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사상에 심취하지 말고 삶을 진실하게 받아들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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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 사상에 심취하지 말고 삶을 진실하게 받아들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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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와 아들(Отцы́ и де́ти)>이반 세르게이비치 투르게네프(Ива́н Серге́евич Турге́нев, 1818~1883)가 1860년부터 61년까지 쓰고 1862년 <러시아 회보(Ру́сский ве́стник, 1856~1906)>에 발표한 28장에 달하는 장편 소설입니다.

1861년, <농노해방령>과 관련된 사진과 그 

1860년대부터 1870년대까지 일어난 대개혁(Великие реформы) 당시, 이 소설은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죠. 특히 핵심 주인공 예브게니 바실리예비치 바자로프(Евгений Васильевич Базаров)의 이미지는 당시 1860년대 젊은이들의 롤모델이 되면서 개혁된 새로운 세대의 구현으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바자로프 특유의 비타협성, 권위나 오래된 진리에 대한 맹목적 숭배의 부재, '아름다운 것'보다 '유용한 것'에 대한 우선순위는 개혁 이후 인텔리겐치아(интеллиге́нция) 1세대의 이상(ideal)이 되었습니다.

 

2. <아버지와 아들>의 핵심등장인물로 보는 등장인물과 줄거리

예브게니 바자로프 그림 (출처 : wikipedia)

예브게니 바실리예비치 바자로프(Евгений Васильевич Базаров)는 허무주의자(нигилист, nihilist)이자 의대생입니다.

허무주의(нигилизм, nihilism)에서 그는 키르사노프(Кирсанов) 형제의 자유주의(либерали́зм, liberalism)와 그 부모님의 보수주의(conservatism, консерватизм)적 시각에 저항하는 아르카디(Аркадий)의 멘토이죠.

또한 혁명적 민주주의자였으며, 잡계급 지식인(разночи́нец, 귀족출신이 아닌 자유민주주의의 지식 계급 소시민)이었죠.

 

소설이 끝날 무렵, 그는 사랑에 대한 허무주의적 관점을 바꾸면서 오딘초바(Одинцова)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런데 사랑은 바자로프 자신에게 시험대로 밝혀졌고, 그가 명백한 낭만주의자(романтик)로 살고 있단 것을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그는 심지어 오딘초바에게 사랑을 고백하기까지 하죠.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마을 의사(лекарь)로 일합니다. 티푸스(тиф)로 사망한 남자를 부검하다, 무심코 감염되었고, 그렇게 죽어가는 바자로프는 오딘초바를 방문합니다. 그가 죽은 뒤, 장례식은 종교의식적으로 치러지며 이야기는 끝이 나죠.

니콜라이 키르사노프 그림 (출처 : Literaturus)

니콜라이 페트로비치 키르사노프(Николай Петрович Кирсанов)는 지주면서 자유당원(либерал)이자, 아르카디(Аркадий)의 아버지입니다. 그는 음악과 시를 좋아하는 낭만주의자였으며, 농업을 포함한 진보적인 흐름과 사조에 꽤 관심이 있는 편입니다. 소설의 초반부에서, 그는 평민 여성 페네츠카(Фенечка)에 대한 사랑을 부끄러워하지만, 결국 그녀와 결혼합니다.

파벨 키르사노프 그림&nbsp;&nbsp;(출처 : Literaturus)

파벨 페트로비치 키르사노프(Павел Петрович Кирсанов)는 니콜라이 페트로비치 키르사노프(Николай Петрович Кирсанов)의 형이자 50대 후반의 은퇴한 장교입니다. 그는 바자로프와 종종 사랑, 자연, 귀족 사회, 예술 그리고 과학(학문)에 대해 논쟁하길 즐기지만, 현재는 독신입니다.

물론, 그도 젊었을 땐 사랑을 했지만, 그 사랑은 비극적인 사랑이었죠.

사교계에서 만난 공작부인 Р.(Княгиня Р.)와 사랑에 빠지지만, 실연을 당하게 되었고, 그 이후 그녀를 잊지 못해 더 이상 이성을 만나지 않았기에 독신으로  살고 있습니다.

한편, 그는 자신의 모든 견해를 부정하는 바자로프를 싫어하고 그에게 결투를 신청하지만, 그의 엉덩이에 가벼운 상처를 입히면서 결투는 흐지부지 끝나게 된 일도 있었습니다.

아르카디 키르사노프 (출처 : Literaturus)

아르카디 니콜라예비치 키르사노프(Аркадий Николаевич Кирсанов)는 니콜라이 페트로비치 키르사노프의 첫번째 부인 마리야(Мария) 사이에서 태어난 23살 아들입니다.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의 최근 이과계열 졸업 예정자가 되었으며, 바자로프의 친구죠. 그는 바자로프의 영향 아래 허무주의자가 되었지만, 그 후 이러한 생각들을 포기하게 됩니다.

