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사람들의 이름은 왜 이렇게 다양한가? - 자와 명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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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들의 이름은 왜 이렇게 다양한가? - 자와 명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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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자'가 이름이 아니라고?

어떤 한 인물에 대해 검색해보면 거진 첫 줄에는 그 사람의 이름, 살던 시대, 직업에 대해서 적혀 있다. 다만 현대 한자문화권 지역에서는 사전에 직접적으로 해당 인물의 씨, 성, 명, 자 등에 대한 세부적인 구분을 하지 않고 있다. 아래는 2021년 7월 8일 현재 동북아시아 3개국 지도자에 대한 간략한 정보이다.

문재인(文在寅, 1953년 1월 24일 ~ )은 대한민국의 제19대 대통령

시진핑(习近平, 1953년 6월 15일~)은 조적(祖籍, 원적)은 허난성 덩저우시이고, 적관(籍贯, 본적)은 산시성 푸핑현이며, 베이징에서 태어난 중국공산당 및 중화인민공화국의 정치인

아베 신조(安倍 晋三, 1954년 9월 21일~) : 일본의 정치가. 자유민주당 소속의 중의원 의원

다만 고대로 올라가보면 이러한 정보가 조금 다른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공자(孔子, B.C.551~B.C.479)는 중국 춘추 시대의 사상가이자 학자로, 성(姓)은 자(子),씨(氏)는 공(孔),명(名)은 구(丘),자(字)는 중니(仲尼)이다. 후대에 지어진 경칭(敬稱)은 공자(孔子) 혹은 공부자(孔夫子)이다.

처음 윗글을 보면 '당연히 공자는 성이 공씨고 이름이 자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 동북아시아에서는 씨성명을 심하게 구분하고 있지는 않으며, 근현대까지만 해도 한 개인이 불리는 호칭이 다양했기 때문에 실제 지어진 이름과 불리는 이름이 다른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2. 성, 씨, 명, 자, 호의 개념

그럼 이제 공자(孔子)라는 사람의 이름에 대해 탐구해보도록 하자.

호칭 호칭별 명칭(실제 인명)
성(姓, Ancestral name, 혈연적 칭호) 자(子)
씨(氏, Clan name, 성(姓)에서 분기한 집단의 칭호) 공(孔)
명(名, Given name, 이름) 구(丘)
자(字, 表字, Courtesy name, 공손히 부르는 이름) 중니(仲尼)

위의 표에서 정리했듯, 전통적으로 성(姓)은 '혈연적 칭호'를 말하며, 씨(氏)는 성(姓)에서 갈라져나온(분기한) '집단의 칭호'를 말한다. 재밌는 사실은 씨(氏)가 커지면 또 성(姓)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필자는 인동 장씨이지만 할아버지대부터 부산으로 옮겨 살아왔다. 나중에 이 곳에서 할아버지의 여러 자손들이 크게 번영해서 하나의 씨족 집단을 이룰만한 규모가 되면, 나의 성씨는 부산 장씨가 되는 것이다. 그럼 나의 뿌리(姓)는 '인동 장씨'이지만, 현재(氏)는 '부산 장씨'가 되는 것이다. 응? 어째서 본관이 바뀌나요?라고 물어볼 수 있지만, 이는 '성과 씨'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하나의 예로 든 것일 뿐이다~

 

그럼 명(名)과 자(字)의 차이는 무엇일까?

명(名)은 성씨를 뺀 '이름'을 말한다. 자(字)는 성인식을 치루고 받게 되는 명(名) 대신 부르는 경칭이라고 볼 수 있다.

대륙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우리나라와 중국은 고대에 남자는 20세에 남성 성인식인 관례(冠禮)를, 여자는 15세에 여성 성인식인 계례(笄禮)를 하게 되는데, 이 때 받게 되는 이름이 자(字)라는 것이다.

 

명과 자 외에도, 별호(别號) 혹은 호(號)라고 불리는 이름도 있다. 는 공식적인 별명 혹은 '별칭'을 말한다.

 

3. 그럼 공자의 진짜 이름은 무엇인가?

호칭 호칭별 명칭(실제 인명)
성(姓, Ancestral name, 혈연적 칭호) 자(子)
씨(氏, Clan name, 성(姓)에서 분기한 집단의 칭호) 공(孔)
명(名, Given name, 이름) 구(丘)
자(字, 表字,Courtesy name, 공손히 부르는 이름) 중니(仲尼)

공자는 자성(子姓)에서 분파한 공씨(孔氏)를 성으로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태어날 때는 구(丘)라고 불렸으며, 20살경에 치뤘을 성인식을 거쳐 중니(仲尼)라는 이름을 받게 되었다. 이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공자의 이름
원래 공자의 이름(氏+名)
공구(孔丘)
성인식 이후에 대외적으로 불리던 이름(氏+字)
공중니(孔仲尼)
경칭
일반적인 경칭 부자(夫子) : 선생님
공부자(孔夫子) 공선생님
노 애공(魯哀公)이 하사한 경칭 니부(尼父) : 니선생
중화민국 국민정부 교육부가 하사한 경칭 대성지성선사(大成至圣先师)

 

4. 공자의 성, 씨, 명, 자의 의미는 무엇일까?

