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본에서도 한본어가 유행한다고?
2020년경 일본에서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스과 같은 TV 드라마나 넷플릭스 방영작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이 유행하면서 한류를 좋아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일본어와 한국어를 섞은 말이 유행 중이다. 이러한 말을 한본어 혹은 일한 믹스어(日韓ミックス語)라고 하는데 이는 피진 혹은 코드 스위칭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다. 이 한본어 중 알기 쉬운 6가지를 소개한다.
アラッソです [아랏소데스] = 이해했습니다 キヨい [키요이] = 귀엽다(かわいい) まじコマウォ [마지코마워] = 정말 고마워 チェゴかよ [체고카요] = 최고에요 チンチャそれな [친챠소레나] =진짜 그래 テバい [테바이] = 대박이다 |
アラッソです[아랏소데스]는 한국어 '알았어'에 문장의 끝을 나타내는 경칭 조동사 です[데스]가 붙은 형태이며, キヨい[키요이]는 한국어 '귀엽다'에 형용사형 어미 -い[-이]가 붙은 형태다. チェゴかよ[체고카요]는 한국어 '최고'에 감탄을 나타내는 종조사 か와 '-요'라는 뜻의 조사 -よ[-요]가 붙은 형태다.
이런 방식으로 한본어 혹은 일한 믹스어(日韓ミックス語)는 보통 한국어 문장, 단어에 일본어 어미, 연어, 부사 등을 붙은 형태로 쓰인다.
2. 피진이 뭐야? 그리고 한본어는 피진이 맞아?
피진(Pidgin)은 서로 다른 두 언어의 화자가 만나 의사소통을 위해 자연스레 형성한 혼성어를 말한다. 두 언어의 화자가 쓰는 언어에서 어휘들이 차용되기도 하며, 그 차용된 단어의 발음은 business를 皮钦[피친]이라고 발음한 것처럼 원어와 다를 수 있다. 또 단수, 복수의 구별, 변칙적인 격변화, 세분화된 시제와 같은 복잡한 문법사항은 간략화되고 발음도 단순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피진은 상호간에 합의하에 쓰이는 단어들이며, 한쪽이 모르면 피진이 될 수 없다. 한 일본인이 이렇게 말했다고 가정해보자.
아나타와 키요이데스!
분명 일본어 화자는 '당신은 귀여워요!'라고 말을 한건데, 일본어를 좀 공부했다는 화자가 들으면, '당신은 청렴하군요!'라고 들릴 것이다. 이렇게 한국어에서 차용한 [키요이]는 실제로 한국 사람들은 쓰지도 거의 들어보지도 못했을 단어일 확률이 크기 때문에, 언어학적 이해에 대한 괴리가 생기게 되는데, 이것 때문에 한본어는 피진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럼 뭐가 피진어인지 궁금해할 독자를 위해 피진어의 예를 하나 적고 이 문단을 마치겠다.
ワタシ日本人アルヨ [와타시 니혼진(日本人) 아루요]
뜻이 짐작이 가는가? '나'를 뜻하는 'わたし[와타시]', '일본인'을 뜻하는 '日本人[니혼진]', '~이 있다, ~이 존재하다'라는 뜻의 자동사 'ある[아루]'가 합쳐진 이 문장은 대략적으로 '나는 일본인입니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문장은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중국어와 일본어의 피진이자 만주국 초기에 사용되었던 협화어(協和語)다.
참고로 이 피진이 모국어가 된 것을 크리올(Creole)이라고 한다.
3. 코드 스위칭? 말씨 바꾸기? 이건 또 뭐야?
앞서 '한본어는 피진 혹은 코드 스위칭의 한 종류'라고 했다. 위에서 피진을 알아봤으니, 이번에는 코드 스위칭이라고도 부르는 '말씨 바꾸기'에 대해 설명한다. 바로 예시를 보자.
문제적 남자에 나온 문가영은 이렇게 말했다. '언니, where is Steckdose?' 바로 이해가 되지 않는가? 말씨 바꾸기는 한 대화 맥락이나 텍스트 내에서 둘 혹은 그 이상의 언어나 방언을 옮겨다니면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 외에도 어벤저스 자막 패러디로 등장했던 '브라더 다메요!', '닝겐노 유리와 튼튼데스네'와 같은 것들이 코드 스위칭이다. 이는 생각보다 일상 속에서도 쓰이는데, 표준어와 사투리를 왔다갔다하는 것도 말씨 바꾸기에 해당된다.
アラッソです [아랏소데스]
アラッソです는 '알았어'에 'です'가 붙은 형태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형태가 말씨 바꾸기의 큰 예이다. 즉 한본어는 말씨 바꾸기 혹은 코드 스위칭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한본어가 코드 스위칭인지 피진인지 논란은 둘째치더라도 우선 한국의 드라마, 영화가 일본의 젊은 층에게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 조금씩 친해져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잘 이해하고 한국과 일본이 올바른 방향으로 같이 나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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