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적으로 아파보이지만 신성함을 가진 유로지비(юродивый)
본문 바로가기

어원과 표로 보는 역사 시리즈/어원과 표로 보는 세계사, 세계문화

외적으로 아파보이지만 신성함을 가진 유로지비(юродивый)

728x90

1. юро́дство의 뜻

юро́дство
어근접미사(suffix)어미
-юрод-
(축복을 포기한 금욕수행자)
-ств-о

이번엔 '바보 같거나(глу́пый) 미치광이(безу́мный)처럼 보이려는 의도적인 노력'을 뜻하는 юро́дство [유롣스트버]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유로드스트보를 통해 사람들에게 놀림받고 있는 유로지비 (출처 : aurora.network)

이런 유로드스트보(юро́дство)를 행하는 사람을 유로지비(юро́дивый)라고 부릅니다.
 

2. юродивый의 뜻

2-1. юродивый의 뜻

юро́дивый
어근접미사(suffix)어미
-юрод-
(축복을 포기한 금욕수행자)
-ив-ый

юро́дивый [유로지븨-]라는 형용사는 흔히 '백치의, 우매한'이란 뜻으로 번역되는데, 이렇게 단순히 쉽게 번역할 단어가 아닙니다. 우선 사전적 의미부터 살펴봅시다.

юро́дивый
(질적 형용사)
1. (반칭찬적) (자주 명사형) 별난( 자), 괴상한( 자)(чудаковатый), 비정상적인( 자), 이상한( 자)(ненормальный)
2. (종교적) (명사형)
유로지비(속세의 모든 가치를 거부하고 외적인 광기, 정신이상(безу́мие)으로 표현되는 지혜(му́дрость)를 가지고 삶의 금욕적인 모습을 영위하는 사람으로, 성인(Лик святости)의 한 부류)
3. (구식적) 바보같은(глупый)

일반적으로 보기에 보통의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을 유로지븨(юро́дивый)라고 하는데, 특히 종교적으로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들은 '지혜'를 볼 수 있는 능력을 받은 신성한 사람들'을 뜻하죠.

<대귀족부인 모로조바(Боярыня Морозова)>의 오른쪽에 보이는 유로지비 (출처 : Василий Суриков)

위 그림은 19세기 러시아의 유명화가 바실리 수리코프(Василий Суриков, 1848~1916)가 그린 <대귀족부인 모로조바>입니다. 이 그림은 17세기 루스 차르국의 알렉세이 미하일로비치가 니콘(Ни́кон)이라는 인물을 총대주교로 뽑고 종교 개혁을 맡겼는데, 그에 반발한 구교도 중 한 명이었던 대귀족부인 모로조바가 잡혀가는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이 그림의 가장 오른편에 앉아 있는 사람이 유로지비(юро́дивый)로 그려진 사람인데, 그는 그림 속에서눈 위에 앉아 오이를 파는 모스크바의 가난한 농부로 그려집니다.


이 단어는 고대 교회 슬라브어로 '바보, 미치광이'를 뜻하는 오우로두(оуродъ), 유로두(юродъ)에서 유래했습니다. 정교회에서 이들은 신앙심이 깊은 금욕주의자나 수행자, 떠돌이 수도사를 말하죠.
 
표면적으로 그들이 바보같거나 미치광이처럼 보이려는 이유는 세속적인 가치를 비난하고, 자신의 미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모욕과 학대를 온몸으로 받는 것입니다.
 

2-2. <구약성경>에서

정교회 이야기를 하니 성경 이야기를 빼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네요.
 
우선,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많은 예언자들은 곧 오실 '그리스도를 위한' 성스러운 바보(유로지비)같은 선구자로 여겨집니다.

