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제731부대(満州第731部隊), 만주제100부대(満州第100部隊), 영1644부대(榮1644部隊). 일제의 신체 실험 만행이 일어났던 구 일본제국군의 부대들이다. 그런데 원래 이름이 있었음에도 왜 이렇게 부르게 되었는지, 이렇게 부르는 명칭이 무엇인지를 조사해봤다. |
1. 통칭호(通称号)
일본어로 通称号[츠-쇼-고-]라고 부르는 통칭호(通称号)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대일본제국육군에서 부대 명칭을 몰래 감추기 위해 썼던 암호명의 한 종류다. 히토쿠메이(秘匿名/비닉명), 히토쿠고우(秘匿号/비닉호), 츠우쇼우후(通称符/통칭부)라고도 불렀다.
당시 일본제국에서는 사단, 독립혼성여단 이상의 독립적 작전 능력을 가진 부대에 고유한 한자 1자 혹은 2자로 된 부호를 붙이고, 그 예하 부대에 번호를 할당해 구별했다. 1945년에 제정된 <육군부대전시통칭호규정(陸軍部隊戦時通称号規定)>에 따 한자 부호를 병단문자부(兵団文字符)로, 개별 숫자 번호는 통칭번호(通称番号)라고 불렀는데, 이 둘을 합쳐 통칭호(通称号)라고 부른 것이다.
통칭호(通称号) | |
병단문자부(兵団文字符)=문자부(文字符) | 통칭번호(通称番号) |
구 일본제국군 육군의 사단/독립혼성여단에 붙인 암호명 | 구 일본제국군 육군의 사단/독립 혼성여단 산하 부대에 붙인 암호명 |
예를 들어 대일본제국육군 제3항공군 제5비행사단 제4비행단 예하 비행제64전대를 통칭호로 고9124부대(高9124部隊)라고 불렀는데, 여기서 고(高)는 5비행사단을 뜻하는 문자부이며, 9124는 그 예하 비행제64전대의 통칭번호가 된다. 그러나 이 부대가 1938년 11월부터 제3비행사단 제7비행단 예하에 속해 남방작전에 참가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 그 비행제64전대는 제3비행사단의 문자부인 준(隼)을 따 준9124부대(隼9124部隊)로 불리기도 했다. 한편 만주군에 속했을 당시에는 만주404부대(満州404部隊)라고도 불렸다. 이렇게 소속이 이관되면서 상급 부대의 문자부를 바꾸거나, 통칭번호를 바꾸는 경우도 있었다고 보면 되며, 이 암호 시스템 자체가 어디 소속의 몇 번째 부대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방첩을 겸한 대일본제국육군의 부대 편제 단위의 총칭으로는 총군(総軍, 집단군), 방면군(方面軍, 전선군) 및 군급의 부대는 집단(集団)이라 불렀으며, 사단 및 여단급은 병단(兵団), 연대, 비행전대, 대대급은 부대(部隊), 중대, 소대급은 대(隊)라는 호칭이 많이 사용되었다.
군급 |
호칭 | |
총군(집단군), 방면군(전선군) 및 군급 | 단급 |
집단(集団) |
사단 및 여단급 | 병단(兵団) | |
연대, 비행전대, 대대급 | 대급 | 부대(部隊) |
중대, 소대급 | 대(隊) |
이렇게 위와 같은 단대급 중 고급 단대급에는 고유한 문자부와 호칭이 부여되는데 예를 들어 남방군(1941~1945)은 위집단(威集団), 제2사단(1888~1945)은 용병단(勇兵団)으로 부는 식이었다.
이러한 통칭호와는 별도로 각 육군 부대에는 주로 숫자와 라틴 문자를 조합한 군대부호(軍隊符号)도 존재했다.
대일본제국 육군의 고급 군급 | 군대부호 |
총군(総軍) | SA |
방면군(方面軍) | HA |
군(軍) | A (독일어로 '군대'을 뜻하는 Armee에서 유래) |
사단(師団) | D (독일어로 '사단'을 뜻하는 Division에서 유래) |
여단(旅団) | B (독일어로 '여단'을 뜻하는 Brigade에서 유래) |
단(団) | |
연대(連隊) | R (독일어로 '연대'를 뜻하는 Regiment에서 유래) |
대대(大隊) | b |
중대(中隊) |
K (독일어로 '중대'를 뜻하는 Kompanie에서 유래) |
c |
그 외 육군 소속의 비행전대는 F를 앞에 붙였고(항공총군=FSA, 항공군=FA 등), 육군 소속의 선박사령부에는 앞에 Se를 붙였다(선박사령부=SeC, 선박수송사령부=SeU, 선박병단사령부=SeH 등).
2. 통칭호 제정 과정
평시에는 '내지(内地)'라고 부르는 일본 열도에 상설사단이 있고, 사령부나 위수지(오래 주둔하는 곳)의 위치가 정해져 있어 부대 명칭을 은닉할 필요는 적지만 전시에는 편제, 병종(병과), 동원 방식 등이 적군에게 발각될 우려가 있어 부대의 정식 명칭을 은닉했다.
1931년 9월의 만주사변까지는 특별히 부대명을 은닉하지 않았으나 1937년 9월 1일의 <동원부대의 칭호명에 관한 건(動員部隊の称呼名に関する件)>이 제정되며 외지의 전쟁터에 있는 부대를 부대 지휘관의 성을 따서 야마다부대(山田部隊), 스즈키부대(鈴木部隊)와 같은 방식으로 부르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전쟁이 격화되고 지휘관의 이동이나 전사가 많아지는 경우, 그때그때 부대명을 바꿔야 했기에 1940년 9월 10일 <쇼와 16년도 육군동원계획령세칙(昭和16年度陸軍動員計画令細則)>에서 한자 한 자로 이루어진 '병단문자표(兵団文字符)'를 사단, 독립혼성여단 등 독립된 작전능력을 가진 단위로 할당하고, 그 예하 부대에는 숫자 3자리에서 5자리의 '통칭번호(通称番号)'를 할당했다. 여기서 그 상급부대가 변경되면 예하부대의 글자표는 당연히 변경되지만 통칭번호는 원칙 고유의 것으로 대부분 변경되지 않는다.
