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말 금의환향하며 강변의 자연을 노래한 장전구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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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말 금의환향하며 강변의 자연을 노래한 장전구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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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공원 쪽에서 철마로 넘어오는 길목에 있는 장전2교를 지나면 바로 나오는 장전2교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조금 돌아보면 갈맷길 안내판과 함께 갈맷길을 지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장전구곡가비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참고로 여기서 장전은 부산 금정구 장전동(長箭洞)이 아니고 부산 기장군 철마면 장전리(長田里)다~

장전구곡가비

 1900년 초기에 가선대부중추의관과 내장원정(나라의 살림을 주관하는 곳)을 역임한 추파(秋波) 오기영의 문학작품 장전구곡가(長田九曲歌)비다.
 추파 오기영은 문장이 탁월하여 말을 타고 고향으로 금의환향하면서 금정구 오륜대를 서시로 하여 일곡(一曲) 선동을 시작으로 구곡(九曲) 홍류동천 까지 아홉 굽이 흐르는 구곡천 전경을 기,승,전,결의 문제로 읊었는데 이 수준 높은 문학작품이 유명한 장전구곡가(長田九曲歌)다. 장전구곡가의 일곡은 수영강 상류의 오륜대 편이다.


五倫坮下翠坤靈 (오륜대하취곤령) 오륜대 솟아난 누리 정기 모인 곳
兩谷琉波萬古淸 (양곡류파만고청) 두 골짝 어우러진 물 예나 제나 푸르구나
纔到鳴巖山日暮 (재도명암산일모) 울바우 가뭇한 산머리로 해는 저무는데
耳醒樵笛兩三聲 (이성초적양삼성) 아련히 들려오는 초동들의 피리소리여

해당 안내문에는 장전2교를 지나 좌측으로 꺾어서 안내문이 나온 곳에서 쭉 가면 쌈지공원과 그 안의 장전구곡가비가 세워져 있으며, 더 나아가면 장전마을(철마행정복지센터)

장전2교 기준으로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이동하면

어느새 쌈지공원에 도착한다.

쌈지공원의 정자에서 왼편으로 조금 가보면

장전구곡가비가 세워져 있다.

장전구곡가비 앞면
[시는 왼쪽에서 아랫 방향으로 내려가면서 시작되는데, 이 글에서는 일반 시처럼 위에서 오른쪽으로 진행되게 정리한다.]
長田九曲歌
秋波 吳璣泳

五倫坮下翠坤靈

兩谷琉波萬古淸
纔到鳴巖山日暮
耳醒樵笛兩三聲

一曲溪深問渡船
征驂乍往倚淸川
仙洞依依僊分小
擁雲茅屋起晴煙

二曲深深萬丈峰
畵巖苔食換形容
歸筇暫往淸溪上
疊疊峰回路幾重

三曲冶岩如泛船
行人指點幾多年
桑田碧海今如許
未盡藏心欲自憐

四曲東西立猫岩
泡花落處色㲯毿
牛鷄亂唱長田巷
汲水兒童到釋潭

五曲雲霞水色深
四時隨看遠平林
溪頭有意誰能識

數曲淸歌喜容心

六曲纔臨喜碧灣
呼童村店闢柴關

西山落照紅將歛
飛鳥捿林意自閑

七曲潺潺流碧灘
四邊風物幾回看
傳來古蹟遺今日
閱歲風霜幾度寒

八曲風煙兩眼開
機岩影倒夕陽回
相看處處多佳景
樵叟遊人自去來

九曲興來心自然
遊魚啼鳥樂長川
碧溪山下雲深處
曲曲鳴波聞洞天

오기영(吳璣泳, 1837~1917)
본관 : 해주(海州), 기장군(機張郡) 철마면(鐵馬面) 와여리(瓦余里) 출생
자(字)는 성준(成俊), 호(號)는 추파(秋波)이며 정3품
통정대부(通政大夫) 돈녕부(敦寧府) 도정(都正)(고종 22년, 1885)
종2품(從二品) 가선대부(嘉善大夫) 중추의관(中樞義官) 내장원경(內藏院卿)(광무 6년, 1902)에 이르렀다.

