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식 연호는 뭘까? - 대한민국의 <연호에 관한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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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정리, 이슈/사회&문화&일상

한국의 공식 연호는 뭘까? - 대한민국의 <연호에 관한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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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호란?

연호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주변에 이 질문을 몇 번 던져봤다.

연호? 그거 신라시대나 고려시대 때 쓰던거 아님?
세종 10년, 융희 5년 뭐 이런거 잖아!
일본에서 쓰는거 그거 아냐? 헤이세이 몇 년, 레이와 몇 년 이런거.

그 중국에서 건원 3년 4년 이렇게 부르는거

다 맞는 이야기다. 일상적으로 연호(號)라고 하면 이렇게 동양에서 옛 왕조국가 시절에 쓰이던 특정 연도를 기준으로 몇 년이 지났는지를 표시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해(年)의 이름(號)이라는 뜻의 연호(號)는 2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위에서 지인들이 말했던, 그리고 대다수 사람들이 생각하는 역사적 의미에서 임금이 즉위한 해에 붙이던 칭호인 다년호(大年號)나 원호(元號)를 뜻하며, 나머지는 '임금 즉위'가 기준이 아닌, '1년'이라는 시간적 개념의 '해'를 기준으로 그 차례를 나타내기 위해 붙이는 이름을 뜻한다. 그렇다는 건 왕조 국가가 아니라도 연호를 쓸 수 있다는 말이다.

1. 고려시대부터의 한국의 독자적 연호

1-1. 고려의 독자적 연호

고려에서는 공식적으로 태조와 광종 시기에 연호를 썼었다.

서력기원 기준 실제 기간 서력기원 기준 실제 쓰인 연도 연호 군주
918~933 천수(天授) 고려 태조(왕건)
949~952 광덕(光德) 고려 광종(왕소)
960~963 준풍(峻豊)

918년 왕건이 여러 장수들의 추대를 받아 왕위에 올라 국호를 고려로 하고 독자적으로 천수라는 연호를 사용했다.

그러다 933년, 고려가 중국의 후당과 국교를 수립하며 후당의 연호를 쓰게 되며 폐지하게 된다.

 

이후 949년 고려 제4대 국왕인 광종이 즉위하면서, 광덕이라는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했다가, 953년부터는 중국의 후주의 연호를 사용하며 독자적인 연호를 폐지했다. 그러다 960년 후주가 망한 뒤 광종은 자신을 황제라 칭하고, 수도 개성을 황도(皇都)로, 서경을 서도(西都)로 정한 뒤, 준풍이라는 독자적인 연호를 쓰기 시작하며 황제국의 위상을 가지려 했다. 그러나 963년부터 중국의 송과 국교를 맺으며 송의 연호를 쓰기 시작했고, 그 이후에 고려 왕실이 공식적으로 연호를 썼다는 금석문이나 기록이 아직까진 발견되지 않았다.

 

1-2. 조선의 독자적 연호

조선 시대에는 명과 청의 연호를 쓰다가 1894년부터 고종대에 독자적인 연호를 쓰기 시작했다.

서력기원 기준 실제 기간 서력기원 기준 실제 쓰인 연도 연호 군주
1392~1895 1876~1895 개국(開國)
(이칭 : 개국기년(開國紀年))
조선 고종
1896~1897 건양(建陽)
1897~1907 광무(光武) 조선 고종
대한제국 고종

1894년, 흥선대원군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이 설립에 도움을 준 군국기무처에서 각종 제도개혁을 시작했는데, 이때 군국기무처 내에서 개국기년이라는 연호를 사용하자고 의결되며 1392년을 원년으로 개국이라는 연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음력 체계에서 양력 체계로 바꾸게 되며 연호 개국이 폐지되고 1896년 1월부터는 건양이라는 연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 연호는 독자적이라고 할 순 있지만 일본의 입김이 조금 들어간 연호였기 때문에 완전히 독자적이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다 고종은 의정부의 요청에 따라 연호를 광무로 하고, 군주의 칭호를 황제로 승격,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수정해 대외적으로 완전 자주독립을 재선언하게 된다.

 

1-3. 대한제국의 독자적 연호

대한제국 전 시기 동안 일세일원제(한 군주가 재위 중 하나의 연호만 사용하는 제도)에 의해 모든 황제가 즉위 기간 동안 각각 하나의 연호를 사용했다. 즉, 역대 군주제 국가 중 국가 선포 직후부터 멸망 때까지 유일하게 연호를 쭉 사용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서력기원 기준 실제 기간 서력기원 기준 실제 쓰인 연도 연호 군주
1897~1907 광무(光武) 조선 고종
대한제국 고종
1907~1910 융희(隆熙) 대한제국 순종

조선 고종이 경운궁으로 환궁한 뒤 우선 광무(光武)라는 연호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1달이 조금 지나서 황제 칭호를 수락했다. 그러고 나서 원구단에서 상제(上帝)에게 제를 올리고 대한제국을 선포해 제국의 반열에 들어섰다. 그렇게 고종은 광무라는 칭호를 재위 기간 동안 사용했다. 이후 고종에게 황위를 넘겨받은 그의 둘째 아들 순종이 즉위했는데, 그 치세 동안 융희라는 연호를 사용했다.

 

1-4. 대한민국과 북한의 독자적 연호

지금까지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연호에 대해 알아봤다. 지금부터 쓰인 연호는 '1년'이라는 시간적 개념의 '해'를 기준으로 그 차례를 나타내기 위해 붙이는 이름이라는 의미의 연호를 말한다. 군주제 시절의 연호와 혼동하지 않길 바란다.

