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imperative? 명령법?
жди́[즤디]는 '기다려'라는 뜻인데 이를 사전에서는 ждать[즤다찌]의 2인칭(second-person) 단수(singular) 명령법(imperative) 불완료상(imperfective)을 뜻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imperative[임퍼레이티브]는 '필수적인, 명력적인'이라는 뜻의 형용사로, 이 형용사 뜻을 문법적으로 차용해 문법학에서 imperative라고 하면 '명령법, 명령형'이라는 뜻을 가진다.
Do your homework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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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명령법(imperative mood, IMP)은 말그대로 명령(command), 금지(prohibition), 요청(request)을 표현하는 서법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 명령법이 무뚝뚝하거나 무례하게 들릴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거의 조심스럽게 쓰인다. 위의 예문처럼 명령형은 누군가에게 논쟁 등의 의견 교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언가를 하라고 말할 때 사용된다. 영어를 포함한 많은 언어들은 '가라(go), 뛰어라(run), 해라(do)'와 같은 명령형을 형성하기 위해 동사 어근을 사용한다.(슬라브어 포함) 물론 멕시코 북부에서 쓰이는 세리어나, 인도유럽어족의 힌두스탄어, 라틴어와 같이 특별한 명령 형식을 사용하는 언어도 있다.
의무법(행위법, deontic mood)
1-1. 영어에서의 명령법
현재 시제 | 과거 시제 | ||
단수 | 1인칭 | go | went |
2인칭 | goes | ||
3인칭 | go | ||
복수 | go | ||
접속법(가정법, subjunctive) | go | went | |
명령법(imperative) | go | - | |
분사(participle) | going | gone |
Go forward
Have a meal
Eat something
Sleep now
영어에서는 'Let's go(Let us go, 간접명령)'처럼 1인칭 복수형(us)이 지정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2인칭이 명령형의 대상이 된다. 또한 긍정 명령문에서는 일반적으로 주어가 생략되고, 바로 동사원형(부정사)로 명령문이 시작된다. 그와 반대로 부정 명령문에서는 맨 앞에 금지를 뜻하는 Don't로 시작하며, 그 뒤에 부정사로 명령문이 시작된다. 그 부정사(동사원형) 뒤에는 목적어나 부사, 구 등이 오게 된다.
1-2. 라틴어에서의 명령법
라틴어에서는 영어와 다르게, 현재와 미래 명령형을 구분한다. 여기서 독특한 부분이 바로 미래에 그 명령이 이행되기를 원할 때 사용하는 미래 시제 명령법인데, 흔히 사용된다기보단 문헌에서는 법령, 계율(율법), 구어적으로는 유언 등에서 사용되는 특수한 용법이다.
이런식으로 대부분 현재 유럽의 라틴계 언어의 조상격인 라틴어에서는 동사의 어간에 명령형 어미를 붙여 표현한다. 이 방식은 당연히 그 후대 언어에도 일부 전해지게 된다.
1-3. 독일어에서의 명령법
(singen(to sing)의 명령법) | |
단수 | sing (du) singe (du) |
복수 | singt (ihr) |
(gehen(to go)의 명령법) | |
단수 | geh (du) gehe (du) |
복수 | geht (ihr) |
대부분의 독일어 동사의 명령법은 단수와 복수인 경우만 존재한다. 단수인 경우 동사 어간에 -e를 붙이고, 복수인 경우 동사 어간에 -t를 붙인다. 여기서 복수 명령법을 표현할 땐 그냥 단순히 2인칭 복수 현재 시제를 쓴다고 생각해도 상관없다.
1-4. 러시아어에서의 명령법
(чита́ть(to read)의 명령법) | |
단수 | чита́й |
복수 | чита́йте |
(убира́ть(to remove)의 명령법) | |
단수 | убира́й |
복수 | убира́йте |
러시아어의 명령법은 동사 현재 시제에 기반해 만들어지며, 2인칭 단수와 2인칭 복수만 존재한다. 2인칭 단수 현재 시제의 어간이 '-j-'로 끝나는 경우, 어간에 -й를 붙여 명령형을 만든다. 만일 2인칭 복수 명령법을 만들고 싶다면, -йте를 붙이면 된다.