 

장전리-1 쌈지공원이라고 적혀 있는 안내판도 있고,

양옆으로 꽃과 풀이 핀 좁은 산책길과 벤치, 그리고 넓고 큰 정자도 있다.

장전구곡가 뒷면
[시는 왼쪽에서 아랫 방향으로 내려가면서 시작되는데, 이 글에서는 일반 시처럼 위에서 오른쪽으로 진행되게 정리한다.]
장전 구곡가

추파 오기영

오륜대 솟아난 누리 정기 모인 곳
두 골짝 어우러진 물 예나제나 푸르구나
울바우 가뭇한 산머리로 해는 저무는데
아련히 들려오는 초동들의 피리 소리여

한 굽이 돌아가 건널 나룻배 찾아
닫던 말 세워 놓고 냇가에 서서 보니
저 멀리 선동 마을 옹기종기 춤을 추듯
노을 진 오두막에 저녁 연기 해맑아라

두 굽이 돌아드니 깊고 깊은 만장봉은
이끼 낀 기림바우 그 모습이 변했는가
대지팡이 뒤로하고 맑은 물 바라보니
첩첩 싸인 봉우리는 몇 굽이 길이더뇨

세 굽이 돌아드니 뜬 배 같은 불매바우
길손마다 풀무라고 손가락질 몇 해던고
세상 변하는 모습 지금도 그러한데
마음속에 감추인 정 못내 애절하구나

네 굽이 돌아드니 동서로 선 깨냉이바우 틈에
물보라 꽃으로 져서 아름답게 맴도는구나
고요 깨는 낮 닭 울음 장전마을에 들리는데
물대는 아이놈은 이제사 봇도랑에 오는구나

다섯 굽이 돌아드니 안개 속에 물빛은 깊어
철따라 바라보면 아득한 수풀 바다
저 샘 머리 뜻 있음을 뉘라서 알리요
몇 곡조 맑은 가락에 즐겁기만 했으리

여섯 굽이 돌아드니 감돌다 머무는 소로구나
마을 아이놈 불러 봐도 사립문은 닫혀 있고
서산에 지는 해는 붉은 노을 더하는데
숲 속으로 날아드는 새들만이 한가롭네

일곱 굽이 돌아드니 푸른 물결 잔잔한데
사방 풍경 살펴보니 고개 돌려 몇 번일까
전해오는 유적들은 지금도 그대론데
모진 세파에 시달리기 그 또한 몇 해런가

여덟 굽이 돌아드니 내 바람 자욱하고
석양에 베틀바우 물 속에 잠겼는데
보이는 곳곳마다 하나같이 가경이라
나무하는 늙은이도 유람 삼아 오가는 듯

아홉 굽이 돌아드니 절로 마음 흥겨워라
물고기 노닐고 새들 지저귀는 즐거운 장천
산발치 푸른 계곡 구름만이 아득한데
굽이치는 물소리만 동천 고을 울리네

번역 안대영
고향 사랑하는 장전구곡회(長田九曲會)의 뜻을 모아 후손이 세우다.

건립 2001년 7월

이 시는 1902년 기장군 철마면 와여리 출신에 종2품 가선대부 중추의관과 내장원경(당시 국고의 재정 담당관)을 지낸 해주인(海州人) 추파(秋波) 오기영(吳璣泳)가 지은 시다.

 

그가 고향으로 석양에 말 세 마리가 끄는 마차를 타고 금의환향하면서 오륜대(五倫坮)에서부터  중국 송나라의 주자가 현재의 푸젠성 무이산(武夷山) 계곡의 아홉 구비의 정경을 묘사한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를 모티브로 한 총 9개의 곡[九曲]을 지었던 것이다. 기장 철마면 장전마을의 대표적인 문학 작품으로 손꼽힌 이 시는 지금도 그가 지났던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그 정경을 기승전결로 묘사해주고 있다.

 

한편 해주 오씨인 그가 낳은 세 아들은 1918년 기장군 철마면의 구산(龜山) 자락에 터를 잡아 그들의 조상 중 임진왜란에서 큰 공을 세웠던 오홍(鴻)과 오춘수(春壽)를 기리는 '구산단·의용당'을 건립하며 그들을 제대로 기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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