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대한민국의 대학 교육은 취업과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이 되고 있고, 학문도 그만큼 다양하다. 그 중 교양과목(liberal arts)의 종류도 점차 세부적으로 나뉘며 여러 과목이 생겨났다. 이 때 궁금증이 들었다. 그렇다면 고대와 중세 유럽에서는 어떤 교양과목을 배웠을까? |
1. 자유과와 자유7과
자유과(liberal arts)는 '보편적 이해에 대한 열망'으로 시작된 고대 그리스적 탐구 방법의 연장선이었다.
그 유명한 피타고라스는 우주의 수학적/기하학전 조화(하모니)가 있다고 주장했고, 중세까지 그를 따르던 사람들은 이 주장을 바탕으로 천문학, 수학, 기하학, 음악의 4가지 기예(art)를 4과(quadrivium)로 만들었다.
한편, 아테네에서는 폴리스나 도시국가의 정부는 수사학이나 대중 연설을 특히 중요시하고 그 능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존중해왔다. 이러한 관행은 결국 수사학, 문법, 변증법(논리학)의 3가지 교육 계획을 3학(trivium)으로 만들었다. 결국 3과와 4학이 합쳐 자유7과(seven liberal arts)가 완성되었다. 이를 배우는 순서는 '3학->4과'다
원래 고전 시대에는 이 자유7과에 해당하는 기예들이 노예생활에서 벗어나 시민권과 재산권과 시민자유를 가진 자유민들이 시민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익혀야 하는 필수 기예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중세에 들어서면서 교회나 대학을 가게 된 자들이 꼭 배워야할 가치로 여겨지며 필수과목화 되었다.
3학(trivium) - 인문학(humanities) | 문법(grammar) |
논리(logic) | |
수사(rhetoric) | |
4과(quadrivium) - 과학적 기예(scientific art) | 음악(music) |
산술(arithmetic) | |
기하(geometry) | |
천문(astronomy) |
그러나 여기서 3학은 아리스토텔레스를 4과는 피타고라스를 무작정 따르고 있었는데, 이게 근현대로 와서 문제가 되었다. 중세 말기에 르네상스가 펼쳐지며, '종교=하나님(the God), 인문=아리스토텔레스, 과학=피타고라스'라는 획일화된 구조가 깨지기 시작했고, 논리학과 라틴어의 비중을 줄이고, 역사, 그리스어, 도덕(윤리)를 더한 인본주의적 교육인 스투디아휴머니타티스(Studia humanitatis)가 새롭게 등장하게 되었다. 한편, 유럽 북동부의 프로이센은 일자리에서 쓰이는 실용적인 교육을 위한 직업 교육도 나타나게 되었다.
2. 현대의 교양과목
어찌되었든 시대는 변했는데, 용어는 아직 남아있었다. 그래서 현대에 맞게 자유과(liberal arts)를 재구성했는데, 우선 그 이름을 자유과에서 교양과목(liberal arts)으로 바꾸었다. 그 목록은 아래와 같다. 놀랍게도 자연과학이 교양과목에 들어 있는데, 서양에서는 이 이과계열의 기초적인 자연과학까지 교양과목으로 넣어 리버럴 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 혹은 각종 칼리지(college, 모든 칼리지를 말하는 것은 아님)에서 다양한 교양을 쌓은 뒤 상위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시키게끔 하거나 스팀 분야 교육(STEAM fields)과 같은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교양과목(liberal arts) | 자연과학(natural science) |
사회과학(social science) | |
예술(art) | |
인문학(humanities) |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각 대학교별로 전공과목이 아닌 과목을 교양과목 혹은 교양과를 두고 있다.
교양과목 | 필수교양(핵심교양) |
선택교양(기초교양) |
이 글을 정리하면서 우리가 교양을 배우는 이유는 인류 자체를 기억하기 위한 것이라는 걸 느꼈다.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면서 이 교양을 배운다는 것은 꽤 힘드니 이러한 교양을 배우지 않는 것이 좋을까?
수천 년전의 인류는 지금의 인류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이 점을 잘 알아야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들이 생각했던 과학, 예술, 인문학은 오늘날도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간다. 이 말은 살인자를 엄벌해야한다는 의식이 전 시대를 거쳐 있었듯 그들이 가지고 있던 경제 관념, 직업 의식, 공과 사, 도덕적 기준 등이 오늘날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즉, 교양을 배우면 과거를 학습할 수 있고, 현재를 살아갈 때 큰 이정표가 되기 때문에 너무 교양을 경외시하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이다.
'어원과 표로 보는 역사 시리즈 > 어원과 표로 보는 세계사, 세계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으로 본 예술가와 사회 (0) | 2022.07.03 |
---|---|
모스크바 대공국이 지고 루스 차르국(러시아 차르국)이 나타나다 (0) | 2022.06.28 |
라코닉 화법이란? - 스파르타와 화법 (0) | 2022.06.24 |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문학 - 엔헤두안나와 길가메시 서사시 (0) | 2022.06.23 |
나 카와이모시에서 1등했어! - 카와이쥬쿠에 대해 (0) | 2022.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