서력기원 기준 실제 기간 서력기원 기준 실제 쓰인 연도 연호 사용국
1919~ 1919~1948 대한민국(大韓民國)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한민국
-2333~ 1948~1962 단군기원(檀君紀元) 대한민국
1~ 1962~ 서력기원(西曆紀元)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설립된 1919년부터 연호를 대한민국(大韓民國)으로 정하고 쭉 사용해왔다. 그러다가 1948년 <연호에 관한 법률>에서 단군기원(檀君紀元)을 연호로 쓰기로 정했고, 이후 1961년 개정된 <연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지금까지 서력기원(西曆紀元)을 연호로 쓰고 있다.

서력기원 기준 실제 기간 서력기원 기준 실제 쓰인 연도 연호 사용국
1~ 1948~ 서력기원(西曆紀元)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1912~ 1997~ 주체년호(主體年號)

반면, 북한은 쭉 서력기원(西曆紀元)을 쓰다가, 김일성 사망 3주기였던 1997년부터 주체사상을 강조한 주체년호(主體年號)를 서력과 같이 병기하며 사용하고 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주체의 태양으로 높이 솟아오르신 1912년을 원년으로하여 주체의 연호를 제정한다.

-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조선민주주위인민공화국 중앙인민위원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무원 발표(1997.07.08)

이렇게 북한은 김일성이 사망하고 3년이 지난 1997년, 김일성 출생 연도를 원년으로 한 주체 연호를 제정하고, 김일성의 출생일을 기념하는 태양절도 제정했다.

 

2. 대한민국의 <연호에 관한 법률>

그럼 우리나라에서 제정된 <연호에 관한 법률>의 내용을 정리해보자. 우선 1948년 9월 25일 제정되고 시행된 법률 제4호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적혀있다. 법률상 새로 기재된(혹은 새로 수정된) 부분은 밑줄로 표시했다.

대한민국의 공용연호는 단군기원으로 한다.

부칙
본법은 공포일로부터 시행한다

- <법률 제4호><연호에관한법률>(1948.09.25 제정, 1948.09.25 시행)

그렇게 1948년 9월 25일부터 임시정부 시절부터 썼던 연호인 대한민국(大韓民國)을 폐지하고, 단군기원(檀君紀元)이라는 새로운 연호를 쓰게 된다.

 

대한민국의 공용연호는 서력기원으로 한다.

부칙

①본법은 단기 4295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
②법률 제4호 연호에관한법률은 이를 폐지한다.
③본법 시행당시의 공문서중 단기로 표시된 연대는 당해 단기연대에서 2333년을 감하여 이를 서력연대로 간주한다.
④연대 정정에 있어서는 공문서정정에 관한 타 법령의 규정에 불구하고 당해 공문서의 서식에 적합하도록 연대 정정인을 사용하여 정정할 수 있다.

- <법률 제775호><연호에관한법률>(1961.12.02 폐지제정, 1962.01.01 시행)

그러다 1961년경 당시 사용하던 단기(단군기원)가 외교를 포함한 다양한 일반행정면에서 많은 애로 및 결점 사항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를 고치기 위해 단기연호를 당시에도 널리 쓰던 서기(서력기원) 연호로 고치기로 결정했다.

 

이후 이 법은 2014년 한번 더 개정된다.

대한민국의 공용(公用) 연호(年號)는 서력기원(西曆紀元)으로 한다.

부칙

①본법은 단기 4295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
②법률 제4호 연호에관한법률은 이를 폐지한다.
③본법 시행당시의 공문서중 단기로 표시된 연대는 당해 단기연대에서 2333년을 감하여 이를 서력연대로 간주한다.
④연대 정정에 있어서는 공문서정정에 관한 타 법령의 규정에 불구하고 당해 공문서의 서식에 적합하도록 연대 정정인을 사용하여 정정할 수 있다.

부칙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법률 제12209호><연호에 관한 법률>(2014.01.07 일부개정, 2014.01.07 시행)

사실 이 법은 법조계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도 법률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목의 띄어쓰기와 단어의 의미를 잘 이해하게 돕는 한자를 병기한 것이 전부지만, 이런 식으로 법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새로 일부 개정된 법률을 가져왔다.

 

지금껏 연호의 정의와 고려시대 이후 자주적으로 쓴 연호들을 간단히 정리해봤으며, 대한민국에서 제정된 <연호에 관한 법률>의 변천을 보며 어떤 식으로 대한민국의 연호가 바뀌었는지 정리해봤다.

 

북한의 현재 대표적인 연호는 주체년호로, 이는 북한만의 주체사상을 강조하기 위해 제정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는 1961년부터 단기를 폐지하고 서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민족 단일성이라는 시각을 조금 던져버리고 세계의 흐름 속에 자신도 뛰어들어 다양한 교류를 통해 큰 성장을 하려는 결심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일본은 현재도 공식적으로 덴노가 존재하며 그 덴노의 시기를 연호로 표시하는데 이는 일본은 아직 민족적 결집성을 유지하려고 하며, 덴노라는 존재 자체가 일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그 나라의 (군주제인 경우 특정 군주의) 현재 연호가 제정된 이유와 시기 그리고 쓰였던 기간만 보더라도 그 기간에 어떤 역사적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되며, 세계화에 대해 개방적인가 보수적인가와 같은 다른 국가와의 관계성도 유추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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