4-1. 자성(子姓)

설의 어머니 간적(簡狄)은 유융씨(有娀氏)의 딸이었다. 그녀가 친구 세 명과 현구수(玄丘之水)에서 놀다가 현조(玄鳥)의 알을 주워 삼킨 뒤 설을 낳았다. 그렇게 태어난 계(契)는 상족(商族)의 시조가 되었다.

설이 태어나고 그에게 소호(少昊, 玄嚣)의 손자이자 제곡(帝嚳)의 아들인 제요(帝堯)가 희성(姬姓)을, 제순(帝舜)은 '아들'이라는 의미로 자씨(子氏)를 그에게 하사했다. 이로써 상나라의 설(契)은 자성(子姓)의 시조로 여겨진다. 

 

자성은 은나라를 이끈 은씨(殷氏), 춘추시대 송국(宋國)의 유력 가문이었던 화씨(華氏), 공자의 씨였던 공씨(孔氏) 등이 유명하며, 그외에도 화씨(花氏), 숙씨(蕭氏) 등으로 분기했다.

 

4-2. 공씨()

자성(子姓), 희성(姬姓), 강성(姜姓), 규성(姞姓), 길성(姞姓)에서 분기한 씨이다. 이 중 자성(子姓)에서 분기한 공씨(孔氏)에 대해서 알아보자. 

서주 초기, 탕임금(成汤)의 후예 미자계(微子启)가 송국(宋國)에 봉해졌다. 미자계가 죽고 나서, 그 아우 미중(微仲)이 그 자리를 계승했다. 미중의 9세손 공부가(孔父嘉)가 송나라의 상경(上卿)이 되었다가 핍박을 받게 되자, 그 후손은 노국(魯國)으로 도망간 후 자성 공씨(子姓孔氏)로 자신들의 씨를 바꾸었다. 이 공부가의 7세손이 바로 공중니(孔仲尼)이다.

4-3. 구()

 

生而首上圩顶,故因名曰丘云

(그가) 태어났을 때 머리 위 정수리가 오목했기 때문에 구(丘)라고 이름지었다.

- <사기><공자세가>

사마천이 <사기>에 '공자가 태어났을 때 정수리가 움푹 패여 있었기에 '언덕머리(丘首)'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기록한 후부터 대부분 이 말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圩顶言顶上窳也,故孔子顶如反宇。反宇者,若屋宇之反,中低而四傍高也。

오목한 정수리(圩顶)라는 말은 정수리 윗부분이 이지러져있다는 말이다. 고로 공자의 정수리는 반우(反宇)와 같다.
반우(反宇)는 옥우(屋宇 : 집들)의 반대(反)와 같으며, 가운데가 낮고 사방이 높다는 말이다.


- 사기색은(史記索隱)

 

是孔子首形象邱,四方高,中下,故名丘焉。
공자의 머리는 언덕(邱)의 형상을 띈다. 네 방위는 높고, 가운데는 낮다. 고로 명(名)을 구(丘)로 했다.

- <백호통소증(白虎通疏証)><성인(聖人)>

당사라의 사마정(679~732)과 청나라의 진립(陳立, 1809~1869)도 각각 사기색은과 백호통소증 에서 같은 이야기를 했으며, 중화민국의 역사학자이자 유학자였던 첸무(錢穆, 전목, 1895~1990) 또한 그의 저서 <공자전략(孔子傳略)>에서 그 주장을 이었다.

 

4-4. 중니(仲尼)

공자의 아버지 숙량흘(叔梁紇)은 첫번째 부인에게서 9명의 딸을 낳았고, 두번째 부인에게서 공피(孔皮, 맹피)와 공자를 낳게 되었다. 달리 말하면 공자에게는 9명의 누나와 1명의 형이 있었다는 것이다.

중(仲)은 둘째라는 의미로, 이는 숙량흘이 본 2번째 아들이라는 뜻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산둥성(山东省) 취푸시(曲阜市) 동남쪽으로 30리를 이동하면 보이는 니산(尼山). 이전에는 니구산(尼丘山)이라고 불렸다.&nbsp; (출처 : http://wslo.blog.163.com)

니(尼)는 니구산(尼丘山)을 말하는데, 공자의 어머니 안징재(顔徵在)가 이 산에서 치성을 드려 공자를 낳았기 때문에 이 산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따라서 중니(仲尼)는 '니구산에서 본 둘째'라는 뜻이 된다.

 

 

그가 어릴 때는 머리가 움푹 들어간 아이(공구)라고 불렸고, 그가 성인이 되었을 때는 그를 니구산에서 태어난 둘째 아이(공중니)라고 불렀으며, 왕과 주변에서 그를 따르던 사람들에게는 선생님(공부자, 공자, 니부)으로 불리던 분. 그는 모두 같은 사람이었고, 다 다른 사람이었다. '특정 대상의 상태와 특징을 따서 다른 대상과 구분하여 부르는 말'인 이름은 이렇게 부르는 사람에 따라, 그 사람의 외면과 내면을 보고 지어진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나의 이름 그리고 나의 별명은 어떻게 지어졌는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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