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련회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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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a8964.wordpress.com이라는 사이트가 16일에 막혔다. 여기서 hka는 홍콩연합회(Hong Kong Alliance)의 영문 인터넷 주소명의 약칭이며, 8964는 1989년 6월 4일을 말하는데, 이 날, 1989년 폴란드 총선거로 반공산주의 정당 연대(Solidarność)가 당선되었고, 일본에서는 세계 최초의 HD 텔레비전 시험 방송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실시되었다. 이란의 제2대 라흐바르로 세예드 알리 호세이니 하메네이(1939~)가 당선되었다. 그리고 중화인민공화국에서는 톈안먼 사건이 일어났다! 즉 이 사이트는 홍콩에서 6.4 톈안먼 사건을 기리는 사이트였던 것이다!

2. HKA(홍콩연합회, 지련회)는 어떤 곳이야?

2-1. 지련회가 뭐야?

약칭 지련회(支聯會), 홍지련(港支聯)으로도 알려진 홍콩 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香港市民支援愛國民主運動聯合會)는 64 톈안먼 사건을 지지하는 전구화인대유행(全球華人大遊行) 중이었던 1989년 5월 21일에 홍콩에서 결성되어 6.4 톈안먼 사건과 민주 운동을 기리는 홍콩의 민주파(民主派) 정치 조직이다. 이들은 왜 6.4 톈안먼 사건을 지지하고, 또 그들을 기리는 걸까?

2-2. 지련회는 어떻게 만들어졌어?

1989년 4월 15일, 전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이자 당 지도부 내에서 자유주의자로 널리 알려진 후야오방(胡耀邦)이 갑작스럽게 사망한다. 학생들은 4월 17일부터 자체적으로 톈안먼 광장에 모여 추모식을 열었고, 4월 22일, 당정부는 톈안먼 광장 서쪽에 위치한 인민대회당에서 공식적으로 그의 추모식이 열었다. 이때부터 중국의 운명을 바꾼 거대한 저항 운동이 2달간 지속되었다.
이 사건이 바로 1989년 4월 15일부터 1989년 6월 4일까지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 베이징을 중심으로 전국을 흔들었던 '1989년 천안문 광장 시위 및 학살 사건'이다.

천안문 시위가 일어나자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 FHKS)는 베이징의 학생 운동가들을 방문했고, 홍콩으로 돌아온 뒤, 독재로부터 홍콩 사회를 지키기 위해 총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당시 중국 전역에서 일어났던 시위와 파업, 단식 투쟁에 참가한 것이다.

5월 20일, 홍콩 시민들은 광풍과 폭우에 굴하지 않고 리펑을 성토하고 베이징 학생들을 응원했다. (출처 : stand news)

5월 20일, 중화인민공화국의 리펑(李鹏) 총리는 베이징과 인근 지역에 계엄령을 내려 저녁 10시 이후 사람의 통행을 통제했고, 이 날 홍콩에서는 민주정제촉진연위회(民主政制促進聯委會, JGPDG)가 빅토리아 공원에서 시위를 열기로 결정하고 신화통신사(新华通讯社, NCNA) 본부로 행진했다.

5월 21일, 북진하던 태풍 브렌다(1989.01.15~1989.12.28)가 홍콩을 지나기 시작했고, 홍콩 정부는 8호 열풍 및 폭풍 신호(八號烈風或暴風信號)를 발표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태풍 경보에 해당하는 기상 특보로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집에서 나가지 않기를 권고한다. 그러나 홍콩의 민주화 지지 운동의 열기는 태풍조차 막을 수 없었다. 천여 명의 학생들과 4만 여명의 사람들이 이 태풍을 뚫고 빅토리아 공원(Victoria Park)까지 행진해서 1989년 민주화 운동(八九民运, 1989년 천안문 광장 시위)을 응원했다(전항좌중우백만대행진(全港左中右百萬大遊行)). 이 행진이 끝나고 민촉회의 스제토와(司徒華, 1931.02.28~2011.01.02)는 여러 민주화 운동 단체를 합쳐 지련회의 성립을 선포했다.

지련회의 성립 (출처 : 재경자신태(財經資訊台))

지련회는 5개의 목표와 함께 설립되었는데, 그 목표는 아래와 같다.

1. 釋放民運人士 : 민주화 운동 인사들의 석방하라! 2. 平反八九民運 : 89 민운(89년 민주화 운동, 톈안먼 시위)에 대한 재평가하라! 3. 追究屠城責任 : 도시를 점령하고 사람들을 학살한 것(6.4 톈안먼 사건)에 대한 책임을 추구하라! 4. 結束一黨專政 : 일당전정(일당전제정, 일당독제)를 끝내라! 5. 建設民主中國 : 민주 중국을 건설하라!

