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2월 2일부터 2026년 3월 2일까지 부산 영도구 동삼동 국립해양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 국제 기획전 <조개, かい : 패각에 담긴 한국과 일본의 흔적>이 열립니다.

제일 처음에는 조개의 눈으로 본 세계를 묘사한 전시 공간이 나옵니다. 조개의 성장을 이끄는 중심인 흰빛의 진주 주변으로 나이테가 확장되고 감기며 오랜 시간 쌓아온 생명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1. 만남:조개와 인간


첫 번째 전시공간으로 들어섭니다.

일상적으로 '조개'라고 하면 두 껍데기가 맞붙은 이매패류만 생각하지만, 생물학적으로 조개는 연체동물에 속하는 패류(貝類, shellfish)를 말하며, 이러한 개념 속에서 '패류(조개)'는 고둥, 전복 등이 포함되는 복족류, 뿔조개 등이 포함되는 굴족류, 군부 등이 포함되는 다판류 등을 통칭하는 표현인 것이죠. 그러나 이 전시에서는 생물학적 '조개'의 구분을 넘어, 인류가 바다에서 채집하고 문화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 온 동양의 조개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1801년부터 1814년까지 전라도 흑산도에 유배되었을 때 조선시대 성리학자 겸 실학자 정약전(丁若銓, 1758-1816)이 쓰고, 후에 어류학자 정문기(鄭文基, 1898-1995)가 필사한 <자산어보(玆山魚譜, 자산도(흑산도)의 물고기 기록)>의 3권 <개류(介類)>에서는 거북, 게, 조개를 함께 '껍질이 있는 어물'로 분류해 소개하죠. 이를 통해 이미 조선시대에도 '조개'라는 생물을 체계적으로 구분하고 분류하려는 시도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검은 밀물'이란 뜻의 쿠로시오(黒潮)는 타이완을 경유하며 일본 열도 남쪽과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로 분화되며 흘러가는 해류입니다. 그중 동해로 올라가며 이 해류는 대만난류로, 그리고 다시 동한난류로 나뉘죠. 이 같은 해류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지리적 위치와 생태적 환경의 차이로 한국과 일본에서 자생하는 조개들은 여러 종류로 나뉘죠. 갯벌과 얕은 연안 생태계가 발달한 한국은 굴, 홍합, 가리비, 꼬막 등이 주로 서식하는 반면, 따뜻한 해류와 열대 기후가 보이는 일본 규슈 남부와 오키나와 지역에는 야광조개, 청자고둥, 귀조개, 거대조개 등 열대성 패류가 풍부하죠. 그렇게 전시는 한국 바다와 일본 바다에 자생하는 조개껍질들을 보여줍니다.

이런 조개는 선사시대에도 사람들에게 물가에서 쉽게 채집할 수 있는 인기 있는 식량이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한국의 다양한 신석기 시대 패총(조개무지)에서는 투박조개, 피조개, 굴과 같은 이매패류의 껍질이 주로 확인되었으며, 일본 조몬시대에도 일본 열도에서 소라류와 이매패류가 다수 발견되었죠. 이렇게 다 먹은 조개의 껍질을 한 곳에 모아 뒀는데, 그것이 시간이 지나 패총으로 남아 당시 식생활과 환경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2. 쓰임:조개의 활용

두번째 전시공간에 들어섭니다. 한반도와 일본 열도의 조개들은 그곳에 정착한 인류와 마주쳤고, 인류는 이 조개들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비록 조개는 인간보다 작았지만, 단순한 먹거리뿐 아니라 다앙한 도구를 만드는데도 쓰였죠.

그렇게 제주 곽지 패총에서 발굴된 조개 칼과 일본 야요이 시대부터 고훈 시대 사이에 만들어진 조개 칼부터 제주도에서 발굴된 조개 화살촉, 부산 동삼동 패총에서 발굴된 조개 어망추 등 다양한 형태로 쓰이게 됩니다.
[부산] 신석기시대 부산 지역의 생활상과 일본과의 교류의 흔적, 부산 동삼동 패총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동삼동 패총입니다. 신석시 시대에 사람이 버린 각종 생활쓰레기와 조개껍데기가 쌓여 무지(무더기로 쌓여 있는 더미)를 이룬 것으로, 우리나라 남해안 지역 신석기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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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는 이런 일상용품 제작 분야에서만 쓰인 건 아니었습니다.
선사시대 사람들은 조개껍데기를 정교하게 가공하여 팔찌, 목걸이, 호신부(護身符, 몸을 지키는 부적형 장신구) 등을 만들기도 했죠. 다만 조개껍데기가 매우 단단했기에 미완성품이 더 많았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거듭되는 실패 속에서 얻은 노하우로 장신구를 만들고 다른 지역과 교류하기도 했습니다.


