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리뷰] '이, 그, 저(뎌)'의 역사 - 지시대명사에서 담화표지까지(박근영(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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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리뷰] '이, 그, 저(뎌)'의 역사 - 지시대명사에서 담화표지까지(박근영(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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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1325775

 

‘이’,‘그’,‘저(뎌)’의 의미 기능 변화

언어와 문화, 2006, 2(1), 65

www.kci.go.kr

1. 서론

이 논문은 '이, 그, 저'의 의미와 기능이 지시사에서 담화 표지로 변화하는 과정을 문법화 이론으로 분석합니다.

기존 연구를 검토한 다음, '이, 그, 저'의 원형적 기능을 지시대명사로 보고, 여기에서 인칭대명사와 지시 관형사 등의 기능이 파생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이를 위해 현대국어뿐 아니라 중세국어와 근대국어 자료까지 함께 검토하여 역사적으로 의미 기능 변화의 흐름을 밝히고 있죠.

 

2. 지시사

우선, 논문은 현대국어와 중세국어를 함께 살펴보며, '이, 그, 저'의 지시사 기능을 범시적(panchronic)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논문은 지시대명사가 '이, 그, 저'의 원형적 기능이며, 여기에서 인칭대명사와 지시 관형사 기능이 파생되었다고 보죠. 이에 따라 지시대명사, 인칭대명사, 지시 관형사의 기능과 변화 과정을 차례로 고찰하게 됩니다.

2.1. 지시 대명사

 
중세국어 지시대명사
근대국어
현대국어 지시대명사 지시대명사 -

우선 논문은 '이, 그, 저(뎌)'의 원형적 기능이 지시대명사였음을 중세국어 자료를 통해 밝히고 있습니다.

 

중세국어와 근대국어에서 '이, 그, 저(뎌)'가 단독으로 사물을 가리키고 조사를 취하는 지시대명사로 자유롭게 쓰였으며, 상황 직시(situational deixis, 물리적 세계의 사물을 가리키는 직시)에서 담화 지시(discourse deixis, 담화 세계의 사물을 가리키는 직시)와 상념 직시(개념 직시, conceptual deixis, 화자의 의식 세계의 사물을 가리키는 직시)로 의미가 확장된 것은 문법화 과정에서의 은유와 주관화에 따른 변화로 설명합니다.

 

이후 근대국어로 들어와서, '이, 그, 저(뎌)'는 '사람'을 지시하고 대용(anaphora)했으나, 현대국어에서는 '이'와 '그'만 제한적으로 지시대명사 기능을 유지하고 있으며, '저'는 더 이상 지시대명사로 쓰이지 않죠. 또한 '이, 그' 역시 조사 결합에 제약을 받게 되면서 대용 기능이 약화되었고, 지시대명사의 기능은 '이것·그것·저것'으로 대부분 넘겨줬다고 설명합니다.

 

2.2. 인칭 대명사

(3인칭 대명사)
중세국어 3인칭대명사
근대국어
현대국어 - 3인칭대명사 -

이번에는 '이, 그, 저(뎌)'의 인칭대명사 기능이 지시대명사의 상황 직시성에서 파생되었음을 중세국어와 근대국어 자료를 통해 설명합니다. 당시에는 세 표현 모두 사람을 가리키는 3인칭대명사로 사용되었으나, 특히 '뎌(저)'가 '그'보다 더 활발하게 쓰였으며, 이후 음운 변화로 재귀대명사, 1인칭대명사 '저'와 형태가 같아지면서 3인칭 기능을 잃고, 그 자리를 '그'가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현대국어에서는 '그'만 3인칭대명사로 그것도 문어체로 남아 있고 '이'와 '저'는 그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는데요. 이러한 변화는 라틴어, 영어, 고대 튀르크어 등 지시대명사에서 인칭대명사로 발달하는 범언어적인 문법화 과정의 사례로 제시된다고 설명합니다.

 

참고로 현대국어에서는 '그 사람'과 같이 사람을 나타내는 의존 명사형을 붙여 쓰는 형태로 많이 쓰이며, 인칭대명사로서의 '이, 그, 저'의 복수형 '이들, 그들, 저들'이 아직도 쓰이고 있습니다.

