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네긴의 타티아나에게로의 편지(Письмо Онегина к Татьян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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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네긴의 타티아나에게로의 편지(Письмо Онегина к Татьян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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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브게니 오네긴(Евгений Онегин>

1827년 당시의 푸시킨 초상화 (출처 : artportret.ru)과 그의 시소설 &lt;예브게니 오네긴&gt; 초판(1833) (출처 : @JohnnysNewCar)

 <예브게니 오네긴(Евгений Онегин, Евгеній Онѣгинъ)>은 러시아의 시인이자 작가인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Алекса́ндр Серге́евич Пу́шкин, 1799~1837)이 1823년 5월 9일부터 1831년 10월 5일까지의 장장 약 8년 동안 쓴 시소설(운문소설, роман в стихах)이며, 러시아 문학의 가장 중요한 작품들 중 하나로 여겨진다.
 
당대 유명했던 평론가 비사리온 그리고리예비치 벨린스키(Виссарио́н Григо́рьевич Бели́нский, 1811~1848)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푸시킨은 <예브게니 오네긴>을 시소설(романом в стихах)이라 불렀다.
또 (내가 볼 때) <오네긴(Онегин)>은
러시아의 삶의 백과사전(энциклопедией русской жизни)이다.
왜냐하면 그 소설은 '인생은 (그 책의) 모든 산문체적인 현실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푸시킨은 산문체를 사용한 이 소설에 당시 19세기 초반의 러시아 귀족들과 시골 사람들의 극적인 운명과 삶을 담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소설이 19세기 초 러시아인들의 다양한 삶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칭송받게 된 것이다.
 
이 소설은 8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은 40~60개의 연으로 구성된다.
또 특별한 점은 1장 2연에서 소설의 화자가 오네긴의 친구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오네긴이나 그의 소설 속 인물이 이 이야기를 청자에게 건네는 것이 아니고, 또 다른 제삼자가 이 소설을 이끌어간다는 걸 알 수 있다.

Онегин, добрый мой приятель,
Родился на брегах Невы,
Где, может быть, родились вы
Или блистали, мой читатель;
Там некогда гулял и я:
Но вреден север для меня. 
오네긴(Онегин), 친절한 나의 친구,
네바 강변에서 태어났고,
아마, 당신이 태어난 곳에서,
아님, 나의 독자들이 눈에 띄었던 곳에서.
그리고 난 한 때 그곳에서 놀았다.
허나 내게 (그) 북쪽은 위험하다.

<예브게니 오네긴> 속 주요 등장인물 등 간의 관계

줄거리를 간략히 알아보자.

<예브게니 오네긴(Евгений Онегин)> (출처 : Еле́на Петро́вна Само́киш-Судко́вская)

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귀족 청년 예브게니 오네긴이 사교계에서 여러 여자들을 꼬시며 시간을 보내다가 페테르부르크에서의 삶이 지루해지자 시골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독일에서 막 유학을 끝내고 돌아온 젊은 지주 블라디미르 렌스키를 만나 친구가 되었다. 그러다 렌스키는 그의 약혼녀 올가를 보기 위해 그 집에 갔고, 그의 친구였던 예브게니 또한 따라간다.
그리고 거기서 오네긴은 올가의 언니 타티아나를 보고 그녀를 마음에 두게 된다. 타티아나도 그에게 빠져 편지를 보낸다.

렌스키와 오네긴의 결투 (출처 : Илья Ефимович Репин)

그런데 오네긴은 그녀의 편지가 너무 공상적이라고 여겨 오히려 그녀에게 설교를 늘어놓았고, 그 일로 서로는 어색해졌다.
몇 달 뒤 타티아나의 파티가 열렸는데, 렌스키와 오네긴도 가게 된다. 렌스키는 둘 사이를 모르고 타티아나와 오네긴을 같이 앉혔다. 그에 분에 찬 오네긴은 렌스키의 약혼녀 올가와 춤을 춘다. 이에 화난 렌스키는 오네긴에게 결투를 신청했고, 오네긴은 렌스키를 죽인다...
 
시골로 내려와 처음 만난 친구 렌스키를 죽인 오네긴은 죄책감으로 외국을 떠돌아 다니다 여행에 실증을 느끼고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N공작의 부인이 된 타티아나를 만나고 사랑에 빠져 편지를 보내지만, 타티아나는 자신은 오네긴을 아직 사랑하지만, 남편이 있기에 그를 배신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2. 오네긴의 타티아나에게로의 편지(Письмо Онегина к Татьяне)

책의 마지막 장인 8장에서 오네긴 스스로 고백을 차버린 타티아나에게 사랑을 다시  받아주길 바라며 쓴 그의 편지가 6행으로 나와 있는데, 이 부분을 번역해봤다. 직역 위주로 했기에 어떤 부분에선 연결이 안될 수 있음을 감안해주었으면 한다.

