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식 만두, 펠메니(пельме́н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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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정리, 이슈/음식

러시아식 만두, 펠메니(пельме́н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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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에 삘몌니(펠메니пельме́ни)라는 음식을 알게 되었고, 이 음식이 어떤 음식인지, 이름의 유래가 뭔지, 왜 이런 음식을 먹게 되었는지가 궁금해 찾아봤다.

1. 삘몌니(пельме́ни)의 정의

소스 스미따나(смета́на, 스메타나)와 같이 나온 삘몌니(пельме́ни) (출처 : flickr.com)

어형 분석부터 해보자. пельме́нь 불활동체 남성 명사다.

(불활동체 남성 명사 пельме́нь)

어근 : -пельмень-
단수 복수
주격 пельме́нь пельме́ни
생격 пельме́ня пельме́ней
여격 пельме́ню пельме́ням
대격(불활동체) 주격
조격 пельме́нем пельме́нями
전치격 пельме́не пельме́нях

다시 돌아가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출처 : edaimir.com

삘몌니(Пельме́ни, 펠메니)잘게 썬 고기나 생선으로 속을 채운 소금기 없는 반죽을 열처리해 만드는 러시아, 우드무르트인(Удмурты), 코미인(Коми) 그리고 몇몇 다른 핀-우그리아족(Финно-угорские народы) 등의 북유라시아 민족들의 전통 요리다.

 

2. 삘몌니(пельме́ни)의 기원과 어원

페름어파에 속하는 코미어와 우드무르트어 사용 범위(좌측)과 пельме́ни의 유래(우측)
러시아어 пельме́ни[삘몌니]는 우랄어족의 페름어파에 속하는 우드무르트어나 코미어에서 유래했다. пельме́ни는 이 두 언어에서  '빵(의) 귀(bread ear)'라는 뜻의 пельнянь[뻴ㄹi냔ㄴi]에서 유래했는데, 이 단어에서 пель[뻴ㄹi]는 '귀(ухо)'를, нянь[냔ㄴi]는 '빵(хлеб)'을 뜻한다.

 

그럼 이 음식은 언제 러시아 식탁에 들어온걸까?

소련의 유명한 스칸디나비아학자 빌리얌 바실례비치 빠흐룝낀(В. В. Похлёбкин, 1923~2000)의 연구에 따르면, 14세기 후반~15세기 초반에 이 펠메니는 우랄 지역에서 러시아어로 처음 들어왔을 것이라고 한다.

15세기의 킵차크 칸국(주치인 울루스, 1240'~1502)와 그 아래에 있던 차가타이 칸국(1225~1347) (출처 : kavkazcenter.com)

이 때는 현 우크라이나 지역과 러시아 지역의 몽골 제국의 지배를 받아 속국화되어 있었을 때였다. 흔히 타타르의 멍에(1240'~1502)라고 부르던 시대였다. 같은 시각, 몽골 킵차크 칸국의 지배를 받아 만두와 같은 음식의 영향을 받았던 중앙아시아의 우드무르트인(코미인들은 더 추운 북쪽에 살았기에 거의 지배받지 않았다.)들이 펠냔(пельнянь)을 만들어 먹었고, 이 음식이 루스인들에게도 전래되면서 러시아에 본격적으로 삘몌니(пельме́ни)라는 이름으로 널리 퍼지게 된다.

 

우랄 지역 향토사학자 빠빌 안똘리비치 카르차긴(П. А. Корчагин, 1960~)의 분석에 따르면, 1579년의 한 기록에 따르면, 카마 강(Ка́ма) 유역 상부에 이미 '펠멘의'라는 뜻의 '뻬리멘나야(пельменная)'라는 성이 쓰인 기록은 있지만, 그들이 실제로 삘몌니(펠메니)를 팔던 사람은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이런 삘몌니(펠메니)는 단순히 어떤 의식 행사 때 사용하는 음식은 아니었고, 단지 손님들을 맞이하거나, 다른 행사가 있고 난 뒤에 먹는 그런 음식이었다.

 

이런 역사가 있어서 그런가 러시아 연방의 우드무르트 공화국(1990~)은 삘몌니(펠메니)의 원조 지역이라는 인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15년부터 '전세계 삘몌니의 날(전세계 펠메니의 날, всемирный день пельменя)'을 선포해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Всемирный День Пельменя 2021 영상 캡쳐 (출처 : 유튜브)

삘몌니(펠메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시작으로 위 사진처럼 삘몌니(펠메니)를 사서 나눠먹기도 하고,

Всемирный День Пельменя 2021 영상 캡쳐 (출처 : 유튜브)

다양한 무용, 랩 등의 문화 행사를 보고, 삘몌니(펠메니) 말고도 다양한 지역 전통 음식과 음료를 먹고 마시기도 한다.

 

3. 삘몌니(пельме́ни)를 만드는 법

출처 : www.youtube.com/c/ШефповарВасилийЕмельяненко

곡물가루(мука), 달걀, 물로 만든 삘메니(펠메니) 반죽으로 만든 조금 두꺼운 피를 먼저 만들어 준다.

출처 : www.youtube.com/c/ШефповарВасилийЕмельяненко

그 다음 다진 고기류(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생선 등)와 후추, 마늘, 양파, 고추를 섞어 소를 만든다.

