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천보력(天保暦) - 근대 일본을 알 때 참고해야 할 역법
본문 바로가기

어원과 표로 보는 역사 시리즈/어원과 표로 보는 세계사, 세계문화

일본의 천보력(天保暦) - 근대 일본을 알 때 참고해야 할 역법

728x90

1. 텐포레키(天保暦/천보력)

텐포레키(天保暦/천보력)는 1842년 개력(改暦, 역법 개혁)이 결정되고, 1844년부터 1872년 중 태양력 채용(메이지 개력(明治改暦)) 직전까지 약 30년간 쓰였던 일본 최후의 태음태양력으로, 과거 중국에서 쓰였던 천보력과 구별하기 위해 텐포진인겐레키(天保壬寅元暦, 천보임인원력)이라고도 불렀다.
 
메이지 개력(明治改暦, 1872)으로 새로운 역법인 그레고리력(Gregorian Calendar)으로 개력됨에 따라 당시 쓰였던 천보력(天保暦)은 구력(旧暦)이 되었다. 그 후 현재까지 일본에서는 개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력(旧暦)이라고 하면 이 천보력을 가리키는 경우가 꽤 된다.

[구력(旧暦)과 신력(新曆)]

우선, 개력(改曆)이란 말부터 알아야 한다.
개력(改曆)이란 역법을 고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쓰던 역법과 새롭게 만들어진 역법이 생기게 되는데, 이
기존에 쓰던 역법구력(旧暦), 새롭게 만들어진 역법신력(新曆)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에서는 1896년 1월 1일에 양력으로 그레고리력을 채택함으로써 이 역법이 신력이 되어 쭉 이어져서 쓰이게 되었다.
그러면서 1653년부터 조선에서 쓰였던 태음태양력인 시헌력은 구력이 되어 지금은 '음력'이라는 이름으로 문화적인 영향을 많이 주고 있다.

중국에서도 1644년부터 태음태양력인 시헌력을 쭉 사용했다가 1911년의 신해혁명으로 1912년 1월 1일부터 양력인 그레고리력을 도입하면서 그레고리력이 신력, 시헌력이 구력이 되었다.

일본에서는 이미 말했듯 1844년부터 태음태양력인 천보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가, 1873년 1월 1일부터 양력인 그레고리력을 도입하면서 그레고리력이 신력, 천보력이 구력이 되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구력은 음력, 신력은 양력인 것은 아니다.

유럽같은 경우 양력인 율리우스력에서 새로운 양력인 그레고리력으로 바꾼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프로이센은 1610년에, 영국과 아일랜드는 1752년에, 러시아는 1918년에, 그리스는 1923년에 기존의 양력 율리우스력을 버리고 새로운 양력인 그레고리력으로 바꿨다. 이로써 율리우스력은 구력, 그레고리력은 양력이 된다.

이렇게
구력과 신력의 개념은 음력, 양력의 차이가 아니라, 개력을 한 경우 기존에 쓰던 이전의 역법과 새롭게 재정된 역법을 나타내기 위한 단순한 개념일 뿐이다.

 

2. 텐포레키(天保暦)의 사용기간

닌코 덴노 (출처 : 천황124대)

1817년, 닌코 덴노(仁孝天皇, 1800~1846)이 즉위한다.
이후 1818년 5월, 그는 자신만의 새로운 연호인 분세이(文政, 1818~1831)라는 연호를 사용했다.
이 연호를 사용하던 도중 분세이 대화재(文政の大火, 1829.04)나 분세이 교토 지진(文政京都地震, 1830.08)과 같은 자연재해가 연달아 일어나며, 급하게 1831년 1월, 텐포우(天保, 1831~1844)로 개원하게 된다.

텐포력을 기록한 고문헌 (출처 : eco.mtk.nao.ac.jp)

1844년 2월 18일은 당시 텐포 15년 1월 1일이었는데, 그 날을 기점으로 당시까지 쓰던 태음태양력 칸세이레키(寛政暦/관정력)을 고쳐 새로운 텐포레키(天保暦/천보력)로 개력하며 천보력의 시대가 시작된다.

고메이 덴노 초상 (출처 : 코야마 쇼타로(小山 正太郎, 1857~1916))

이후 1846년부터 1867년까지 닌코 덴노의 아들 고메이 덴노(孝明天皇, 1831~1867)가 덴노가 되었을 때도 이 천보력은 계속 사용했었다.

1873년 10월의 메이지 덴노 (출처 : 가나가와현립 역사박물관)

시간이 지나 1867년부터 고메이 덴노의 아들 메이지 덴노(明治天皇, 1852~1912)가 덴노 자리에 있었다.
1872년 12월 9일(메이지 5년 11월 9일), 급작스럽게 태양력으로의 개력에 대한 포고가 메이지 덴노의 조서와 <태정관 포고 337호>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렇게 메이지 5년 12월은 이틀만 있게 되었고, 메이지 5년 12월 2일(1872년 12월 31일)까지 천보력을 사용했다.

 메이지 5년/1872년메이지 6년/1873년
천보력11월 29일12월 1일12월 2일--
그레고리력12월 29일12월 30일12월 31일1월 1일1월 2일

그렇게 1873년 1월 1일(메이지 6년 1월 1일)에 태양력 그레고리력으로 개력하면서 사실상 천보력의 시대는 끝이 난다.
물론 이런 갑작스런 조치로 처음엔 많은 혼란이 일어나긴 했다...
 