2-3. 지련회가 걸어온 길

지련회는 1989년부터 매년 1989년 중국 민주화 운동을 기리는 평화로운 촛불 집회를 열어왔다. 그러던 중 톈안먼 사건 8주년인 1997년에 당시 홍콩특별행정구 행정장관 둥젠화(董建華)는 스제토와에게 이번 촛불 집회를 열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에 스제토와는 둥젠화와 이야기하기 위해 세 차례 시도를 했으나 결국 무산되었고, 집회는 예정대로 실시되었다. 당시 집회 참여자들은 해당 집회가 마지막 집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제 곧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毋忘六四． 6.4를 잊지 말라!
繼承英烈志，薪火相傳．영열(英烈)의 뜻을 계승하고, 횃불을 후손에게 전달하라!
接好民主棒 또 민주주의의 막대를 이어받아라

- 6.4 사건 20주년 기념식

다행히 집회 참가자들이 우려하던 집회 탄압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계속 되었다. 1989년부터 시작된 촛불 집회는 계속 이어져 2009년까지도 개최되었다. 특히 6.4 사건 20주년인 2009년은 6.4 사건 기념식의 전설로 불릴만큼 엄청난 수와 젊은 층이 많이 참가했다. 이 날 참가자들에 대해서 공안은 6만 2800명, 지련회는 15~20만 명이라고 추정했을 정도로 규모가 컸던 것이다. 집회는 계속되어 2021년 6월 4일에도 6.4 사건 32주년 기념식이 열렸지만, 중국-홍콩의 관계, 그리고 중국 민족주의와 자유 중국에 관한 이념적 문제 때문에 집회 참가 인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2014년 7월, 지련회는 세계 최초 6.4 사건을 기리는 6.4 기념관(六四紀念館, June 4th Museum)을 설치해 많은 사람들이 당시 있었던 민주화 투쟁과 무자비한 중공의 탄압을 직접 볼 수 있게 했다.

2-4. 홍콩 보안법이 통과된 이후(지련회의 몰락)

2020년 6월 20일,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 유호국가안전법(中華人民共和國香港特別行政區維護國家安全法)이 공시되고 시행되었다. 해당 법안은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안으로, 쉽게 말해 홍콩 내에서 중화인민공화국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법안인 것이다. 이 법이 시행된 지 약 2달여 만인 8월, 지련회 2대 주석이었던 리촉얀(李卓人)은 홍콩의 일간지 밍파오(明報, 명보)와 인터뷰를 실시했다.

미래에는 (중공으로 인한) 고압적인 시간이 있을 것입니다. (민주화의) 진지를 고수하고 원래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 자체가 이미 항쟁입니다.

- 리촉얀

암울한 상황에서도 2021년 6월 4일에 6.4 사건 32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앞서 말했듯 이미 규모도 작아졌고, 사람들의 의지도 점점 사그러져가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다들 올해가 마지막 6.4 사건 기념식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2021년 7월, 리처드 초이(蔡耀昌)와 막호이와(麥海華) 등 7명의 상무위원이 사의를 표명했고, 정치적 법적 리스크 증가에 따른 안전 보장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7월 말까지 모든 직원을 전면 해고하고 근로법률보다 나은 수준으로 동료들에게 보상할 계획이라고 발표했고, 그렇게 시행했다.

2021년 8월 21일, 지련회가 며칠 안에 해산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21년 8월 23일, 지련회 상무위원은 지련회를 해산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완전 해산을 위해서는 해당 결의가 회원총회에서 통과돼야 했기에 정식적으로 해산된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곧 회원총회를 열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해당 회원총회에서 20명이 참석해 75%의 찬성을 얻으면 해산 결의를 할 수 있었다.

2021년 8월 25일, 홍콩 경무처 국가안전처(香港警务处国家安全处)는 지련회에게 홍콩국안법 43조 부표5에 해당하는 자료를 요구했다.

제43조 홍콩특별행정구청 경무처는 국가안전부서에서 국가안전위해범죄사건을 처리할 때 홍콩특별행정구 현행법으로 경찰 등 법 집행부서가 엄중한 범죄사건을 수사할 때 취할 각종 조치를 허가할 수 있으며, 아래와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

5) 외국 및 국외 정치적 조직, 외국 및 국외 당국 또는 정치적 조직의 대리인에게 자료 제공을 요구한다.

- 홍콩보안법 제 43조 5항

2021년 9월 5일, 지련회는 홍콩 국안처에 의해 '외국대리인'으로 지정되었고, 경찰의 요구에 따라 늦어도 9월 7일까지는 회원 및 재무 등의 자료를 제공해야 하지만, 지련회는 '외국대리인'임을 강력히 부인하고 국안처에 대한 자료 제출을 공공연히 거부하고 있는 중이다. 이후 9월 25일 특별회원총회를 열어 최종적으로 '지련회의 해산'에 대한 논의를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2021년 9월 9일, 당시 지련회 부주석이었던 초우항텅을 포함한 상무위원 7명이 체포되었고, 홍콩 국안처로부터 '국가 정권 전복 선동 혐의'로 약 220만의 자산을 동결당했다.

먼지가 가라앉으면 공명정대한 변론에 나서라.
(6.4 사건 때) 도시를 점령하고 사람들을 학살한 것의 책임을 물어야 할지, 일당 독재는 끝내야 할지, (지련회가) 외국인 대리인이라는 의혹은 진실인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인민의 자발적인 호소를 직접 들어보고 어느 쪽이 옳은지 살펴보아라.
6.4의 영령이 있는데, 어찌 감히 뒤로 물러나겠는가?

- 초우항텅(鄒幸彤)

또 지련회는 경찰의 요구에 따라 9월 16일 오후 10시 지련회의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유튜브 채널을 이전했다. 사실상 모든 정보를 삭제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지련회에 대한 내용을 당분간 볼 수 없다. 중국 민주주의 운동의 꽃이었던 1989년 중국 톈안먼 운동을 기념하는 단체가 중공의 압력에 의해 또 하나 사라졌다. 앞으로 홍콩의 운명은 어떻게 되고, 중국의 자유주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초우항텅 부주석이 말한 것처럼 언젠가 홍콩에 먼지가 가라앉을 날이 오기만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