바실리 바자로프 (출처 : Literaturus)

바실리 이바노비치 바자로프(Василий Иванович Базаров)는 62세로, 바자로프의 아버지입니다. 사령관 의사(штаб-лекарь)이자, 은퇴한 육군 외과의사(хирург)였죠. 그러나 부유하지 않은 재산을 가지고 있었고, 아내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적당히 교육받고 계몽된 그는 시골의 삶이 그를 현대적 사조와 격리시켰다고 느끼게 되었고요. 그렇지만 보수적이고, 종교적인데도, 아들은 엄청나게 사랑하는 아버지입니다.

아리나 바자로바 (출처 : Literaturus)

아리나 블라시예브나 바자로바(Арина Власьевна Базарова)는 바자로프의 어머니이자, 바실리 이바노비치 바자로프의 부인입니다. 바자로프 마을(деревня Базарова)과 그 농노 주민 22명을 소유하고 있는 지주였죠. 또한 독실한 정교회 신도로 전통주의와 보수주의의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미신을 깊게 믿는 신기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감수성이 뛰어나고 예민하고, 작은 것 하나하나를 생각하는 인물이지만, 아버지처럼 그도 아들 바자로프를 사랑하는데요, 아들이 신앙을 포기하는 것에 대해 깊이 걱정합니다.

안나 오딘초바&nbsp;(출처 : Literaturus)

안나 세르게이브나 오딘초바(Анна Сергеевна Одинцова)는 허무주의자들을 친구로 받아들이는 부유한 28살의 미망인입니다. 그녀는 바자로프에게 호감을 가지지만, 그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을 땐 그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죠.... 그녀는 걱정 없는 평온한 삶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깁니다. '걱정 없는 평온한 삶'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선 <오블로모프>의 '일리야 일리치 오블로모프'를 조금 닮았는지도 모르겠네요~

카테리나(예카테리나 록테바) (출처 : сезоны-года)

카테리나(Катерина) 혹은 예카테리나 세르게이예브나 록테바(Екатерина Сергеевна Локтева)는 안나 세르게이브나 오딘초바의 여동생으로, 18살 정도 되는 조용하고 얌전하며 피아노를 즐겨 치는 작은 소녀입니다. 처음엔 아르카디가 안나와 오랜 시간을 보내며 그녀를 사랑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자신이 카테리나를 사랑했단 걸 깨닫습니다. 그래서 소설의 끝에선, 그녀는 아르카디와 결혼했고, 콜랴(Коля)라는 아들을 낳습니다.

 

3.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기획 의도와 문학적 해석

1862년 4월 14일, 극작가 콘스탄틴 콘스탄티노비치 슬루체프스키(Константи́н Константи́нович Случе́вский, 1837~1904)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반 투르게네프는 쓴 <아버지와 아들>이란 소설의 기획 의도가 무엇인지를 살짝 밝히고 있습니다.

(이) 모든 제 소설(<아버지와 아들>)은 상류층으로서의 귀족에 대한 것입니다.
니콜라이 페트로비치(Николай Петрович), 파벨 페트로비치(Павел Петрович), 아르카디(Аркадий)의 모습을 보십시오.
약함과 무기력 또는 마음이 좁은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미적 감각은 제 주제를 더욱 정확하게 증명하기 위해 귀족의 훌륭한 대변인을 선택하게 했죠. 크림이 나쁘면 우유는 어떨거 같나요?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상류층 귀족의 2세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모든 예술과 문학, 그리고 관습과 신과 차르에 대한 섬김을 중요시하던 구세대와 유물론, 허무주의, 관습 타파, 사랑의 부정에 빠진 급진파 신세대의 갈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주인공 예브게니 바자로프는 자신의 '허무주의와 유물론, 과학'에 대한 급진적 신념을 통해 사랑도 못하고, 결투처럼 다른 세대와 갈등을 겪게 되고, 우연이었을진 모르지만, 자신이 믿었던 '과학'의 탐구 과정에서 결국 사망하는 당시 급진적으로 기존의 사회를 붕괴시키고 새로운 사회를 만드려 했던 인텔리겐치아들의 파멸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했죠.

 

한편, 계몽적인 신세대지만 허무주의에 깊게 빠지지 않았던 아르카디는 아버지식의 구세대 문화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서도 삶 자체를 흘러가는 물에 자신을 맡긴 것처럼 받아들인 그는 행복한 삶을 이어나가게 됩니다. 이 모습을 통해 이전 세대와 무조건 대척하지 않으며 타인을 이해하고 세상과 삶까지 이해하며 삶을 그 자체로 진실하게 받아들인다면 한 개인은 행복해질 것이라고 작가는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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