1. 앗시리아의 사르곤 황제가 자기 군대의 총사령관을 보내 아스돗을 공격하여 점령할 당시
2.
여호와께서 아모스의 아들 이사야에게 '네 삼베 옷과 신발을 벗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그는 순종하여 벌거벗고 맨발로 다녔다.
3.
그러자 여호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종 이사야는 지난 3년 동안 벌거벗고 맨발로 다녔는데 이것은 앞으로 이집트와 에티오피아가 당할 일의 상징이다.
4. 이와 같이 이집트 사람들과 이디오피아 사람들이 앗시리아 황제에게 포로로 잡혀갈 때 젊은 사람, 늙은 사람 할 것 없이 다 옷을 벗은 채 엉덩이를 드러내 놓고 맨발로 끌려갈 것이며 이것이 이집트의 수치가 될 것이다.
5. 이디오피아를 의지하고 이집트를 자랑하던 자들이 당황하고 부끄러워할 것이며
6. 그 날에 블레셋 해안 지역에 사는 자들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앗시리아 왕에게서 우리를 보호해 줄 것으로 믿었던 자들이 당한 일을 보아라. 이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단 말인가?'


- <이사야서><20장>

예언자 이사야는 3년 동안 옷을 벗고 맨발로 다니며 재앙이 임박한 이집트 포로에게 경고했구요. 

1. 여호와께서 다시 나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아, 너는 넓적한 돌 하나를 가져다가 네 앞에 놓고 예루살렘성을 그 위에 그려라.
2.
그리고서 그 둘레에 토성을 쌓고 흉벽을 만들며 사다리를 세우고 또 적 진지를 만들고 성벽을 부수는 공성퇴(성문이나 성벽을 부수는 데에 쓰던 무기)를 그 성벽 둘레에 세워 놓아라.
3.
그런 다음 너는 칠판 하나를 가져다가 너와 그 성 사이에 철 성벽처럼 세우고 적이 성을 포위하는 것처럼 그 성을 포위하라. 이것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의 징조가 될 것이다.
4.
그리고서 너는 왼쪽으로 누워 이스라엘 백성의 죄를 담당하라.
5.
그들이 지은 죄 때문에 너는 거기서 390일 동안 누워서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며 네가 누워 있는 그날 수는 이스라엘 백성이 받아야 할 형벌의 햇수를 가리킨다.
6. 그 날 수가 다 차거든 너는 오른쪽으로 누워 유다 백성의 죄를 담당하라. 이번에는 네가 누워서 고통을 받아야 할 날을 40일로 정하였으니 그 하루는 1년을 가리킨다.
7. 너는 또 포위당한 예루살렘을 향하여 팔을 걷어제치고 예언하라.
8. 내가 줄로 너를 동여매어 네가 포위한 그 날 수를 채우기까지 네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할 것이다.
9. 너는 밀과 보리와 콩과 팥과 조와 귀리를 한 그릇에 담아 그것으로 빵을 만들어 네가 누워 있을 390일 동안 먹어라.
10. 그리고 너는 먹을 음식을 매일 약 230그램씩 달아서 정한 때에 먹고
11. 물도 하루에 약 6데시리터 정도 되어서 일정하게 마셔라.
12. 너는 음식을 보리빵처럼 만들어 먹되 그들이 보는 앞에서 사람의 똥으로 불을 피워 그것을 구워서 먹어라.'
13. 여호와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내가 세계 각처로 흩어 버릴 이스라엘 백성이 이방 나라에서 이와 같은 부정한 음식을 먹게 될 것이다.'
14. 그때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주 여호와여, 나는 자신을 더럽혀 본 일이 없습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죽은 것이나 들짐승에게 찢긴 것을 먹지 않았고 부정한 고기는 입에 대지도 않았습니다.'
15.
그러자 여호와께서 '좋다. 그러면 사람 똥 대신에 쇠똥으로 빵을 구워라.' 하고 말씀하셨다.
16. 여호와께서 나에게 다시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아, 내가 예루살렘에 식량 공급을 끊어 버리겠다. 백성들이 낙심하며 양식을 달아 먹고 근심 중에 물을 되어 마실 것이다.
17. 그러다가 양식과 물이 떨어지면 그들은 절망 가운데서 서로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놀라며 자기들의 죄 때문에 시들어 갈 것이다.'

