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희귀도서 전시회 - 문학으로 식민지 조선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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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희귀도서 전시회 - 문학으로 식민지 조선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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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구가 내게 부산대학교 중앙도서관 1층에서 10월 23일부터 27일까지 윤동주 시집과 한용운 시인의 시집 초판본이 전시되고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그래서 저도 오늘 시간을 내어 찾아가 봤습니다.

전시명 : <문학으로 식민지 조선을 읽다>
전시기간 : 2023년 10월 23일(월) ~ 10월 27일(금)
전시장소 : 부산대학교 중앙도서관 1층 복합문화회관
전시내용 : <님의 침묵(한용운)>의 1926년 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윤동주)>의 1948년 초판본 및 희귀 판본 등
                : 경진 신정식 회장(전 부산대학교 총동문회장)의 개인 소장 근현대 문학 작품 희귀본 컬렉션
전시주최 : 부산대학교, (사)요산김정한기념사업회
전시주관 : 부산대학교도서관, 요산문화연구소, 도서출판 전망

부산대학교 1층 복합문화회관으로 가면 이렇게 여러 한국 근현대 문학 작품 컬렉션이 전시된 <문학으로 식민지 조선을 읽다> 전시장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1908년에 신채호가 광학서포에서 펴낸 <을지문덕>, 1938년, 심훈이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펴낸 <상록수>,

ㅇ그리고 근대 문학 최초로 부산을 배경으로 했던 조명희가 백악사에서 펴낸 <낙동강(1928)>, 한국 낭만주의의 대표 격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조선도서주식회사에서 출판된 <청춘(1927, 나도향)>,

사회주의를 논의하던 때에 권환이 조선출판사를 통해 출판한 <자화상(1943)>, 그 외 학예사 출판 <태양의 풍속(김기림, 1939)>, 동광당서점 출판 <현해탄(임화, 1938)> 등 한반도가 일본에게 지배당하던 근대에 이념과 사상을 초월해 작품 활동을 해나갔던 문인들의 이야기를 안내해 주신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바로 한용운의 <님의 침묵>과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원본을 보러 갈 차례입니다. 역시 핵심 전시답게 홀 가운데에 멋지게 전시해 뒀습니다.

한용운의 업적과 그의 시가 걸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님의 침묵> 원본이 있었습니다.

회동서관에서 출판한 한용운의 <님의 침묵(1926)> 초판본이 맨 처음 등장합니다.

그다음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1934년에 재판한 <님의 침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님은갓슴니다 아々 사랑하는나의님은 갓슴니다'라고 쓰인 이 판본은 지금에서 보면 꽤 어색합니다.

안내해 주신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아직 맞춤법이 제정되기 이전이었기에 이렇게 당시 문인들은 자신들만의 필법과 맞춤법으로 글을 썼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글자 중간에 々는 일본어에서 쓰이는 반복기호로, 일제강점기 일본 필법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한국어 표현에서 반복표현이 나온다면 위처럼 '아아'를 '아'와 같은 식으로 썼다고 합니다. 1912년에 번역된 김교제의 <비행선>에서도 'ᄉᆞᄅᆞᆷ이 왁을々々 복작々々 ᄒᆞ야(사람이 와글와글 북적북적하여)'에서도 이런 필법을 찾아볼 수 있죠.

그다음 1950년 해방 후 초판본의 <님의 침묵>과 1951년 재판본 <님의 침묵>, 1952년 3판본 <님의 침묵>을 볼 수 있습니다. 해방 후 <님의 침묵> 또한 모두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출판되었습니다.

가운데에는 근대 시문학과 관련된 책들이 놓여 있습니다. 정말 카펫부터 모든 것이 아름답게 정리되어 있네요.

그 옆엔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1948년, 윤동주가 사망하고 나서 정음사에서 출판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입니다. 이 초판이 나올 때까지 정말 힘든 일들이 많았는데요. 시인 윤동주는 원래 자신이 쓴 몇 편의 시를 3부로 만들어, 하나는 자기가, 다른 하나는 주위에 한 부씩 나눠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윤동주와 이양하가 가진 시집은 사라졌고, 나머지 정병욱에게 준 한 부의 원고만 남아 지금까지 전하고 있는 것이라 합니다. 거기에 당시 경향신문의 정지용이 발품을 팔아 윤동주의 시를 더 모아 1948년 1월 30일 그의 31편의 시가 실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이 발매되었습니다. 만일... 진짜 만일... 정병욱이 받은 원고를 잃어버렸다면...? 아마, 윤동주의 이야기와 시는 더 오랜 시간이 지나서 발굴되거나 잊혀졌겠죠.... 그래서 한 부라도 남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1955년 2월, 정용사에서 그의 시와 산문을 더 모아 총 시 89편, 산문 4편에 이르는 작품을 발표했고, 그렇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증보판과 보급형 문고판이 등장합니다.

그렇게 암울했던 한민족의  시대에 한용운, 윤동주를 포함한 다양한 작가들이 문학을 이어가고, 문단을 만들며 한글 시조, 한글 시, 한글 소설과 같은 한국 문학의 맥은 지금 한반도에도 이어지게 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편으로 가슴아프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그 문학의 의지와 정신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면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문학 작품 컬렉션을 보러 가보자던 흥겨운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마음속엔 그들의 이야기로 정말 형용할 수 없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설명을 들으면서 저도 모르게 '아이고....'하는 마음의 소리를 냈는데, 옆에 같이 듣던 어르신께서 그 소리를 듣고는 장난 한 스푼을 얹으시면서 '그건 한숨이냐, 감탄이냐'라고 말했는데, 도무지 전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만큼 감명받았던 전시회였습니다. 시간이 괜찮은 학우나 주변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있으셨다면 가보시길 권장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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