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형태소를 만드는 역성(逆成, back-formation)에 대해 알아보자 (+클리핑, 품사전환(영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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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그 외 언어

새로운 형태소를 만드는 역성(逆成, back-formation)에 대해 알아보자 (+클리핑, 품사전환(영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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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성(逆成, back-formation)이란?

단어를 만들 때 다양한 조어법(어형성, word formation)이 사용되는데, 이 중 역성(逆成, back-formation)단어의 일부분을 하나의 형태소로 오해하거나 간주함으로써 그 원래 형태의 말을 새롭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굴절을 이용하거나, 접사를 쓰거나, 단어끼리 결합시키는 등 다양한 역성 방법으로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진다. 예를 살펴보자.

역성의 예시

'황혼'을 뜻하는 일본어 명사 たそがれ[타소가레]에 '수동'을 표현하는 조동사 -れる[-레루]가 붙어 '황혼 때가 되다'라는 뜻의 동사 たそがれる[타소가레루]가 된다거나, '총합해서'라는 뜻의 러시아어 부사 итого́[이따보]에서 부사화 접미사 -о[-오]가 생략되어 '총계, 합계'를 뜻하는 비활동체 남성명사 ито́г[이똑]이 된다거나, '번역, 통역'을 뜻하는 영어 명사 translation에서 명사화 접미사 -ion이 생략되어 '번역하다(통역하다)'라는 동사 translate가 되었다.

 

이는 한국어에서도 존재한다.

한국어에서는 불규칙 활용에서 나타난 어간이 일부 변형되어 새로운 단어나 새로운 어간이 만들어지는 방식으로 주로 역성이 일어난다. 이와 비슷한 변화형으로는 일본어에서 '말하다'라는 뜻의 동사 言う[いう/ゆう]가 있는데, 이와 관련된 내용은 아래 글(https://mspproject2023.tistory.com/360)을 참고바란다.

 

2. 역성과 유사한 현상

  특징 역성과의 차이
재분석(민간어원 등) 기존 단어를 재분석해 새롭게 해석 기존 단어의 형태소를 오해/새롭게 간주하며 새롭게 형성
클리핑 기존 단어의 일부를 제거해 동의어를 만듬 기존 단어를 변형시켜 다른 의미를 만듬
품사전환 같은 단어가 다른 품사로 전환/확대 어형 변화된 단어가 다른 품사로 전환 

첫째로, 역성은 긴 단어의 형태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초할 경우, 재분석이나 민간어원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단수 복수
asset assets

예를 들어, '자산, 재산'을 쓰는 영어의 단수 명사 asset는 사실 현재 복수 명사로 쓰이는 assets의 역성이다. 원래부터 assets는 복수형이 아니었으며, 앵글로노르만어에서 '충분하다'라는 뜻의 부사 asetz에서 차용한 단어일 뿐이다. 그런데 현재는 assets의 -s를 복수 접미사로 재분석해서 단수인 asset을 만들어냈다.

 

둘째로, 역성을 클리핑(clipping)으로 오해하기도 하나 클리핑과 역성은 다르다.

클리핑은 단어를 줄이는 것이지만 역성과 다르게 그 뜻이나 품사가 변하지는 않는다.

언어학에서 클리핑(clipping)기존 단어의 일부를 제거해 동의어(synonym)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역성은 기존 단어를 일부분을 잘라내는 등의 방법으로 단어의 일부를 제거하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부사 asetz를 명사 asset으로 바꾼 것처럼 단어의 품사나 의미를 바꿔버리기 때문에 클리핑과는 완전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셋째로, 역성을 품사전환(conversion 혹은 영파생(zero derivation, null derivation))과 비슷하다고 여기기도 하지만 다르다.

예를 들어 '초록색'이라는 명사 green는 형용사로도 쓰이면서 '녹색의(초록색의)'라는 뜻으로도 파생되어 쓰이고 있다. 우리가 영단어를 포함한 외국어 단어를 외울 때 '이 단어가 명사도 되고, 형용사도 되네?', '이 단어는 명사도 되고, 동사도 되네?'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 단어들은 모두 품사전환 혹은 영파생된 단어라고 보면 된다.

역성처럼, 이 품사전환 혹은 영파생은 새로운 명사나 새로운 동사를 만들 수 있지만 단어의 일부분이 추가되거나 생략되는 것이 아니어서 언어학적으로 역성을 포함하진 않는다.

 

3. 사전에서의 활용법

이제 이를 사전에서 활용할 수 있다.

위 사진은 '총계, 합계'를 뜻하는 ито́г[이똑]의 유래를 설명한 내용이다. ито́г[이똑]이라는 명사는 '총합해서'라는 뜻의 부사 итого́[이따보]가 역성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우리는 이제 이 단어가 왜 итого́의 품사전환(영파생)이나 클리핑이 아니고 역성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우선 부사에서 명사로 바뀌었으니 품사전환(영파생)이 아니며, 단어가 줄면서 단어의 뜻이 완전히 바뀌었으므로 클리핑도 아니다.

일본어로 '요일'을 曜日[요-비]라고 한다. 그런데 사실 이 단어는 일요일(日曜日), 월요일(月曜日), 화요일(火曜日), 수요일(水曜日), 목요일(木曜日), 금요일(金曜日), 토요일(土曜日)의 역성이다. 각 요일에서 파생된  曜日[요-비]는 모든 요일을 포괄하는 의미 혹은 각 요일의 단위로 쓰이기 때문에, 클리핑이 아닌 역성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단어의 어원을 찾을 때, 그 단어가 역성인지, 클리핑인지, 품사전환(영파생)인지를 이해하고 찾는다면, 그 단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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