- <에스겔서><4장>

선지자 에스겔은 포위된 예루살렘을 표시하는 돌 앞에 누워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준비된 쇠똥빵을 먹은 적도 있었습니다.

1. 주님께서 나에게 또 말씀하셨다. "너는 다시 가서, 다른 남자의 사랑을 받고 음녀가 된 그 여인을 사랑하여라. 이스라엘 자손이 다른 신들에게로 돌아가서 건포도를 넣은 빵을 좋아하더라도, 나 주가 그들을 사랑하는 것처럼 너도 그 여인을 사랑하여라!"
2. 그래서 나는 은 열다섯 세겔과 보리 한 호멜 반을 가지고 가서, 그 여인을 사서 데리고 왔다.
3. 나는 그 여인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많은 날을 나와 함께 살면서, 창녀가 되지도 말고,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지도 말고, 나를 기다리시오. 그동안 나도 당신을 기다리겠소."
4. 이스라엘 자손도 많은 날을 이렇게 왕도 통치자도 없이, 희생제물도 돌기둥도 없이, 에봇도 드라빔도 없이 살 것이다.
5. 그런 다음에야 이스라엘 자손이 돌이켜서, 주 그들의 하나님을 찾으며, 그들의 왕 다윗을 찾을 것이다. 마지막 날에는 이스라엘 자손이 떨면서 주님 앞에 나아가, 주님께서 주시는 선물을 받을 것이다.

- <호세서><3장>

선지자 호세아는 하나님께 대한 이스라엘의 불성실을 상징하는 창녀와 결혼하기도 했죠.
 
종교적 내용을 모른다고 치고 우리가 길을 걸어가던 사람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그들을 보고 처음 느끼는 감정 그리고 그들의 실제 목적을 알게 된 뒤에 느끼는 감정은 아마 완전히 다를 겁니다.
 
위에 소개한 3명의 선지자는 타인들의 관심을 끌어 이스라엘 백성들을 회개하고 하나님께 마음을 다시 돌리는 것을 유도하기 위해 이상해 보일 수도 있는 행동을 한 것입니다. 그들의 행동을 겉으로만 보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신의 뜻을 전하기 위해 보통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오히려 더 자유로울 수 있는 행동이라는 것이죠.
 

2-3. <신약성경>에서

18. 아무도 자기를 속이지 말아야 합니다. 여러분 가운데서 누구든지 이 세상에서 지혜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거든, 정말로 지혜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어리석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19. 이 세상의 지혜는 하나님이 보시기에 어리석은 것입니다. 성경에 기록하기를 "하나님께서는 지혜로운 자들을 자기 꾀에 빠지게 하신다" 하였습니다.

- <고린도전서><3장><18~19절>

사도 바울로는 코린토스 교회(고린도 교회)에게 전하는 첫 번째 서한에서 '세상의 지혜가 아닌 하나님의 지혜를 받기 위해 세상의 입장에서 어리석은 사람이 되어야 하며 그렇게 지혜로운 자가 되어야 한다'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9. 내가 생각하기에, 하나님께서는 사도들인 우리를 마치 사형수처럼 세상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들로 내놓으셨습니다. 우리는 세계와 천사들과 사람들에게 구경거리가 된 것입니다.
10. 우리는 그리스도 때문에 어리석은 사람이 되었지만, 여러분은 그리스도 안에서 지혜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약하나, 여러분은 강합니다. 여러분은 영광을 누리고 있으나, 우리는 천대를 받고 있습니다.

- <고린도전서><4장><9~10절>

사도 바울로는 또한 같은 서한에서 '크리스트교인들이 어리석은 사람이 되었으나, 오히려 그리스도 안에서 지혜가 있는 자들'이라고 말하며, 교회 안에서 분열을 일으키지 말고 신의 뜻에 순종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예수님이 사람들에게 구경거리가 되면서도 그들을 구원하는 고행길을 갔듯이 크리스트교도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죠. 교회를 다니지 않아 한국어로는 이러한 활동을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지만, 러시아 정교회에서 이러한 행위 자체를 유로드스트보(юро́дство)라고 합니다.
 