Предвижу всё: вас оскорбит
Печальной тайны объясненье.
Какое горькое презренье
Ваш гордый взгляд изобразит!
Чего хочу? с какою целью
Открою душу вам свою?
Какому злобному веселью,
Быть может, повод подаю!
모든 것을 예견합니다. 너를 모욕할거요.
슬픈 비밀의 설명이 말입니다.
얼마나 쓴 경멸을
당신의 거만한 시선이 묘사할까요!
제가 뭘 원하냐구요? 어떤 목적으로
당신에게 (나) 자신의 영혼을 열어 보일까요?
어떤 악의에 찬 즐거움에게
빌미를 주는가 말입니다!
Случайно вас когда-то встретя,
В вас искру нежности заметя,
Я ей поверить не посмел:
Привычке милой не дал ходу;
Свою постылую свободу
Я потерять не захотел.
Ещё одно нас разлучило...
Несчастной жертвой Ленской пал...
Ото всего, что сердцу мило,
Тогда я сердце оторвал;
Чужой для всех, ничем не связан,
Я думал: вольность и покой
Замена счастью. Боже мой!
Как я ошибся, как наказан!
우연히 당신을 언젠가 만나서,
당신 안에 다정한 불꽃을 알아차리면서
난 감히 그것을 믿지 않았습니다.
사랑스런 습관에게 (내게로의 조금의) 움직임도 주지 않았어요.
(나) 자신의 혐오스러운 자유를
전 잃기를 바라(기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또 우리를 갈라놓은 (그) 하나...
렌스키(Ленский)의 불행한 희생으로서 쓰러졌죠...
심장에게 사랑스러운 모든 것으로부터
그때 난 심장을 파버렸습니다.
모두에게 타인인, 무엇에게도 구속되지 않는,
전 생각합니다. 자유와 평온은
행복의 대용이라고 말입니다.
내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얼마나 벌받았던지!
Нет, поминутно видеть вас,
Повсюду следовать за вами,
Улыбку уст, движенье глаз
Ловить влюблёнными глазами,
Внимать вам долго, понимать
Душой всё ваше совершенство,
Пред вами в муках замирать,
Бледнеть и гаснуть... вот блаженство!
아뇨, 매시각각 당신을 보고,
어디서든 당신을 따라갑니다.
입술을, 눈의 움직임을 (따라갑니다.)
사랑에 빠진 눈들을 움켜쥐고,
당신을 오랫동안 듣고, 이해합니다.
맘으로 모든 당신의 완벽함,
당신 앞에 고통들이 멎고,
창백해지고 쇠약해지고..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И я лишён того: для вас
Тащусь повсюду наудачу;
Мне дорог день, мне дорог час:
А я в напрасной скуке трачу
Судьбой отсчитанные дни.
И так уж тягостны они.
Я знаю: век уж мой измерен;
Но чтоб продлилась жизнь моя,
Я утром должен быть уверен,
Что с вами днём увижусь я...
그리고 전 그것을 빼앗겼습니다. 당신을 위해서요.
(전) 어디든 여기저기 끌려다니죠.
제겐 고귀한 날이, 제겐 고귀한 시간이 있습니다.

헌데, 전 헛된 따분함에서 (시간을) 썼습니다.
운명으로서 계산된 날들.
그리고 그렇게 힘들어진 그들(=날들).
전 압니다. 이미 저의 시대가 재어졌습니다.
그러나 저의 삶이 지속되려면,
전 아침에 확신해야 합니다.
제가 낮에 당신을 만날 수 있단 것을...
Боюсь: в мольбе моей смиренной
Увидит ваш суровый взор 
Затеи хитрости презренной —
И слышу гневный ваш укор.
Когда б вы знали, как ужасно
Томиться жаждою любви,
Пылать — и разумом всечасно
Смирять волнение в крови;
Желать обнять у вас колени,
И, зарыдав, у ваших ног
Излить мольбы, признанья, пени,
Всё, всё, что выразить бы мог,
А между тем притворным хладом
Вооружать и речь и взор,
Вести спокойный разговор,
Глядеть на вас весёлым взглядом!..
두렵습니다. 나의 온순한 기도가요.
봅니다. 당신의 엄한 시선을요.
비웃어지는 교활한 음모를요.
그리고 성난 당신의 질책을 듣습니다.
만일 당신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았다면,
사랑의 갈증으로 고생하는 것,
불타오르는 것을, 피 속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것을.
당신의 무릎을 껴앉고,
당신의 발 (밑)에서 울부짖으며,
애원, 고백, 호소를 흘러냅니다.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그 사이 차가운 체 하면서도
말과 시선을 (얼굴에) 쓰고,
평온한 이야기를 나누고,
즐거운 시선으로서 당신을 바라봅니다.
Но так и быть: я сам себе
Противиться не в силах боле;
Всё решено: я в вашей воле,
И предаюсь моей судьбе.
그렇지만, 그러하군요. 저는 접니다.
더이상 저항할 수 없어요.
모든건 정해졌군요. 전 당신의 의지대로,
제 운명을 단념합니다.

이렇게 그 나름 진심어린 편지를 썼음에도 타티아나에게서의 답장은 없었다. 그는 두 번, 세 번 편지를 보냈지만 결국 답장을 받지 못하고 그녀를 직접 찾아갔다. 그러나 그녀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자신은 이미 결혼했고 그러니 남편에 대한 신의를 저버릴 수 없다. 아내로서의 믿음과 의무로 당신을 거절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소설은 한층 성숙해진 타티아나와 어떠한 동기가 없이 사회적으로 아무런 긍정적인 역할도 하지 않는 어찌 보면 이기적으로 보이는 잉여인간(лишний человек)인 오네긴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야기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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