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일본 나가사키현에 규슈로부터 꽤 멀리 떨어진 큰 섬무리가 있는데, 이 열도를 고토 열도(五島列島, 5도 열도)라고 한다. 이 고토 열도의 위쪽에 오지카 섬(小値賀島)이라는 규슈 본토에서 약 50km 떨어져 있는 12.22km2의 작은 면적의 섬이 하나 있다.
사실 이 섬을 중심으로 어떤 섬에 대한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 그 섬이 바로 코우라이지마(高麗島, 고려섬)이다.
코라이 섬(高麗島, 고려섬)은 현재의 나가사키현 고토 열도에 속한 오지카 섬과 우쿠 섬(宇久島)의 서쪽에 위치한 한 여울(瀬) 혹은 코마소네(高麗曽根)에 있었다고 알려진 섬이다. 아주 오래전에는 돈도 많고 풍요로워 크게 번영했던 섬이었다. 이 섬사람들은 쿠오라이야키(高麗焼)라는 훌륭한 도자기를 만들어 생계를 유지했었고, 또 지장보살 석상(石地蔵)을 마을 중간에 모시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이 지장보살 석상이 섬사람들의 꿈에 나타나 "내 얼굴이 붉어지면 큰 재앙이 다칠 것이니 이를 알고 즉시 섬에서 도망쳐라"라고 말했다. 그런데 심보가 고약한 어떤 사람이 실제로 지장보살 석상의 얼굴을 붉게 칠해 버리곤, '엇? 지장의 얼굴이 빨개졌어~'라고 사람들에게 알렸다. 그러자 몇몇 섬사람들은 급히 배를 타고 도망갔고, 그 장난을 친 사람은 이 모습을 보고 즐겁게 웃고 있었다..
그날 밤이 되자 정말 섬은 지장보살 석상이 말한 데로 하룻밤 사이에 남아 있던 사람들과 함께 바닷속으로 가라앉아버리게 된다. 그리고 그 바다 주변에는 도자기 파편이 달그락달그락하는 듯한 파도 소리가 지금까지 들린다고 전해진다.
이 전설을 바탕으로 한 아래 애니메이션을 참고하자.
https://www.youtube.com/watch?v=8yP0g9aK-DQ
고토 열도의 다른 히사카 섬(久賀島)의 와라비초(蕨町)에는 이 코라이 섬에서 탈출할 때 섬사람들이 가져왔다고 전해지는 머리가 길고, 눈이 치켜 올라간 이상한 지장보살이 모셔져 있으며, 선조가 코라이 섬에서 도망쳤다는 옛 집에는 쿠오라이이야키 도자기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히사카 섬의 와라비초에서 약 3시간을 서북쪽으로 배를 타고 가면 코라이세 혹은 코마소네라는 이름의 해저 지형이 나타난다. 밀물(간조) 때에는 물밑이 잘 보이고, 그 아래에는 묘석이나 돌담과 같은 흔적이 보인다고 한다.
다만 1977년 8월의 나가사키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는 돌담과 묘석 같은 것이 아니고 자연적인 사암성 주상절리였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섬이 가라앉았다는 전설은 이곳뿐 아니라 일본의 가고시마현, 난세이 제도와 같이 다양한 지역에 있으며, 한국, 중국에도 무언가가 가라앉았다는 설화는 꽤 있다. 그래서 이 전설은 사실 대륙에서 건너온 전설과 불교문화가 섞인 것이 아닐까라는 이야기도 많이 있는데, 유래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일본에 전해져 내려와 많은 사람들에게 궁금증과 탐험심을 안겨주고 있다. 그래선가 고토 열도 인근에 이렇게 스쿠버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곳까지 생겨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섬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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