그러나 1909년(메이지 42년)까지 이세 신궁에서 발행하고 배포한 진구레키(神宮暦, 신궁력)과 같은 관력(官暦, 관(官)용 달력)에 기재되는 등 종교문화적으로는 꽤 오랫동안 쓰이긴 했다.
 

3. 역법으로서의 텐포레키(天保暦)

에도 시대 후기의 천문학자로 에도막부의 텐몬카타(天文方/천문방)이었던 시부카와 카게스케(渋川 景佑, 1787~1856) 등이 서양 천문학자의 성과를 접목해 완성한 달력이 바로 천보력이었는데, 이는 역대 태음태양력 중 가장 정밀한 태음태양력이었다는 의의가 있다. 실제로 천문학자 히라야마 키요츠구(平山 清次, 1874~1943)가 자신이 쓴 책 <역법과 시법(暦法及時法)>의 계산에 따르면 평균 태양년이 365.24219일, 평균 삭망월이 29.530589일인 것과 비교해보면 천보력의 태양년은 365.24223일, 삭망월은 29.530588일로, 그레고리력 태양년이 365.2425일보다 오차가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1항성년(365.242233952291)*(360+0.013972)/360365.25641일
1태양년-365.242233952291일
1항성월360/(13.1763967982)27.321582일
1삭망월360/(13.1763967982-0.9856472405)29.530588일
1근점월360/(13.1763967982-0.1114082820)27.554559일
1교점월360/(13.1763967982+0.0529551677)27.212217일

관정력(寛政暦)까지는 24절기를 1년간을 등분(시간분할)해서 계산한 평균법(平気法)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천보력에서는 태양의 위치를 계산해 천구 상의 태양의 궤도를 24등분(공간분할)해서 24절기를 구하는 정기법(定気法)이 채택되었다.
그러나 이 정기법 채택으로 치윤법(置閏法, 태음태양력이나 태양력에서 윤월이나 윤일을 달력에 넣는 방법)이 오히려 복잡해졌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이 천보력을 쭉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2033년에는 9월 다음이 11월이 되어 버린다는 문제가 일어난다(구력 2033년 문제). 또 중국이나 서양의 흐름에 반하여 부정시법(不定時法, 밤과 낮 따로 시간을 계산하는 시법)을 역법에서 공식적으로 도입한 것에 대해서도 꽤 많은 비판을 받았다.
 
삭(朔, 음력 1일)에서 다음 삭 전날까지의 29 혹은 30일을 1개월로 하고, 황경(黄経, 황도좌표의 경도) 330도인 우수(雨水)를 포함한 달을 1월, 그 다음 각 절기를 포함한 달을 순서대로 2월, 3월, 4월 ... 12월로 한다. 이 달 중 중기(中気, 정월을 제외한 12개의 절기)를 전혀 포함하지 않는 달은 윤달로 한다.

계절절월(節月)중기(中気)황경해당하는 그레고리력
1월우수(雨水)330도2월 19일경
2월춘분(春分)0도3월 21일경
3월곡우(穀雨)30도4월 20일경
여름4월소만(小満)60도5월 21일경
5월하지(夏至)90도6월 21일경
6월대서(大暑)120도7월 23일경
가을7월처서(処暑)150도8월 23일경
8월추분(秋分)180도9월 23일경
9월상강(霜降)210도10월 23일경
겨울10월소설(小雪)240도11월 22일경
11월동지(冬至)270도12월 22일경
12월대한(大寒)300도1월 20일경

 

4. 천보력에서의 그레고리력으로의 개력 이후의 구력

일본에서는 신력(新暦)으로의 개력 이래 현재까지 구력(旧暦)이라는 이름의 태음태양력이 역서(暦書)나 달력 등에 기재되어 있다. 이는 현대 천문학에 근거하여 관측된 달과 태양의 움직임으로부터 삭과 24절기를 계산하고, 또 관측 기준이 교토의 동경(東経) 약 135도 46분이었던 것을 일본 표준시 자오선(日本標準時子午線, JSTM)의 동경 135도로 변경하여 치윤법만 천보력과 같게 한 것이기에 지금 일본의 구력은 엄밀히 말하면 천보력은 아니다.

일본 국립천문대 미타카(三鷹) 캠퍼스 (도쿄도 미타카시) (출처 : Osamu Iwasaki)

이 계산은 현재 일본 국립천문대가 수행하고 있으며, 그 계산 결과는 매년 2월 초에 이듬해 몫이 <레키요코(暦要項/역요항)>이라는 명칭으로 <관보(官報)>를 통해 고시된다. 이렇게 고시된 내용을 가지고 시판 달력에 음력 월일이 게재된다.
이렇게 현재 일본에서 공적으로는 구력(旧暦)은 유지되고 있진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구력이 정해지곤 한다.
 
일본의 천보력(天保暦)은 막말부터 메이지 초기까지 쓰였던 역법인 만큼, 그 시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웅대하면서도 아주 작은 돌맹이라고 볼 수 있다. 약 28년간(1844~1872) 쓰였던 이 천보력을 통해 당시의 시간 개념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일본사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현대의 그레고리력에 맞게 정리하는데도 큰 도움을 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