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머리말
논문은 기존의 '이, 그, 저'를 거리(근칭, 중칭, 원칭)만으로 구분하는 설명은 실제 사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하며, 같은 대상을 두고도 서로 다른 지시어가 사용될 수 있는 사례를 제시하며, '이, 그, 저'를 거리성의 배타적인 체계가 아닌 통합적인 지시 체계로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1-1. 연구 목적 및 연구 방법
이 논문의 목적은 지시어 '이, 그, 저'를 개별적으로가 아니라 통합적인 관점에서 분석하여 의미와 기능을 밝히는 것입니다. 기존 연구는 지시어의 의미와 기능을 다양하게 규명해 왔지만, 점차 개별 지시어 중심의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이들을 하나의 체계로 이해하는 관점은 약화되었다. 논문은 '이, 그, 저'가 모두 '지시'라는 공통 기능을 공유하는 하나의 체계라는 점에 주목하고, 차이뿐 아니라 공통점을 중심으로 분석하여 각 지시어의 의미 기능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통합적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1.2. 선행연구
앞서 언급했듯, 논문은 '이, 그, 저'의 구조적 체계를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므로, 기존 연구를 지시어를 하나의 체계로 보려는 연구와 개별 지시어를 구분하려는 연구로 나누어 검토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각 장에서 선행연구를 참고하여 통합적인 관점에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합니다.
2. 2원 대립적 구성 분석

한국어는 영어, 중국어와 달리 세 개의 지시어(이, 그, 저)를 사용하지만, 언어의 일반성을 고려하면 실제 체계는 2원 대립으로 이해하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지금까지의 일부 연구는 '저' 또는 '그'를 이질적인 요소로 보고 '이'를 중심으로 2원 체계를 설명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구요.

반면, 논문은 한국어 화자들이 일상에서 '이, 그, 저'를 각각의 독자적인 영역을 가진 3원 체계로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활용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기존의 2원 대립적 해석은 한국어 지시어의 실제 활용 양상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2-1. '저'의 이질성
우선, 논문은 '저'를 '이, 그'와 다른 이질적인 지시어로 보는 기존 연구를 검토합니다.



박영환(1990)과 유경민(2005)은 '저'가 현장 지시에만 사용되고 대용 기능, 개념 지시, 문맥 지시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저'의 특수성을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논문은 개념 지시에서는 오히려 '저'외에도 '이' 역시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으며, 문맥 지시에서는 '이'와 '그'가 동일한 대상을 가리키며 교체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합니다. 따라서 '이-그'만을 하나의 대립쌍으로 보고 '저'를 별개의 요소로 취급하는 것은 활용 양상 전체를 설명하지 못하며, '저' 역시 '이'와 같은 층위에서 통합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결론짓습니다.
2-2. '그'의 이질성


강창석(2016)은 '이,그, 저'는 동일한 3항 대립 체계가 아니라, '이-저'를 기본 대립축으로, '그'는 청자가 이미 알고 있는 대상이나 청자의 관점을 반영할 때(화자를 고려할 때) 사용되는 특수한 지시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논문은 '그'가 화자 관점 반영 특수 지시어라는 설명만으로는 '그'의 용법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고 비판합니다.
'이'도 개념 지시에서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고, '이'와 '그'는 같은 대상을 가리키며 서로 교체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이-저'와 '그-저' 첩용어(疊用語, 같은 단어나 어근을 반복하거나 음운을 일부 교체하여 강조나 생동감을 부여하는 중첩어)는 존재하지만 '이-그' 첩용어는 존재하지 않는 현상도 특정 지시어 하나의 특수성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따라서 논문은 지시어의 교체 현상이나 지시어 합성어(첩용어)의 비대칭성은 '그'만의 이질성 때문이 아니라, '이, 그, 저' 전체의 체계적 관계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결론짓습니다.
3. 3원 대립 체계의 제안과 분석
이제 논문은 기존의 2원 대립적 분석의 한계를 바탕으로, '이, 그, 저'를 하나의 통합된 3원 대립 체계로 설명하는 새로운 분석 틀을 제시합니다.
3.1. 3원 대립 체계의 검증
논문은 이제 지시어를 화자, 청자 중심이 아니라 지시 대상 자체를 기준으로 분석합니다.
아이스크림을 고르는 상황에서는 같은 대상을 '이, 그, 저' 모두로 가리킬 수 있어 지시어 선택이 심리적 거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이는 반면,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같은 여행 프로그램을 보는 상황에서는 '여기, 거기, 저기' 중 하나만 자연스럽게 선택되는 경우가 있어 특정 환경에서는 지시어 선택이 강제됩니다. 이를 통해, '이, 그, 저'는 모두 같은 층위의 지시어이며, 각각의 사용은 환경적 조건에 따라 결정되는 하나의 3원 대립 체계임라고 판단했습니다.
3.2. ‘그’의 무표성과 ‘이’, ‘저’의 유표성

