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갑자기 주변에서 '슈룹'이란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배우 김혜수가 나와서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이 '슈룹'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 찾아봤다. |
1. 드라마 '슈룹'
드라마 <슈룹>은 올해 10월 15일부터 tvN에서 방영되는 가상사극, 드라마 장르의 토일드라마다.
글을 쓰고 있는 11월 6일 기준 8화가 끝났을거다.
주조연 배우들 모두 합쳐도 꽤 많은 분들이 출연했다. 배우 김혜수, 김해숙, 최원영, 김의성, 장현성 등 이미 세간에 큰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배우들도 많고, 그 외 각 역할에 잘 맞는 배우들도 잘 섭외된 것 같다.
드라마 자체는 아이를 세자로 책봉시키기 위한 분투를 그린 드라마로,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스카이캐슬>이 생각나기도 한다. 정말로 한편에서는 '조선판 스카이캐슬'이라고 말하던 분도 있었다.
2. '슈룹'의 뜻
1443년(세종 25년)에 편찬된 <훈민정음 해례본>의 <용자례(用字例)>를 보면, '슈룹'의 뜻을 찾을 수 있다.
슈룹爲雨繖
우산(雨繖)을 슈룹이라 한다.
- <훈민정음 해례본><용자례>
그렇다. 우리가 비가 올 때 그 비를 막기 위해 손에 들고 머리 위에 받쳐 쓰는 비막이 물건인 우산(雨傘/雨繖)을 조선시대 초기에 슈룹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위 사진은 당시 조선시대에 쓰던 우산을 재현한 것이다. 당시엔 나무로 살을 만든 대형 우산을 종종 사용했는데, 이를 슈룹이라고 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과거장에선 햇빛을 막거나, 비를 막기 위해 여러 명이 쓸 수 있게 우산(슈룹)을 준비해뒀다고 한다.
조선시대의 서민들은 슈룹(우산)을 따로 사용하진 않은 것으로 보이고, 대신 억새 속잎과 같은 일상 속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들을 엮어 만든 도롱이를 걸치거나, 머리에 삿갓을 이고 농사를 하러 나가거나, 볼일을 보러 나갔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전엔 슈룹(우산)을 뭐라고 불렀는지 알 수 있을까? 다행히도 중국 송나라 사신이 이를 기록한 책이 아직까지 남아 있었다. 1103년 송나라의 손목이 사신으로 오면서 당시 고려어 360개의 단어를 정리해 <계림유사>라는 책을 편찬했다. 여기에 이런 기록이 남아있다.
傘曰聚笠
산(傘, 우산과 양산)은 (고려어로) 취립(聚笠)이라 한다.
- <계림유사>
당시의 정확한 발음은 확실하지 않으나 취립(聚笠)과 비슷한 발음으로 쓰였을 것으로 보이며, 결국 이는 조선시대 때도 쓰였던 슈룹의 어원이 된다.
고려어(12세기 초 기록) | => |
조선어(15세기 중반 기록) |
聚笠[취립?] : 산(傘, 우산과 양산) | 슈룹 : 우산(雨繖) |
지금은 한자어 '우산'으로 대체되어 쓰이지 않는 순우리말 '슈룹'. 단어는 사라졌지만, 슈룹으로 비를 막는 모습은 올해 연말에 아이를 교육시키기 위해 그 보호막이 되어주는 엄마의 모습을 담은 가상역사 드라마의 제목으로 우리의 귀와 기억속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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