 

2.3. 지시 관형사

 
중세국어 지시 관형사
근대국어
현대국어

이번에는 '이, 그, 저(뎌)'의 지시 관형사 기능이 지시대명사에서 문법화되어 파생되었음을 중세국어를 중심으로 현대국어와 비교하며 설명합니다. 처음에는 지시대명사와 명사가 함께 쓰이는 구조였으나, 반복적인 사용을 통해 '이, 그, 저'는 [대용] 기능을 잃고 [지시]와 [한정] 기능만 남아 지시 관형사로 재분석되었으며, 대용 기능은 '것', '분' 등의 의존명사가 담당하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그 결과 현대국어의 '이, 그, 저'는 독립적으로 쓰이거나 조사를 취할 수 없게 되었고, '이것, 그것, 저것', '이분, 그분, 저분'과 같은 결합형이 새로운 지시대명사로 굳어지는 문법화(재건)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합니다.

 

참고로 논문은 언어학자 지그문트 프라징기에르(Zygmunt Frajzyngier)의 <언어 속 데 디크토의 영역(The de dicto domain in language, 1991)>를 인용하며, 지시대명사와 정관사가 같은 형태를 지니는 것에는 독일어, 무푼어(Mupun language), 토바바탁어(Toba Batak language), 드레후어(Drehu language)가 있으며, 지시대명사와 지시형용사가 같은 형태를 띄는 것에는 영어가 있다고 말하면서, 이 역시 국어의 '이, 그, 저'가 지시대명사에서 지시관형사로 변화한 과정과 유사한 문법화 현상으로 해석합니다.

 

3. 담화 표지

마지막으로, '이, 그, 저'가 지시 관형사에서 담화 표지로 문법화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원래는 사물이나 상황을 지시하던 '이, 그, 저'가 점차 지시성과 한정성을 잃고 담화의 공백을 메우며 화자의 발화 주도권과 담화의 응집성을 유지하는 담화 표지로 변화하였으며,

출처 : 박근영(2006)

이 과정은 '의식 속 생각을 지시하는 단계(지시 의미 포함됨)-> 재분석을 통해 지시 기능이 약화되는 단계 -> 시간 벌기 기능이 굳어지는 단계(이 뒤에 명사류 이외의 부사, 동사 등이 올 수 있음)'를 거쳐 이루어진다고 보죠. 또한, 이러한 담화 표지는 [시간 벌기]를 기본 기능으로 하여 [머뭇거림·주저]와 [교정·부연 설명] 기능으로 확장되며, 이러한 변화는 영어(that), 핀란드어(tuota), 일본어(あの, あのう), 중국어( 那个) 등 여러 언어에서도 나타나는 보편적인 문법화 현상이라고 설명합니다.

 

4. 결론

출처 : 박근영(2006)

결론에서는 '이, 그, 저(뎌)'가 문법화를 거쳐 두 갈래로 변화했다고 정리합니다.

하나는 지시대명사에서 인칭대명사로 발전한 경로이며, 다른 하나는 지시대명사에서 지시관형사, 다시 담화표지로 발전한 경로입니다.

출처 : 박근영(2006)

이 과정에서 조사 결합 능력을 잃고, [지시]·[한정]·[대용]의 의미가 점차 약화되며, 강세도 사라지는 등 통사적·의미적·음운적 변화가 함께 일어났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중세국어의 지시대명사 '이, 그, 뎌'는 문법화 과정에서 일부는 '이것, 그것, 저것'과 같은 새로운 지시대명사 체계로 재편되었고, 일부는 본래의 지시 의미를 잃어 '음, 어, 저기, 거시기'와 유사한 담화표지로 발전하여 현대국어에서 공존하게 되었다고 결론짓습니다.

 

5. 제언

처음 제목만 봤을 때, 저는 이 논문이 '이, 그, 저(뎌)'의 문자적 역사일 것이라고 짐작했으나, 실제로는 저 세 단어들의 기능의 역사에 대해 분석한 논문이었습니다.

 

이 논문을 통해, 지금껏 제 머리에서 정리되지 않았던, '이, 그, 저(뎌)'의 의미 차이는 지시대명사, 인칭대명사, 지시관형사, 담화 표지로 구분된다는 것과 각각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었고, 이전에 읽은 논문들과도 일부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그 각 용법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서, 어원학적인 내용보다 사용 방법에 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던 좋은 논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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