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의 흔한 액막이 축제 - 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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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키나와의 흔한 액막이 축제 - 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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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야코섬에서는 아이들이 울어난다 : 판투

오키나와현에서의 미야코지마(宮古島) 위치

パーントゥ[판투]는 현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시 미야코지마에서 열리 액막이 전통 축제다.

시마지리 판투 (출처 : 미야코지마시 종합박물관)

여기서 パーントゥ[판투]는 오키나와어로 귀신(鬼神)이나 요괴(お化け)를 뜻한다. 1948년에 쓰인 <미야코시마 서민사(宮古島庶民史)>에서는 '먹다'라는 뜻의 パーン[판]에 '사람'이라는 뜻의 ピトゥ[피투]가 합쳐진 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미야코지마의 히라라시마지리와 우에노노바루 지구 위치

가면을 쓴 내방신(来訪神, 1년에 한 번 특정한 때에 인간계를 내방하는 신) 판투(パーントゥ)가 마을을 돌아다니며 액(厄)을 물리친다. 미야코지마의 히라라시마지리(平良島尻)와 우에노노바루(上野野原) 2곳에서 행해지지만, 두 지구에서의 행사 내용에 차이가 있다. 현재 두 지역에 행해지는 판투는 UNESCO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연도 등재명 등재 유형 등재 상황
1982 미야코 판투(宮古のパーントゥ)  일본 선택무형민속문화재 선정
1993 미야코섬 판투(宮古島のパーントゥ) 일본 중요무형민속문화재 지정
2016 내방신 : 가면・가장 신들(来訪神:仮面・仮装の神々) UNESCO 무형문화유산 1차 신청
2017 2차 신청
2018 등재

 

2. 히라라지구 시마지리 판투 및 사투푸나하(平良地区島尻のパーントゥ・サトゥプナハ)

시마지리(島尻)에서는 매년 음력 3월말부터 4월초, 5월말부터 6월초, 9월 길일(吉日) 이렇게 1년에 3번 사투푸나하(里願い)가 열리는데, 판투는 이 중 3번째인 음력 9월 길일에 나타난다. 이 때문에 3번째 사투푸나하는 판투사투푸나하, 판투푸나하라고 불린다. 

 

판투는 우야판투(親パーントゥ), 나카판투(中パーントゥ), 후화판투(子パーントゥ)의 3개의 몸을 가지고 있는 내방신이다. 마을에서 이 신이 내려왔다고 여겨져 뽑힌 3명의 청년들이 분장해 판투가 되어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이 3명의 청년은 원칙상 저녁 때(낮에 하기도 한다), 가면을 쓰고, 시이노키카즈라(椎の木蔓)라고 불리는 덩굴식물 데리스 트리폴리아타(Derris trifoliata)를 걸치고, 응마리가(産まれ泉, 産まれ川)라고 불리는 우물 바닥에 있는 진흙을 온몸에 바르고 나타난다.

응마리가에 고여 있는 물

응마리가의 물은 일찍이 갓태어난 아이를 씻기는 곳인 우부유(産湯)로 사용되었으며, 한편, 죽은 사람의 부정을 없애는 물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즉, 응마리가는 미야코지마 사람의 탄생과 죽음을 함께하는 샘이었던 것이다.

시마지리모토시마(島尻元島) 위치 (출처 : 구글어스)

이 3명이 응마리가의 진흙을 몸에 바르고 마을의 발생지였던 시마지리모토시마(島尻元島)에 있는 우팟타누시바라(ウパッタヌシバラ)라고 불리는 우간쥬(拝所, 신에게 소원을 비는 장소)에 가서 5명의 여신인 미즈마이(ミズマイ)에게 기도를 드리고 마을에 내려와 액운을 쫓는다. 어떻게 액운을 쫓냐고? 지나가는 사람, 차 가릴 것 없이 응마리가의 더럽고 오래가는 냄새가 나는 진흙을 발라버린다! 아래 영상처럼 말이다. 아이들이 울고 불고 난리를 치지만 경찰도 그들을 돕지 못하고 당할 수 밖에 없다ㅋㅋㅋ

https://www.youtube.com/watch?v=G9y-6-OFGtU 

쿠바마(クバ浜) 해안 (출처 : https://note.com/)

수백 년 전, 미야코지마의 시마지리 지구에 있는 해안 쿠바마(クバ浜)에는 오키나와어로 쿠바(クバ)라고 불리는 비로야자(Livistona chinensis) 잎으로 쌓인 검은색과 붉은색의 가면이 떠내려왔고, 마을 사람들은 이 가면을 내방신으로 숭상했다. 이후 한 남자가 그 가면을 쓰고 마을을 쓰고 뛰어다녔는데, 이 행동에서 판투사투푸나하라는 행사가 유래했다고 한다.

 

이전에는 문이 잠겨 있지 않은 집에 판투가 들어가 집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일도 많았는데, 특히 신축 건물이나 사무실에는 액땜용으로 반드시 방문하도록 판투를 이끌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마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우지자네(氏神, 고장의 수호신)을 모시는 성역 무투(ムトゥ)에 들어가면 얌전해져 그 성역에서 대접하는 술을 마시곤 돌아갔다고 한다.

 

최근들어 여성 관광객 중 '옷이 더러워졌다'거나 '안겨졌다'라면서 민원을 넣는 일도 있었고, 얼굴에 흙을 묻히고 싶지 않았던 남성이 판투를 폭행한 일도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을 방송으로 행사 시작 및 종료 시각을 알리고 있으며, 마을 곳곳에 '판투사투푸나하 행사 중 흙을 묻히고 싶지 않으면 이 지역에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세워두어 신체 접촉과 얼굴에 흙이 묻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2. 우에노지구 노바루 판투(上野地区野原のパーントゥ)

우에노지구 노바루 판투는 음력 12월 마지막 축일(丑日, 소의 날)에 열리는 성인 여성과 소년만 참가하는 액땜 축제다. 현지에서는 사티파라이(里祓い)라고 부른다.

2018년에 열린 우에노 판투(출처 : https://www.miyakomainichi.com/)

사내 아이 1명은 판투 탈을 쓰고, 2명의 소년이 소라를 불고, 1명이 작은북을 친다.

그들을 따라가는 여성들은 머리와 허리에 '마니(マーニ)'라고 부르는 흑죽야자(Arenga engleri)와 '타두나이(タドゥナイ)'라고 불리는 참으아리(Clematis terniflora)를 두르고 양손에는 천축계(Cinnamomum pedunculatum)의 잔가지를 들고 있다. 

저녁에 기도를 드리고 마을 동쪽에 있는 니마가(ニーマガー) 우물에서 출발해 마을의 정해진 길을 따라 걸어가며 '호이! 호이!' 소리와 함께 액막이를 한다. 이후 마을 남서쪽 끝에 있는 무스룬미(ムスルンミ)에 도착하면, 쓰고 있던 풀 장신구를 벗어던지고,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춘 뒤 행사가 끝난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겨줄 만한 축제', '괴기한 일본 축제'로 알려지며 잠깐 유명해졌던 오키나와 미야코지마의 판투 축제는 괴기스러운 만큼 또 색다른 느낌이 드는 축제다. 진흙을 얼굴과 옷에 묻힌다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쁘고 더러워 보일 수 있지만, 이 진흙이 신성하다고 여겨지는 샘에서 나오는 진흙이라고 생각하면 또 막상 이상한 느낌이 들진 않는 것 같다. 난 참가해보고 싶지만 추천은 안한다. 옷 세탁도 입은 사람이 해야하니까 불편할 듯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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