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구마(sweet potato)
고구마는 가지목 메꽃과 나팔꽃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뿌리채소로, 뿌리에 녹말이 많고 단맛이 나는 혹줄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뿌리의 혹줄기를 주로 '고구마'라고 부르며 먹는다.
식물로써의 고구마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래했으며, 더위와 건조한 대기 환경에 강해 마른 땅에서도 잘 자란다. 잎은 공심채나 나팔꽃과 비슷하며, 그 꽃은 나팔꽃과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 아마 이 식물은 나팔꽃속에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2. 고구마 이름의 유래
2-1. '고구마'라는 이름의 유래
우리가 지금 고구마라고 부르는 작물은 중국의 <본초강목>에 기록된 '감저(甘藷)'라는 이름으로 조선에 처음 들어오게 된다. 이후 이 말은 감자와 같은 식물을 통칭하는 말로 쓰이다가, 결국은 지금의 '감자'라는 식물의 이름으로 쓰이게 되었다. 이 말이 전국적으로 퍼져 다양하게 부르게 되었는데, 각 지역에서 이 식물을 어떻게 부르는지 <'감자'와 '고구마'의 어원(김무림(강릉대학교 교수), 2009)>의 논문을 참고해 정리해봤다.
지역 | '고구마'에 대한 명칭 | '감자'에 대한 명칭 |
제주도 | 감제 | 지실 |
전라도 | 감자, 무시감자, 고구마 | 북감자, 하지감자 |
경상도 | 감자, 고구마, 고구메 | 감자, 감재, 북감자, 당감자 |
충청도 | 감자, 무시감자, 지주감자, 고구마 | 감자, 감재, 북감자, 하지감자 |
경기도 | 호감자, 고구마 | 감자 |
강원도 | 고구마 | 감자, 감재, 가지감자 |
황해도 | 호감자, 고구마 | 감자, 올감자, 감지 |
함경도 | 일본감재, 사탕감재, 고구마 | 감자, 감지, 감재 |
평안도 | 왜감재, 되감재, 양감재, 고구마, 디과 | 감지, 감재 |
지금도 '고구마'를 '고구마, 감자'와 같은 두가지 유형으로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고구마'라는 말은 어디에서 유래한걸까? 바로 조선시대에 쓰인 19세기에 쓰인 <물명고>와 18세기에 쓰인 <해사일기>에 나오는 구절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고금아
- <물명고(物名考, 1824)>
19세기에 쓰인 <물명고>에서는 해당 작물 [고금아]라고 부른다고 기록하고 있다.
名曰甘藷 或云孝子麻 倭音古貴爲麻
감저(甘藷)라고 부른다. 혹은 효자마(孝子麻)라고 하는데, 왜의 발음(倭音)으로는고귀위마(古貴爲麻)다.
- <해사일기((海槎日記, 1763~1764)>
그리고 이 말은 해당 작물을 쓰시마 방언(対馬方言)으로 [고귀위마]와 비슷한 발음으로 쓰였던 것을 알 수 있는데, 현재에도 쓰시마 방언에서 이 식물을 孝行芋[こうこういも /코우코우이모]라고 부르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아마 이와 유사한 발음으로 계속 불려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2-2. '코코이모(孝行芋)'라는 이름의 유래
孝行[こうこう/코우코우]는 효행 즉, 부모를 잘 섬기는 행실을 말하며, 芋[いも/이모]는 식물의 뿌리나 땅속줄기가 비대해져 녹말과 같은 양분을 비축하는 식물들을 말한다. 여기에는 참마(ヤマノイモ), 토란(サトイモ), 고구마(サツマイモ), 감자(ジャガイモ) 등이 포함된다.
직역하면 '효행 감자(류)' 정도로 번역이 되는 孝行芋[こうこういも /코우코우이모]라는 말의 유래를 살펴보자.
벼농사가 어려웠던 쓰시마(対馬)에 1732년 쿄호 대기근(享保の大飢饉, 1732~1733)까지 덮쳐 백성들이 살기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마을의 젊은이들은 이 작물을 재배해 부모님께 가져다 드렸고, 그래서 이 작물이 '효행을 보여주는 작물'이라는 뜻에서 코코이모(孝行芋)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럼 그 이전에는 뭐라고 불렀을까?
2-3. '류큐이모(琉球薯)'와 '사쓰마이모(薩摩芋)'라는 이름의 유래
오래전 지금의 오키나와 본도에는 류큐 왕국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나라의 챠탄(北谷) 지역의 마기리(間切)에 노구니무라(野国村)라는 마을이 있었는데, 이 마을을 다스리던 직책을 노구니 총관(野國總管)이라고 한다.
1596년부터 1615년경에 이 직책을 맡고 있던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 노구니 총관(野國總管)이 부임하고 있었는데, 해당 지역에 농민들이 가뭄으로 고통받는 것을 본 노구니 총관이 1605년, 명의 푸저우(福州) 지역에서 중국의 번서(蕃薯) 씨앗과 모종을 가져와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 마을 사람들은 번저(蕃薯)를 먹으며 배고픔을 이겨내게 되었고, 이 사실이 류큐 조정의 귀에 들어가자 사신들이 찾아와 그 재배 방법을 배우고 류큐 전체로 이 작물을 퍼트리며 번저(蕃薯)는 류큐 왕국의 대표적인 구황작물이 되었다. 이후 에도 막부는 대기근으로 발생한 기아를 막을 목적으로 이 류큐 지역에서 그 당시 널리 재배되고 있던 번저(蕃薯)를 류큐이모(琉球薯)라는 이름으로 일본 본토로 들여오게 되었다.
이떄 류큐에서 당시 사쓰마를 통해 들여왔기 때문에, 사쓰마로 들어온 이모라는 뜻에서 사쓰마이모(薩摩芋)라고 부르게 되었고, 이 말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참고로 시적인 의미로서의 고구마, 혹은 단순히 군고구마를 부를 땐 쥬산리(十三里)라고도 하는데, 이는 '밤보다 맛있다'라는 뜻의 栗よりうまい[쿠리요리우마이]라는 시적인 표현에서 유래했다. 이는 발음을 이용한 시적인 장난이라고 봐야하는데, '밤'을 뜻하는 栗[쿠리]가 '9리'라는 뜻의 九里[쿠리]와 발음이 같고, '~보다'라는 뜻의 부사 より[요리]는 '4리'라는 뜻의 四里[요리]와 발음이 같기 때문에, '9리 4리 맛있다'라는 식의 九里四里[쿠리요리]라고 적었다가 9+4=13이란 것에 착안해 '쥬산리(十三里)'라고 부르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표로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고구마' 명칭 유래 | |||
번저 | 류큐이모 | ||
사쓰마이모 | 코코이모 | 고구마 | |
사쓰마이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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