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타이지 정은 어떤 곳일까?
일본 킨키 지방(近畿地方) 남부 와카야마 현(和歌山県) 히가시무로 군(東牟婁郡)에 속한 타이지 정(太地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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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지 정은 시오노곶에서 다이오곶 사이 해역인 쿠마노나다(熊野灘) 혹은 쿠마 여울을 끼고 있으며, 키이 반도(紀伊半島)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해안가 마을이다. 이 작은 마을은 일본에서 포경으로 굉장히 유명한데, 특히 일본의 고전식 포경의 발상지로 유명하다.
2. 포경과 함께한 마을, 타이지
이 곳에선 오래전부터 포경을 해오다가 1606년경 전통적인 포경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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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8년(메이지 11년) 12월24일, 오오세미(큰 참고래)를 쫓던 100여명이 탄 포경선들이 침몰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방불명되는 일이 일어났다. 3일이 지난 12월 27일 이후에 수십 명이 귀환해 앞바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마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고래를 잡았는데, 너무 커서 먼 바다로 떠내려갈 뻔 했습니다...
- 오오세미나가레를 당한 한 어부
전통적인 방식으로 고래를 잡던 포경선들은 거대한 참고래를 잡았지만, 고래의 크기가 너무 커 타이지로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서풍이 강해지고 날도 저물고 있었기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잡은 고래들을 포기하고 놓아주기 시작했다. 그러고 그들은 마을로 돌아오려고 했지만 어둠 속에서 방향을 잃고 드높아지는 파도를 넘지 못했고 결국 대부분의 배가 떠내려 갔다...
조직적인 전통식 포경이 시작된 17세기 이후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던 인재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타이지의 포경은 1878년 12월 이후 현대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소형 고래를 잡는 것 그리고 그물몰이어법(追い込み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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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 1899년(메이지 32년), 타이지 촌(太地村, 1889~1925)에서는 그물몰이어법으로 들쇠고래(Globicephala macrorhynchus)를 61마리나 잡게 되며 이 포경법이 확대되기 시작한다.
1903년에는 마에다식 거두 엽총이 개발되었고, 1904년에는 마에다식 5연발총이 개발되었다. 특이 5연발총은 효과가 좋아서 돌고래잡이배에 많이 설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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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된 포경법과 포경용 무기들로 타이지에서는 1912년부터 1931년까지 매년 5000마리 정도의 들쇠고래를 잡게 된다. 1930년대에 들어서는 잡은 돌고래의 일부를 수족관에 전시하기도 했는데, 특히 1936년 한신 수족관(阪神水族館)에 돌고래를 전시한 것은 당시 큰 화제가 되었다.
1937년 9월, 쿄쿠요 포경주식회사(極洋捕鯨株式会社)가 설립되었고, 1961년 타이지에 포경 기지를 설치했으나 수지가 맞지 않아 1965년 조업을 중단했다. 이후 밍크선과 소형 포경선들의 포경도 점차 줄어들게 되며 포경의 역사는 사라질 뻔 했다.
그러나 1969년, 고래박물관이 설치되었고, 타이지에서는 생태 연구 및 전시를 목적으로 더 많은 돌고래들을 다시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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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영국 브라이턴에서 열린 국제포경위원회(IWC)의 제34회 정기총회에서 1985~1986년 시즌 이후 모든 상업적 포경을 중지할 것을 주장했고, 이에 따라 일본도 포경을 점차 줄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6. ending of commercial whaling
6. 상업적 포경 중지
- 제34회 정기총회 보고서(34th annual meeting)
2006년은 타이지에서 고전식 포경이 공식적으로 시작된지 40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 해 10월 29일, 큰돌고래(Tursiops truncatus) 한 마리가 잡혔는데, 특이하게 배지느러미가 있는 큰돌고래였다. 세계 최초로 배지느러미가 있는 돌고래를 잡은 타이지는 이 돌고래에게 하루카라는 이름을 붙여주곤 고래박물관에 전시했다. 결국 2013년 4월 4일에 죽었지만, 하루카가 살아있는 동안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 곳을 찾아왔고 마을은 활기를 띄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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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타이지는 고래 연구 기관과 사육 기관을 설치하려는 모리우라만 고래의 바다(森浦湾くじらの海) 프로젝트를 구상했고, 앞으로 이 지역을 고래의 마을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가하고 있는 중이다.
참고로 일본은 자신들에게 포경 금지라는 권고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라고 판단하여 결국 2019년 IWC에서 탈퇴했고, 그 해부터 일본은 포경을 합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3. 그런데 무엇이 문제일까? - the cove의 실태 고발 및 일본의 입장
https://www.youtube.com/watch?v=iMy0ely7poo
2009년 8월 미국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The Cove(그 작은 만)>가 개봉했고, 아카데미 상을 시상하게 되며 널리 퍼지게 된다. 이 유명해진 영화는 크게 3가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
1. 돌고래는 높은 지능과 자의식을 가진 생물이기에 포경을 해서는 안된다. 2. 돌고래 사업(엔터테이먼트 및 식품 사업)의 종주국 일본에 의한 무차별적 돌고래 학살이 심각하다. 3. 돌고래에는 인간에게 유해한 수은 등이 포함되어 있어 식용으로 부적합하다. |
이에 일본은 해당 영화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마을의 역사와 전통을 손상시키는 부당한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영화 내에서도 한 환경운동가가 우는 장면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영화에 대한 신뢰도가 조금 깎이긴 했지만 그래도 일본 타이지에서 바다가 핏빛이 될만큼 돌고래를 잔인하게 사냥하는 장면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기에 무작정 조작된 영화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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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인해 일본의 고래잡이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자 일본 정부는 2014년 2월 25일에 공식적으로 입장을 전했다. 요약하면 '이거 우리 전통인데 왜 간섭이야?'라는 입장이다.
(돌고래 몰이잡이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어업의 한 방식이며, 법령에 기반한 적절히 실시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돌고래를 포함한 고래류는 중요한 수산자원으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지속적인 이용해야 한다.
- 일본 정부의 입장
일본의 포경에 대한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지속되고 있다. 매년 9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타이지에서는 여전히 돌고래 사냥이 시작된다. 이번 글을 정리하기 전엔 무작정 돌고래를 보호하자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 글을 생각하며 일본과 타이지의 입장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고, 또 전통과 학살의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큰 의문을 품게 되었다. 전통을 우선시하며 무조건적인 돌고래 학살을 지지하는 일본, 그에 맞서 무조건적으로 돌고래 사냥을 금지해달라는 서양. 무조건적인 학살을 막아야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에 걸맞게 한 지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 내려온 전통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도 좋지 않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이 팽팽한 줄다리기의 끝은 무엇인지 궁금해지며 다시 한번 나의 질문을 떠올려본다.
전통과 학살의 기준은 무엇일까?
또 과연 나 자신이 닭과 소, 돼지들을 먹으면서 절대 타이지의 돌고래를 죽이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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