(смотре́ть(to look)의 명령법) | |
단수 | смотри́ |
복수 | смотри́те |
(писа́ть(to write)의 명령법) | |
단수 | пиши́ |
복수 | пиши́те |
(гото́вить(to prepare)의 명령법) | |
단수 | гото́вь |
복수 | гото́вьте |
보통 러시아어에서 명령법을 만들 때는 동사를 3인칭 복수로 바꾼뒤 3인칭 복수어미를 지운다. 그리고 마지막 철자가 모음이면 -й(те)를 붙이지만 마지막 철자가 자음이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3인칭 복수 어미를 지운 부분의 마지막 철자가 모음인 경우 | -й(те) | |
3인칭 복수 어미를 지운 부분의 마지막 철자가 자음인 경우 | 1인칭 단수에서 강세가 어미에 있는 경우 | -и(те) |
1인칭 단수에서 강세가 어미에 없는 경우 | -ь(те) |
이런 식으로 대부분의 인도-유럽어족의 언어들에서는 부정사(동사원형)을 쓰거나, 인칭을 표현하는 단어, 어간 등에 명령법 어미를 붙이는 식으로 명령법을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서법(mood)이 뭘까?
앞서 Go forward(앞으로 가!), смотри́(봐!)와 같은 표현법을 명령법(imperative mood, IMP)이라고 했다. 그럼 여기서 'mood'라는 건 뭘까? 이 mood를 일본어로는 법(法), 중국어로는 어기(语气, 말하는 기세), 서법(敍法, (말을) 펴내는 법)이라고 번역한다. 우선 영영사전부터 살펴보자.
mood1 1. 마음(정신, mind)이나 두드러진 감정의 의식적 상태 (유의어 : feeling) 2. (구식) 발작적인 화 (유의어 : rage) 3. a. 지배적 태도 b. 행동하게 만드는 마음(정신)의 수용적 상태 c. 독특한 분위기나 문맥 (유의어 : aura) mood2 1. 구성 과제의 양질에 따라 결정되는 삼단논법(syllogism)의 형태 2. 동사가 나타내는 행동이나 상태가 나타내는 행동이나 상태가 사실로 생각되는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생각되는지를 표현하기 위한 동사의 형태 또는 특정 굴절 형태(inflectional form)의 구분 (명령(command), 가능성(possibility), 소망(wish) 등) 3. 방식(mode) -<메리엄웹스터 영영사전> |
여기서 봐야할 건 mood2의 2번 뜻이다. '동사가 나타내는 행동이나 상태가 나타내는 행동이나 상태가 사실로 생각되는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생각되는지를 표현하기 위한 동사의 형태 또는 특정 굴절 형태(inflectional form)의 구분'. 너무 어려우니 예시로 설명하겠다.
현실적 서법(realis mood, real) | 비현실적 서법(irrealis moods, irr) |
나는 밥 먹고 있어. | 내가 그 밥을 먹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
위 왼쪽 문장은 '밥을 먹는' 그 상황에 있음을 말하는 동시에, 그 상황이 사실임을 알리고 있다.
그리고 오른쪽 문장은 '밥을 먹었다는 상황'에 대해 가정하고 있다. 즉 사실이 아니고, 상상의 세계에 대한 가정을 표현한 것이다. 전자의 경우를 현실적 서법(realis mood, real)이라 하며, 후자의 경우를 비현실적 서법(irrealis moods, irr)이라고 한다.
2-1. 현실적 서법(서실법, realis mood, real)
현실적 서법(realis mood, real)은 어떤 것이 실제로 사실인지 아닌지를 나타내는 서법의 범주를 말한다.
가장 일반적인 현실적 서법은 직설법(indicative mood)을 말하며, 일반적인 범위에서 이 둘을 같이 취급해도 무방하다.
직설법 (indicative mood) |
일반적인 사실이나 객관적인 진술을 나타내는 동사의 현실에 대한 서법 예시) He is eating an apple. She eats apples. |
2-2. 비현실적 서법(서상법, irrealis moods, irr)
비현실적 서법(irrealis moods, irr)은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음(비현실성)을 나타내는 서법의 범주를 말한다. 이미 이 비현실적 서법을 사용하는 것부터 그 동사나 문장은 사실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필요성, 가능성, 요구, 요청, 바램, 두려움과 같은 표현의 일부일 수도 있고, 반사실적 추론 등의 일부일 수도 있다.
