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쿄대의 상징 '아카몬'
서울대학교를 떠올려보면 많은 사람들은 정문에 있는 샤 조형물을 생각한다. ㄱ(국립)ㅅ(서울)ㄷ(대학교)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조형물 자체는 1970년대 만들어졌지만, 1940년대에도 이미 사용하던 학교 상징이었고, 이후 지금까지도 서울대학교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한국인들의 뇌리에 깊게 박혀 있다.
아카몬 카드(赤門カード)는 도쿄대학이 UC카드(주)와 제휴해서 도쿄대학 재학생 혹은 졸업생에게 발행하는 신용카드다. 카드 이름과 카드 안에 그려진 문 모두 '붉은(赤) 문(門)'이라는 뜻의 아카몬(赤門)을 나타내는데, 도대체 이 아카몬은 어떤 곳일까?
현재는 도쿄대의 여러 문 중 하나로 쓰이고 있으면서 도쿄대의 상징으로 알려진 이 아카몬(赤門)은 사실 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문이다.
2. 고슈덴(御守殿)과 고슈덴몬(御守殿門)
고슈덴(御守殿)은 원래 애도 시대 때 시집간 도쿠가와 쇼군가의 딸들이 살게 된 안채(奥御殿)를 뜻하는 말이었는데, 이 단어가 에도 시대 때 3위(三位) 이상의 다이묘에게 시집간 도쿠가와 쇼군가의 딸들에 대한 경칭으로 쓰이게 되었다. 한국어로 치면 원래는 '본처'가 주로 거처하던 공간을 정실(正室)이라고 했는데 이 뜻이 나중에는 '본처'를 뜻하게 되며 의미의 확장이 일어난 것과 비슷하다.
御守殿 [고슈덴] 1. 에도시대, 3위 이상의 다이묘에게 시집간 쇼군 딸의 경칭. 또는 그녀가 사는 주거. 2. 고슈덴죠츄우(御守殿女中, 고슈덴(御守殿)에서 일하는 하녀(女中)) 3. 고슈덴풍(御守殿風, 고슈덴죠츄우의 풍속) 4. (고슈덴죠츄우가 다른 하녀에 비해 우월감이 높은 것에서) 거드름 피우는 여성을 비웃는 말 5. 고쇼가키(御所柿, 감의 품종중 하나)의 별명 |
고슈덴(시집간 도쿠가와 쇼군가의 딸들이 살던 안채)의 입구에 있는 문을 고슈덴몬(御守殿門)이라 한다. 고슈덴의 문을 붉게 칠했는데, 이게 검은색으로 칠한 대문인 쿠로몬(黒門)과 대비해서 속칭 '붉은 문'이라는 뜻의 아카몬(赤門)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현재 일본에서 유일하게 아카몬(赤門)이라고 불리는 고전적 건축물은 도쿄대에 있는 아카몬 밖에 없다. 그 이유는 에도 시대 때 고슈덴몬(아카몬)이 불에 타거나 무너져 내리면 다시 짓지 않는다는 오래된 관습이 있었기 때문에 소실되어도 짓지 않았던 것이다.
카가번(加賀藩, 1639~1871)의 마에다가(前田家)인 카카마에다가(加賀前田家)의 상급 무사들의 저택의 고슈덴몬이 현존하는 유일한 고슈덴몬으로, 앞서 말했듯 지금은 도쿄대학 혼고캠퍼스의 아카몬으로 쓰이고 있다.
에도 막부 11대 쇼군 토쿠가와 이에나리(徳川 家斉, 1773~1841)의 21번째 딸 야스히메(溶姫, 1813~1868)가 있었다.
토쿠가와 이에나리의 딸 야스히메가 카카마에다가(加賀前田家)의 제13대 당주이자 카가번의 제12대 번주였던 마에다 나리야스(前田 斉泰, 1811~1884)에게 시집가기 1년전인 1826년에 앞족의 쿠로몬(黒門)이라고도 불렸던 정문(正門) 남쪽에 지어졌는데, 이 건물이 만들어질 때, 문 인근의 상가와 저자를 싹 밀었다고 한다...
그림 오른쪽에 보이는 붉은 문이 아카몬이며 그 주변으로 담이 둘러쳐진 곳이 야스히메가 살았던 고슈덴이다.
이후 메이지 유신(1868~1889)으로 에도 막부가 몰락하면서 이 땅 또한 메이지 신정부의 관유지(국가 점유지)가 되었다.
1876년, 카가번주의 저택터에 도쿄대학 의학부의 전신인 도쿄의학교가 이전해 왔고, 이듬해에는 의학교와 도쿄가이세이 학교를 통합한 법·이·문·의 4과부로 이루어진 도쿄대학(구 도쿄대학, 1877~1886)이 발족됐다.
이후 1884년부터 1885년까지 칸다(神田) 지역에서 법·문·이학부가 이곳으로 이전하고, 이어서 법학부와의 합병으로 사법성 법학교(1875~1884)가, 공예학부와의 합병으로 공부대학교가 혼고로 이전해, 1888년에는 법·의·공·문·리 5분과대학의 학교 건물로 이루어진 도쿄제국대학의 교지로서 정비되었다.
도쿄대학의 변천 | |||||
도쿄가이세이학교 (東京開成学校, 1874~1877) |
도쿄대학 (東京大学, 1877~1886) |
제국대학 (帝国大学, 1886~1897) |
도쿄제국대학 (東京帝国大学, 1897~1947) |
도쿄대학 (東京大学, 19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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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학원 (東京医学校, 1874~18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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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성 법학교 (司法省法学校, 1875~1884) |
도쿄법학교 (東京法学校, 1884~18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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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대학교 (工部大学校, 1877~1886) |
이 일대의 북쪽과 동쪽에 학교 건물로 하나하나 들어서고 있는 한편, 메이지 정부가 번저를 몰수한 후에도 카가씨의 고슈덴과 저택은 카카마에다가의 제16대 당주 마에다 토시나리(前田 利為, 1885~1942)가 지내고 있었긴 했다.
그러다 1926년, 마에다 가문에서 저택과 정원을 포함한 소유지를 도쿄제국대학에 양도함과 동시에 도쿄제국대학으로부터 고마바(駒場) 지역의 농학부 농장 일부를 양도받아 그 땅으로 저택을 이전했다. 참고로 마에다 토시나리가 고마바 지역으로 이전하고 1942년에 사고사로 사망했는데, 이후 패전한 일본을 관리하려고 들어온 미군측에게 건물이 접수되어 1957년부터 연합군 극동군 사령관 관저로 쓰였다가, 1964년 도쿄도의 소유로 이관되며 현재는 코마바 공원(駒場公園)이 되었다.
도쿄제국대학(1897~1947) 시절의 아카몬이다. 물론 이 때까진 실제로 마에다 가문의 저택으로 쓰이고 있었을 때다.
현재는 지반 검사를 위해 문을 폐쇄한 상태다.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사실이 확인되거나 보강이 된 뒤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번쯤, 도쿄대를 가볼 기회가 있다면 도쿄대의 여러 문들을 둘러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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