2-3. 러시아 역사 속의 유로지비

현재 크리스트교의 그런 정신을 이어받은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수많은 유로지비를 존경하며 그들을 기리고 있는데요. 그중 첫 번째 유로지비로 여겨졌던 '우스튜크의 프로코피(Прокопий Устюжский, 1243~1303)'가 꽤 유명합니다.

러시아 사상 최초의 유로지비, 우스튜크의 프로코피

그의 생애전인 <경건한 프로코피의 생애전(Житие Прокопия Праведного)>에 따르면, 그는 유럽의 게르만 땅에서 태어나 노보고로드를 거쳐 우스튜크(Устюг)에 도착한 성인으로, 스스로에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한 금욕 생활을 60년 가까이 해왔죠. 그는 대화재나 용오름(토네이도)을 예측했을 뿐 아니라, 1290년에 우스튜크 지역에 큰 운석이 떨어질 것이란 것도 예측할 정도로, 천문과 기상에 정통했다고 여겨집니다. 아마 당시 사람들은 그를 예언자라고 여겼을 것 같네요.

유로지비인 니콜라 살로스(Никола Салос)가 이반 뇌제에게 생고기 한 조각을 던져주면서 그가 피에 굶주렸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출처 : Андре́й Петро́вич Ря́бушкин)

16세기, 이반 4세(이반 뇌제)가 루스를 다스리고 있을 시절, 그 차르조차도 두려움에 떨었던 유로지비인 니콜라 살로스(Никола Салос, ~1576.02)가 살았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1565년, 다시 왕위에 앉게 된 이반 뇌제가 자신의 친위대격인 오프리치니크(опри́чник)를 만들어 자신에게 반역을 꾀할 것 같다고 의심되는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합니다. 이반 뇌제와 그의 오프리치니크는 1570년 2월에 프스코프를 급습하는데, 이때 그 친위대와 이반 뇌제를 향해 그들의 악행에 대해 꾸짖으면서 번개에 맞아 사망할 것이라고 저주를 내렸다고 합니다. 그때 차르는 너무 무서워서 주님에게 자신이 그런 죽음을 맞을 운명에서 벗어나달라고 울면서 기도했다고도 하죠...

축복받은 바실리 (출처 : Неизвестный русский иконописец)

15세기말에 작은 시골에서 태어난 축복받은 바실리(Васи́лий Блаже́нный)라는 불리게 된 한 남자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가죽신을 만드는 제화공(製靴工)이 됩니다. 그는 부지런했고, 하나님을 경외하며 신앙심 또한 깊은 청년이었는데요. 그 덕인지 그는 미래를 볼 수 있는 통찰력을 선물 받게 됩니다.
 
어느 날, 한 남자가 그에게 몇 년간 신을 수 있는 부츠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자, 그는 미소만 지을 뿐이었죠.
무슨 영문인지 궁금해 물어본 그 남자에게 바실리는 '당신은 내일 죽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진짜 그다음 날 죽었습니다.
 
16살이 된 그는 가죽신을 만드는 일을 그만두고 목자일을 시작합니다. 침대와 옷 없이, 그 자신을 신체적인 고통으로 몰아넣고, 믿음으로 자신의 몸을 따뜻하게 했다고 전하죠.
 
또 어떤 날엔 한 고위 귀족이 그에게 좋은 모피 코트를 선물한 적도 있었는데요. 그 고급 코트를 본 2명의 도둑들이 잔꾀를 내었습니다. 한 명은 죽은 체하고, 또 다른 한 명이 바실리에게 다가가 그를 묻어달라고 요청했죠. 바실리는 그들의 꾀를 알아차리곤 그들이 해달라는 데로 해줬습니다. 그리고 죽은 척하던 남자를 자신의 모피 코트로 덮으면서 '그대는 작당모의한 것으로 죽음에 이를 것이며, 사악함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다시 모피 코트를 벗기자, 죽은 척하던 남자는 진짜 죽어 있었고, 1명의 도둑은 도망가버렸다고 합니다.
 
