의미로 확대되었다.
이중 남쪽의 오랑캐들이 사용한 말은 남만어(南蛮語 [なんばんご/난반고])라고 불렀는데, 처음에는 실제로 일본 남쪽에 있다고 여겨져 온 사쓰마의 사쓰마고토바(薩摩ことば, 사츠구우 방언), 류큐 지방의 류큐어(琉球語) 등 일본 주위의 언어 중 남쪽 혹은 남서쪽에 있는 국외 지역의 언어들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러다 에도 시대부터 일본 남쪽에서 교류를 위해 올라왔던 여러 유럽 국가들이 나타나면서 에스파냐어, 포르투갈어, 홀란드어(네덜란드어) 등도 이 남만어에 포함이 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ばんご는 오랑캐의 언어인 만어(蛮語)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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