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모래섬, 샌디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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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과 표로 보는 역사 시리즈/어원과 표로 보는 세계사, 세계문화

보이지 않는 모래섬, 샌디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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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샌디 아일랜드? 어디에 있어?

오세아니아의 중부에 위치한 멜라네시아(적도 이남, 날짜변경선 서쪽)에 속한 프랑스의 해외 영토인 누벨칼레도니(Nouvelle-Calédonie, 뉴칼레도니아). 이 나라의 서쪽에는 특이한 섬 하나가 있다고 전해진다..

누벨칼레도니의 위치. 출처 : https://www.newcaledonia.co.nz/new-caledonia-map/

구글 어스나 구글 맵과 같은 현대 지도에서도, 오래전 만들어진 해도, 세계 지도에도 이 섬이 기록되어 있었다는 점만 보면 다른 섬과의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이 섬은 실제로 볼 수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누벨칼레도니와 샌디아일랜드. 출처 : 구글

2. 언제 처음 발견되었고, 그 섬에 대한 연구는 많이 진행되었어?

1772년, 제임스 쿡(James Cook, 1728~1779)의 두번째 항해가 시작되었다. 1774년 9월 14~15일, 선장 제임스 쿡은 누벨칼레도니의 끝에서 항해를 하던 중 남위 19°–20°, 동경 163°50'–164°15'에 이르는 지점에서 어떤 섬을 발견하곤 Sandy I.[샌디 아일랜드]라고 명명했다. 그리곤 그는 같은 해 <폐하의 함선 결의안 내 쿡 선장의 지휘로 인한 남태평양에서 성사된 발견 목록(Chart of discoveries made in the South Pacific Ocean in his majesty's ship Resolution under the command of Captain Cook)>에 누벨칼레도니 제도와 뉴헤브리디스 제도(New Hebrides)에 관한 탐험 결과를 실었다.

폐하의 함선 결의안 내  쿡 선장의 지휘로 인한 남태평양에서 성사된 발견 목록

이 때, 그가 지도에 표시한 샌디 아일랜드와 여러 섬들은 현재 뉴칼레도니아를 감싸고 있는 그랜드 테레(Grand Terre) 암초 중 일부이며, 쿡 선장의 추측 항법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좌표는 대체로 20마일(약 32km) 이내이다.

 

시간이 흘려 1876년, 포경선 벨로시티(Velocity)는 뉴칼레도니아를 지나다가 이 섬의 존재를 발견하고 상부에 보고했다. 민간에서 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이 섬에 대한 기록을 공식적으로 남겼는데, 1879년에는 오스트레일리아가, 1881년에는 독일이, 1895년에서는 영국 해군성이 이 섬을 자신들의 해양 지도에 기록했다. 지도를 작성할 당시에는 안전한 항해를 위해 모든 잠재적 항해 위험 요소를 지도에 그리는 것이 표준 관례였으니, 당시만 해도 이 섬이 있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굳이 없는 섬을 지도에 그려 '이 지역을 피하시오'라고 할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수로국(AHS)이 만든 수로표에 따르면 이 지역과 인근 섬들의 최소 깊이는 1488m~2353m로, 깊이가 2000~4000m인 오스트레일리아 동남부 연안보다 해수면에 가깝다. 충분히 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연구에도 불구하고 해당 섬의 외관을 찍은 사진과 섬 인근의 암초의 깊이에 대한 자료가 불충분했고, 프랑스 수도청(FHS)는 1974년, AHS는 1985년 샌디 아일랜드를 해도에서 삭제했다. 또 AHS는 이 사실을 다른 국가 수도청들에게도 전달했다. 이렇게 옛날에는 있었으나 지금은 존재하지 않게된 섬이라고 일단락 될 뻔 했는데...

3. 뭐야...? 저 섬 유령섬이야...?

이 사실이 과학계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샌디 아일랜드가 없다는 사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연구하던 측심학자들과 해양학자들은 우연히 이 지역을 지나다가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섬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 사실이 1999년 DX-페디션(DX-pedition)이라는 아마추어 탐험 라디오에 소개가 되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라디오에서 여러 공인 지도에는 샌디 아일랜드가 없는데 비해 일부 과학 연구 자료나 미국 국가지리정보국(NGA)의 지도에만 이 섬이 표시되어 있다면서 이 섬이 없다는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리고 2012년 11월,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RV 사우던 서베이어(RV Southern Surveyor)호를 보내 해당 지역을 탐사했는데, 그곳은 섬의 흔적 조차도 찾을 수 없는 망망대해였다.

조사 결과, 이 지역은 섬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진다. 아무리 몇십년 전에 사라진 섬이라도 갑자기 해수면 아래 1300m까지 푹 꺼지는 것은 지금껏 보지 못했다. 이에 '샌디 아일랜드는 미발견된(undiscovery) 섬'으로 선언한다.

결국 샌디 아일랜드에 대해 '미발견' 선언을 하게 되었다. 이 사건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서 샌디 아일랜드는 '유령섬', '신비의 섬'으로 알려지게 된다.

샌디 아일랜드에 대해 '미발견'선언을 한 RV 사우던 서베이어호

섬이 없음을 공식적으로 드러내자 구글 지도는 11월 26일, 네셔널지오그래픽 지도는 11월 29일에 샌디 아일랜드를 지도에서 삭제하면서 사건은 일단락이 된다. 이젠 지도에서 조차 사라진 샌디 아일랜드. 그런데 한가지 의문점이 든다. 도대체 쿡 선장은 무엇을 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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