또 어떤 책에서 1547년 여름, 바실리가 모스크바 오스트로그(Острог)의 보즈네센스키 수도원(Вознесенский монастырь)의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오랫동안 기도를 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그 다음날 1547년 모스크바 대화재(Моско́вский пожа́р 1547 года)가 일어났다고 하죠. 그 불길은 바실리가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던 그 수도원이었습니다.
그 외 3잔의 포도주로 노브고로드의 불을 진압했다는 전설도 남아 있죠.
 
축복받은 바실리 또한 이반 뇌제 시절에 활동했던 유로지비였는데요. 그는 바실리를 매우 경외했기 때문에, 그가 병에 걸려 죽기 직전 그의 부인 아나스타시야 로마노브나와 함께 그를 방문했다고도 하죠. 결국 그가 16세기 중반에 사망했고, 이반 뇌제가 카잔을 정벌한 기념으로 지으라고 명했던 포크롭스키 성당(Покровский собор)의 교회 묘지에 묻히게 되는데요. 그 포크롭스키 성당은 지금 '성 바실리 대성당'이죠. 여기서 '성 바실리'는 '카이사레이아의 바실레이오스'라고 여겨지는데, 다른 한편으론 이반 뇌제 조차 경외했던 유로지니 '축복받은 바실리'의 이름에서 따왔다고도 합니다.

1914년에 찍힌 제정 러시아의 마지막 유로지비, 미티야 코젤스키(Митя Козельский)

유로지비는 근대까지도 존재했습니다. 제정 러시아의 마지막 유로지비라고도 불리는 미티야 코젤스키(Митя Козельский, 1865~1929) 1901년부터 1911년까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유로지비였습니다. 그는 니콜라이 2세와 그의 황후 알렉산드라 표도로브나의 총애를 받았죠.
 
한 박사에 의하면 그는 '척추측만에 귀머거리에 벙어리였고,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았으며, 다리가 굽은 남자'였다고 합니다. 신체적으로는 그렇단거죠. 그러나 당시 황제와 황후는 그에게서 신성한 빛과 영혼의 기쁨과 휴식'을 느꼈다고 하죠. 그러나 그즈음 황실에 들어왔던 또 다른 종교인으로 국정을 농단했던 그리고리 라스푸틴에 의해 쫓겨나게 됩니다.
 
'유로지비' 자체는 어떤 직책이 아니고, '장애를 가졌으나 신성한 정신을 가진 사람'을 뜻하기에 그 어떤 사회에서도 이 유로지비는 존재하죠. 러시아 정교회에 따르면 유로지비는 과거부터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며, 미래에도 존재하겠죠. 그들은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힘든 고통을 받으며 신의 뜻을 따르고 전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당대엔 이런 유로지비들을 교회나 예배당에서 돌봐주고, 보살펴주기도 하는 등 지금 기준으로 봐도 이 부분에 한해선 선진적인 인권 문화가 발달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이제 단순히 юродивый를 '이상한, 백치의' 혹은 '이상한 사람, 백치, 바보, 정신이상자'라는 뜻으로 단순히 번역할 수 없단 걸 알겁니다. 그래서 '바보성자, 성스러운 바보'와 같이 번역하기도 하죠. 단순한 '정신이상자'가 아닌 '신에게 더 가까운 순수한 금욕주의적 성격을 지닌 정신이상자'의 모습은 <죄와 벌>의 '소냐'와 '리자베타 이바노브나', <바보 이반>의 주인공 '이반' 등에서도 보일 정도로 러시아 문화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약자를 대하는 방식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