이 비현실적 서법에서 동사의 형태는 어떤 것이 일어나지 않았거나, 일어날 것 같지 않거나, 일의 실제 과정과 거리가 먼 어떤 사건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If you had done your homework, you wouldn't have failed the class. (만일 네가 숙제를 끝냈다면, 넌 그 수업에 낙제하지 않았을 것이다.) |
여기서 'had done'은 단어 뜻만 보면 '끝냈다'라고 해석되지만, 앞에 if(~(라)면)과 합쳐져 가정의 의미를 표현하고 있으므로, 이 동사는 현재 비현실적 서법으로 쓰인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비현실적 서법은 크게 의무법(행위법, deontic mood)과 사실법(인식법, epistemic mood)으로 나뉜다.
의무법(행위법, deontic mood)은 '해야 하는가', '할 수 있는가'를 묘사하는 서법이다.
She should start. (그녀는 시작해야 한다.) She may start. (그녀는 시작할 지도 모른다.) |
사실법(인식법, epistemic mood)은 무언가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chance, possibility)을 묘사하는 서법이다.
She may have started. (그녀는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
아래는 비현실적 서법에 어떤 것들이 어떤 범주에 포함되는지 정리한 표다. 여기서 앞서 배운 명령법(imperative mood, IMP)은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비현실적 서법) 누군가에게 해야 한다(의무법, 행위법)는 대상을 명령으로 표현하는 서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의무법(행위법) (deontic mood) |
기원법 (optative mood) |
다른 의미와 함께 소원을 표현하는 서법 예시) May you have a long life! Would that I were younger. If only I were rich! |
명령법 (imperative mood) |
명령(order, command)를 표현하는 서법 예시) Go! |
|
요구법 (jussive mood) |
명령, 허락, 합의, 요청를 표현하는 서법. 명령법과의 차이점은 영어권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으며, 보통 명령 대상이 3인칭이라는 점이다. 예시) The bank insists that she repay her debt. (영어권에는 거의 없는 특이한 경우이지만 억지로 해당하는 걸 찾아본다면 이 예문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
|
사실법(인식법) (epistemic mood) |
가능법 (potential mood) |
화자의 의견으로는 행동이나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함을 나타내는 서법 예시) She probably loves me. |
가설법 (hypothetical mood) |
가상적이거나 반현실적이지만 가능한 사건을 나타내는 서법. 이 또한 영어권에서 잘 쓰이지 않는다. 예시) I might love you, if~ (영어권에는 거의 없는 서법이지만 억지로 해당하는 걸 찾아본다면 이 예문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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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법 (interrogative mood) |
화자가 질문하거나 물어보는 사건을 나타내는 서법 예시) Does she love 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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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법(가정법) (subjunctive mood) |
바람과 명령을 포함하여, 실제보다 가상적이거나 기대되는 행동이나 상태를 표현하는 서법 예시) if I were rich and it’s important that he be he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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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론법 (inferential mood) |
목격되지 않거나 확인되지 않는 사건을 나타내는 서법. 이 또한 영어권에서 쓰이지 않는다. 예시) She is said to love me (영어권에는 없는 서법이지만 억지로 해당하는 걸 찾아본다면 이 예문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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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법 (presumptive mood) |
사실과 무관하게 추정, 가설을 표현하는 서법. 영어권에서 쓰이지 않는다. 예시) Even if he loves you,~ (영어권에는 없는 서법이지만 억지로 해당하는 걸 찾아본다면 이 예문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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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법이면서 사실법인 경우 | 조건법 (conditional mood) |
어떤 것이 다른 것의 결과에 달려 있다는 조건을 나타내기 위한 서법 예시) If I were rich, I would be happy. |
사실 이 서법(mood)라는 것은 인도유럽어족 언어의 특징을 구분하는 고전적인 동사 형태 구분법의 하나이지만, 아직도 널리 쓰이고 있다. 학자들 사이에서 이 서법을 재분류해서 좀 더 다양하고 정확한 개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나오고 있음에도, 서법은 아직까지도 인도유럽어족 언어를 배우거나 연구할 때 기초적으로 알아야하는 지식으로서 여겨진다. 그만큼 중요하고 깊이있고 이쪽 계열의 언어들의 동사 변화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일반적으로 이런 언어를 배울 땐 굳이 이걸 다 외울 필요는 없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жди́[즤디]를 보고 우리는 '기다려'라는 말을 떠올리면 되는거지, 해당 단어가 ждать[즤다찌]의 2인칭 단수 명령법 불완료상이라고 외우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이 서법에 대해 조금 이해를 한 뒤, 'жди́[즤디]는 명령법이니까 '기다려'라고 해석하는구나' 정도까지만 확장하면 그 언어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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