| 무표적 지시어 | 그 | 지시어의 기본 기능을 수행할 때 환경적 제약이 가장 적음 다양한 문맥과 상황에서 자유롭게 선택될 수 있어 가장 일반적 |
| 유표적 지시어 | 이 | 화자 중심의 지시성과 연관 타자화 정도가 강함 1인칭 지시에서 제약(자기 자신을 지칭할 때 '나' 대신 '이'를 사용하면 어색하거나 의미가 달라짐) |
| 저 | 화자와 청자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중립성([+중립])을 핵심 자질로 가짐 중립성으로 인해 구체성([+구체])을 띠며, 대체가 불가능한 고유의 영역을 가짐 개념 지시어나 문맥 지시어로 활용할 때 제약이 따라옴 |
논문은 기존에 '이'를 중심으로 해석되던 지시어 체계를, 환경적 제약이 가장 적고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그'를 무표적 지시어로 설정하여 재편할 것을 제안합니다. 반면, '이'와 '저'는 각각 특정 의미 기능을 담당하는 유표적 지시어로 봅니다.
| 이 | 그 | 저 | |
| 지시기능(=타자화) | O | ||
| 화자화 가능성(필요성) | O | X | |
| 중립 필요성(가능성) | X | O | |
| 유표성 | 유표적 | 무표적 | 유표적 |
| 구체성 | 낮음 | 높음 | |
| 의미 자질 |
[+화자] | [-화자] | |
| [-청자] | [+청자] | [-청자] | |
| [-중립] | [+중립] | ||
| [-구체] | [+구체] | ||
결국, '이, 그, 저'는 모두 지시 기능을 공유하지만, 화자화 가능성, 중립성 필요성 등에 따라 활용 양상이 달라집니다.

특히 '그'는 선택의 제약이 가장 적어 상대적 무표성을 지니며, 이를 중심으로 지시어 체계를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 결과를 도출합니다.
3.3. 3원 대립적 구조를 통한 해석의 확장
논문은 지금까지의 논의가 수용된다면, 호칭어나 어휘화된 시간 지시어, 반복어 등도 일관된 방식으로 이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합니다.

27번 예문에서 가게에서 종업원을 부르는 경우, 화자 중심의 주위 환기를 위해 '여기요'를, 중립적 거리감을 통해 예의를 갖추기 위해 '저기요'를 사용할 수 있으며, 처음 보는 사람을 부르는 경우, 화자와 청자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 거리감'이 필요하므로 보통 '저기요'를 씁니다. 범인 등을 부르는 경우, 청자 영역으로 주의를 강화게 환기시켜 화자가 상대를 확실히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 '거기'를 씁니다.

28번 예문에서 부사로 어휘화된 '이때, 그때, 저때'의 파생형 중 '입때/접때, 이번/저번'은 존재하나 '급때/그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무표성이 강하기 때문에, 그 자체가 3인칭 대명사로 기능할 정도로 지시어적 대표성이 강하기 때문이며, 이에 따르면, '그'가 수식하는명사구와 통합하여 다른 의미를 얻기 힘들다고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반복어에서도 '이거이거, 저거저거'는 반복을 통해 특정 상황이나 의미를 획득할 수 있지만, '그거그거'는 '그'가 가진 지시적 제약으로 인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4. 맺음말
논문은 '이, 그, 저'를 배타적인 거리 구분이 아닌, 통합적인 3원 대립 체계로 재해석하여 지시어의 의미 기능을 규명하였습니다. 특히 '그'의 무표적 성격과 '이'와 '저'의 유표적 특성('이'의 화자성, '저'의 중립성 및 구체성)을 통해 기존 연구들이 설명하지 못한 지시어의 교체 현상과 파생어 형성 원리를 일관되게 분석해냈습니다. 결과적으로 논문이 제시한 통합적 구조는 향후 한국어 지시어 체계에 대한 보다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이해를 도울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5. 제언
이 논문은 한국어 지시어 '이, 그, 저'를 배타적인 거리 구분의 산물이 아닌, 통합적인 3원 대립 체계로 재정립함으로써 한국어 지시 표현의 유기적 관계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였다는 의의를 가집니다.
다만, 이 논문에서는 '저'의 핵심 자질로 [+중립]을 설정하고 있으나, 기존 선행 연구들(최진(2020), 김일웅(1982), 박재희(2015) 등)에서는 '그'가 갖는 중립적·객관적 성격을 강조해 온 것과 대치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지시어가 지니는 '중립성'의 개념을 화용론적 관점에서 보다 엄밀히 정의하여, '저'의 중립성과 '그'의 객관적 성격이 화용론적으로 어떤 차별성을 갖는지에 대한 명확한 논의가 요구됩니다.
아울러, 논문은 '저'가 [+중립]의 자질을 지님에도 불구하고 유표적인 지시어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때 '중립성'과 '유표성'이 공존하는 기제에 대해 선행 연구들과의 비교를 통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본고에서 주장하는 '그'의 무표성 및 3원 대립 체계의 타당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