소를 만들 때 돼지고기나 양고기로 주로 만들지만, 그 외 돼지 지방, 곰고기, 사슴고기, 거위고기, 연어살, 감자, 양배추를 넣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연어살처럼 생선을 넣어 만든 삘메니는 생선 삘메니(рыбные пельмени)라고 하며, 아주 드물지만 과일을 소로 넣은 과일 삘메니(фруктовые пельмени)도 있다...!

출처 : www.youtube.com/c/ШефповарВасилийЕмельяненко

미리 만들어 둔 두꺼운 반죽피를 펴서 작은 크기로 여러 덩이 잘라준다.

출처 : www.youtube.com/c/ШефповарВасилийЕмельяненко

작은 크기의 원형 반죽피에 만들어진 소를 알맞게 작은 양을 덜어 싸준다. 여기서 끝이면 일반 만두와 다름없다. 삘몌니(펠메니)를 만들려면 여기서 수제 작업 한 단계를 더 추가해야 한다.

(이렇게 반죽피 하나로 만드는 경우도 있고, 아예 반죽피 하나를 새로 덮어(반죽피 두 개로) 만드는 방식도 있다. 여기선 첫번째 방법으로 만든다.)

출처 : www.youtube.com/c/ШефповарВасилийЕмельяненко

소를 넣은 피 중에서 접힌 부분이 없는 부분을 살짝 늘려 그 늘린 부분끼리 이어 UFO처럼 만들어주면 된다.

출처 : www.youtube.com/c/ШефповарВасилийЕмельяненко

그럼 위 사진처럼 둥근 파이 혹은 UFO처럼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 둔 뒤 냉동 보관을 해두고 필요할 때 꺼내서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출처 : www.youtube.com/c/ШефповарВасилийЕмельяненко

이제 버섯, 고추, 파, 월계수 등을 넣고 끓인 물에 소를 넣은 반죽을 넣어 2~5분간 끓인다.

출처 : www.youtube.com/c/ШефповарВасилийЕмельяненко

마지막으로 각종 장식을 해 영상처럼 버터(масло)를 올리고 먹거나, 그 외 마요네즈(майонез), 러시아식 사워크림(sour cream)인 스미따나(сметана, 스메타나), 식초(уксус), 겨자, 후추 등과 같이 먹기도 한다. 이렇게 먹으면 한국의 물만두와 비슷한 느낌이 난다. 물만두처럼 먹기도 하지만 기름에 튀겨 한국의 군만두와 비슷한 좌례니예(жареные)처럼 먹기도 한다.

 

4. 삘몌니(пельме́ни)와 비슷한 음식 : 덤플링

이 러시아식 만두라고도 볼 수 있는 삘몌니(펠메니)와 비슷한 다른 나라 음식들엔 뭐가 있을까?

훈툰(가운데), 자오쯔(좌측 상단), 바오쯔(우측 상단), 사오마이(우측 하단), 찐만두(좌측 하단)

이미 예상했겠지만, 한중일에서는 이미 이 삘몌니(펠메니)의 유래가 된 자오쯔, 바오쯔, 훈툰, 만두, 사오마이 등을 현지에 맞게 만들어 먹는다.

조슈파라(가운데), 만트(좌측 상단), 부즈(우측 상단), 모모(우측 하단), 뵤르기(бёриг, 좌측 하단)

중앙아시아, 몽골, 티베트, 러시아 연방의 부랴트 공화국과 칼미크 공화국과 같이 아시아 전체에서 중간보다 조금 윗쪽에 쭉 있는 국가들에서는 조슈파라, 만트, 부즈, 모모, 뵤르기와 같은 음식들을 만들어 먹는다.

크레플락(좌측 상단), 포드코긜로(우측)

그 외에도 유대인들이 먹는 크레플락(Kreplach), 러시아 연방의 마리엘 공화국의 포드코긜로(подкогыльо), 캅카스 지방에서 먹는 힌칼리(Khinkali)도 이 러시아의 삘몌니(펠메니)와 유사하다.

이탈리아의 라비올리(좌측)와 토르텔리니(우측)

아시아에만 이런 음식들이 있는 건 아니다. 유럽에서도 꽤 많이 비슷한 요리들을 볼 수 있는데, 그 중 요리의 강국다운 이탈리아에서도 비슷한 음식이 존재한다. 바로 라비올리(Ravioli)와 토르텔리니(Tortellini)가 그것이다.

꾼듀믜(가운데), 마울타셰(좌측 상단), 깔루두늬(우측 상단), 크롭카카(우측 하단), 바례니키(좌측 하단)

그 외 독일 남부의 슈바벤 요리(Swabian cuisine) 중 하나인 마울타셰(Maultasche)라던가, 벨라루스의 깔루두늬(калдуны́), 우크라이나의 바레니키(вареники), 스웨덴의 크롭카카(kroppkakor), 러시아 수도원에서 먹는 꾼듀믜(кундюмы) 등도 있다. 이렇게 고기 등의 재료를 속으로 하고 녹말이 든 재료로 반죽을 빚어 만드는 음식을 영어로 덤플링(dumpling)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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