3. 문자부(文字符)
이들 통칭호는 일본 본토 외부뿐만 아니라 군관구(軍管区, 군사행정을 위해 설정한 구역) 예하의 내지 부대(일본 본토에 있는 부대)나 유수부대(외지 동원을 하던 주부대에서 병사 등의 보충을 위해 일본 본토 내 위수지에 설치된 부대)에도 할당되었다. 내지 부대의 문자부는 군관구의 명칭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중부군관구(中部軍管区) 예하의 부대에서는 중부(中部) 제ㅇㅇ부대라고 불렀고, 동부군관구(東部軍管区) 예하의 부대에서는 동부(東部) 제ㅇㅇ부대라고 부르는 식이었다.
또한, 태평양 전쟁 말기에 이르러 병단 편성수가 증가함과 함께 이전까지 사용하던 한 글자의 문자부가 부족해 한자 두 글자로 된 문자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1945년에 편성된 제135사단(1945)과 제138사단(1945)의 문자부는 각각 진심(真心), 부동(不動)이었다.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본래 문자부는 부대 정식 명칭을 은닉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으나, 그중에는 선임 상설사단을 중심으로 편성지나 병종을 유추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일종의 애칭으로 여겨진 문자부도 있었다.
예를 들어 고쿄(皇居)를 수비했던 근위사단(近衛師団, 1891~1945)은 미야(宮, 궁), 도쿄의 제1사단(1888~1945)은 타마(玉, 옥), 오사카의 제4사단(1888~1945)은 요도(淀, 웅덩이), 히로시마의 제5사단(1888~1945)은 코이(鯉, 잉어), 홋카이도의 제7사단(1896~1945)은 쿠마(熊, 곰)이라 불렀으며, 전차제4사단(1944~1945)은 하가네(鋼, 강철), 제2비행사단(1937~1945)은 와시(鷲, 독수리), 제3비행사단(1942~1944)은 하야부사(隼, 매), 제4비행사단(1942~1945)의 츠바사(翼, 날개), 제10비행사단(1944~1945)는 아마가케(天翔, 비행), 고사제1사단(1944~1945)은 하레(晴, 맑음)이라고 불렀는데 이렇게 각각의 문자부와 편성지나 병종과의 관련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제1총군(1945)의 토호(東方, 동)와 제2총군(1945)의 사이호(西方, 서방)처럼 편성지뿐만 아니라 방위 담당 지역을 나타낸 문자부도 존재하였다.
1941년 12월 당시 대본영 직할 총군 목록과 각 총군의 통칭호 | |||
대본영 | |||
관동군(関東軍) | 방위총사령부(防衛総司令部) | 남방군(南方軍) | 지나파견군(支那派遣軍) |
토쿠(徳, 덕) | X | 이(威, 위) | 에이(栄, 영) |
이들 통칭호를 정하는 규칙은 1945년 4월 20일 제정된 <육군부대전시통칭호규정(陸軍部隊戦時通称号規定)(육기밀제143호)>에 따라 개정되었다.
덧붙여, 작전상의 사정으로 정규의 문자표 대신 임시의 약호를 사용한 예도 있다.
예를 들어 대륙타통작전(이치고작전, 1944) 당시 제12군에서는 제12군(1938~1945)은 원래 진(仁, 인)이었지만 당시 레이신(礼信, 예신)으로 바꾸었고, 그 외 제37사단(1939~1945)은 후유(冬, 겨울) 대신 히카리(光, 빛)를 제62사단(1943~1945)은 이시(石, 돌) 대신 아사히(旭, 아침해)를, 제110사단(1938~1945)은 사기(鷺, 백로 및 해오라기) 대신 이와(岩, 바위)를, 전차제3사단(1942~1945)은 타키(滝, 폭포) 대신 토라(虎, 호랑이)로, 독립혼성제7여단은 키타(北, 북) 대신 야마(山, 산)와 같이 일부는 새로운 은닉약호가 할당되기도 했다.
이러한 번호는 나중에 일본 개인에게도 도움이 되었다.
당시 군복무를 하던 많은 장병들이 전쟁터에서 가족에게 우편, 전보를 보내거나, 그 반대로 가족들이 장병들에게 우편이나 전보를 보낼 때도 부대명에 이 통칭호를 적어 보냈다. 그래서 일본의 패망 이후(전후)에 귀환하지 못한 장병들을 찾을 때 이 통칭호가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장병 가족은 후생성(현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통칭호를 보고 자녀나 형제, 부모의 소속 부대를 참조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작은 글자 하나가 부대를 구성하는 단위와 소속 관계, 부대 위치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위의 부대명을 살펴보자. 만주제731부대(満州第731部隊), 만주제100부대(満州第100部隊)은 관동군 소속으로 중국 동북쪽에 있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며, 영1644부대(榮1644部隊)은 지나파견군 소속으로 중국 동부에 있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만주제100부대와 만주제731부대는 만주 지역에 있었으며, 영1644부대는 난징에 있었다. 이젠 우린 이런 이런 근현대사 속 일본군의 부대명을 보고 어느 지역에서 어떤 임무를 맡았는지 대략은 유추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역사적 인식이 더 확장되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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