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알아? 새우깡은 일본이 원조래!' |
1. 카루비 주식회사의 캇파에비센
어? 일본판 새우깡이다! 라고 봤다면 틀렸다. 이 과자는 한국 새우깡의 원조가 되는 카루비 주식회사의 캇파에이센이기 때문이다. 캇파에비센(かっぱえびせん)은 일본의 스낵과자 메이커 카루비(カルビー)가 밀가루와 새우(エビ)를 주원료로 해서 만드는 스낵과자다. 이 과자의 캐치프라이즈는 '그만둘 수 없어, 멈출 수 없어(やめられない、とまらない)'인데, 한국 최초 스낵 제품인 새우깡의 '손이 가요 손이 가'라는 광고 노래와 비슷한 어투를 풍기고 있다.
태평양 전쟁이 끝나고 4년 뒤인 1949년, 마쓰오 타카시(松尾孝, 1912~2003)는 히로시마현 히로시마시에 마쓰오 양식공업 주식회사(松尾糧食工業株式会社)를 설립했다. 이후 1955년, 사명을 카루비 제과 주식회사(カルビー製菓株式会社)로 개명했다.
1955년, 카루비는 만화가 시미즈 쿤(清水崑)이 그린 만화 캇파 천국(かっぱ天国)의 이름에서 유래한 밀가루로 만든 스낵과자 캇파아라레(かっぱあられ)를 발매했다. 이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자 카루비는 이참에 캇파아라레 시리즈를 만들었다.
1964년, 캇파 시리즈의 마지막 상품인 캇파에비센(かっぱえびせん)이 만들어졌다. 에비센이라는 이름은 새우전병(海老煎餅, 에비센베이)에서 유래했다. 마쓰오 타카시는 이 과자에 들어갈 새우는 무조건 생새우로 해야한다고 고집했고, 당시 공장과 제조 인원들은 이 때문에 새우 보관과 관리에 큰 고생을 했다고 전해진다. 향후 급속 냉동 기술의 발달로 생새우 공급이 안정화 되면서 상품은 더 불티나게 팔렸다.
https://www.youtube.com/watch?v=pfU0f3-U4lc
야메라레나이 토마라나이 캇파에비센
[그만둘 수 없어 멈출 수 없어 캇파에비센]
1969년, 카루비는 '그만둘 수 없어, 멈출 수 없어(やめられない、とまらない)'라는 캐치프라이즈로 카루비 캇파에비센의 CM송을 만들었고, 이 광고가 크게 히트하며 한층 더 유명해졌다.
이 과자 점차 인기를 얻게 되면서 카루비 포테이토칩스(カルビーポテトチップス), 그래놀라인 후루구라(フルグラ), 감자튀김 쟈가리코(じゃがりこ)와 자가비(Jagabee)와 함께 아직까지도 일본을 대표하는 과자로 알려져있다.
2. 주식회사 농심의 새우깡
1970년 농심 소고기라면이 큰 히트를 치며, 농심은 과자 연구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실험에는 4.5t 트럭 80대 분량의 밀가루를 사용했다고 하며, 튀김온도가 적절치 않아 수도 없이 태우는 과정을 반복했고, 또 강도 실험만도 수백 번이나 시행되었을 정도로 큰 열성과 돈을 투자하며 1971년 '새우'와 '아리깡'을 합쳐 새우깡이라고 불리는 스낵이 탄생하게 되었다.
여기서 아리깡은 농심그룹 초대회장 신춘호의 딸이 민요 '아리랑'을 부를 때, '아리깡~ 아리깡~'이라고 부른 것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UEUcG3w1X5M
이후 1991년, '손이 가요 손이 가'라는 CM송을 내세운 광고가 방송되며 큰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2005년, TV도쿄는 월드비즈니스 새털라이트를 통해 한국 제과업계의 일본과자 베끼기 관행에 대한 방송을 발표했다. 방송에서는 '한국 과자류의 상당수가 일본 것을 그대로 무단 도용했다. 일본도 모방을 통해 발전한 나라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라고 발표했다. 이에 농심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제품이 일본의 에비셍이라는 과자와 비슷한 건 사실이지만 따라한 것은 아니다. 여러 제품을 참조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제품이 나올 수는 있지만 우리 제품은 나름대로 특징이 있다.
- 농심 최호민 홍보팀 차장
그러나 세간에서는 우리나라가 일본 과자를 모방한 것 자체는 사실로 보인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한편, 이 논란에 대해 일방적인 일본의 한류 깎아내리기라는 반응도 있었다.
정황상 새우깡을 만들기 전 농심은 일본의 캇파에비센을 먹어봤을 가능성이 높다. 이후 새우를 이용한 과자를 만들 때 그 맛과 모양 등을 참고를 해 국내 기술을 이용해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캇파에비센을 모방 혹은 참고한 과자는 새우깡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타이의 하나미(ฮานามิ)와 필리핀의 오이시(Oishi), 중화권의 시아티아오(虾条)도 육안으로 보기에는 캇파에비센의 카피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16년 카루비는 공정과정이 까다롭다는 이유로 캇파에비센의 모조품은 없다고 밝히며 이 논란은 종결되었다.
베꼈든지 참고했든지 현재는 새우깡은 새우깡이고, 캇파에비센은 캇파에비센이라는 말이다. 한국과 일본이 서로 가까이 있는 한 언제까지나 이러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분명 어느 한 쪽은 모방이라고 주장할 것이고, 다른 한 쪽은 참고, 참조라고 주장할텐데, 모조품 논란이 지속되지 않게 양국이 정보 및 노하우 공유, 복제에 대한 규제를 다시금 살펴보고 확실한 법적 절차를 합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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