한반도 남부의 부산 동삼동 패총과 일본 사가현 오오토모 유적에서는 다양한 조개 팔찌가 출토되었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1955년 태풍 루이즈(Louise) 혹은 태풍 제22호(台風第22号)의 영향권에 들었던 가고시마현의 타네가시마에서 이 태풍에 의해 발견된 히로타 유적(広田遺跡)은 가고시마현 타네가시마(種子島) 남부에서 야요이 시대 후기부터 7세기까지에 걸쳐 형성된 무덤유적입니다. 이곳에서는 89기 혹은 90기의 무덤 유적과 157명의 인골, 44000점 이상의 조개 장신구가 출토되었죠. 특히, 특히 패부(貝符, 조개부적), 용패형 조개 장신구(용모양 조개 장신구) 등의 조개 장신구가 출토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유적에서 발굴된 조개 팔찌, 조개 옥, 그리고 그 유명한 용패형 조개 장신구까지 전시되어 있습니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조개들이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잘 볼 수 없는 희귀하고 독특한 형태를 가진 조개도 있죠. 그런 조개들은 주로 다양한 장신구를 만드는데 쓰였습니다.



부산 가덕도 장항 유적에서 규슈산 흑요석이 발견되거나, 부산 동삼동 패총에서 일본 조몬 토기 조각이 발견되거나, 경산 조영동 고분군에서 일본산 타카하마(ギンタカハマ, Tectus pyramis)로 만든 물고기 모양 조개 장신구가, 창원 가음정동 패총에서 단면이 잘려나간 일본 오키나와산 이모가이(청자고둥류)가, 경주에서 일본 산 조개로 만든 공양품, 국자, 잔이, 김해 대성동 고분군과 영주 태장리 고분군에서 일본산 청자고둥으로 만든 말띠꾸미개가 발견되는 등 바다 건너에서 들여온 조개를 한반도에서 가공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네요.


사실상 이 전시의 하이라트 코너라고 말할 수 있는 부산 동삼동 패총의 가리비 가면과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미구 죠난마치의 아다카쿠로하시 패총(阿高黒橋貝塚)의 굴 가면입니다.


이 두 가면은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집단 의례나 상징적 행위에 쓰였을 것으로 추측되는 도구이죠. 조개에 사람의 얼굴을 표현한 것은 그 조개 자체에 특별한 상징을 부여했던 당시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잘 보여줍니다.


일본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 니시구의 모토오카・쿠와바라시 유적(元岡・桑原遺跡群)에 위치한 조몬시대 중후기의 패총인 쿠와바라히구시 패총(桑原飛櫛貝塚)이 발견되었는데, 여기에서 토굴껍데기의 자연 곡면을 그대로 살려 눈 부분에 두 개의 구멍을 뚫어 만든 얼굴 모양의 조개 가면이 나타납니다. 이렇게 일본 규슈 북부 일대에서는 이와 같은 형태의 조개 가면이 다수 확인되는데, 이 가면들은 선사시대 의례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죠.
3. 변형:빛으로 남다

인간은 조개와 만나고 조개를 의례도구를 포함해 다양한 도구와 장신구를 제작하는데 써왔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이 조개를 단순하게만 바꾼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조개가 머금은 '빛'에 주목하게 되었고, 그렇게 조개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갑니다.

여기서 '자개'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자개'란 공예용 혹은 가구 장식용으로 쓰는 금조개 껍데기 혹은 그 껍데기를 썰어 낸 조각을 말하는데요. 영어로는 '진주모(mother of pearl)' 혹은 '진주층(nacre)'이라는 단어가 얼핏 대응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영어의 두 단어는 '공예용, 장식용'이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에 한국어 단어 '자개'라는 단어와 정확하게 대응되는 표현은 아니지만 맥락상 이 두 영단어를 번역어로 사용합니다.

이 자개는 소라(螺) 등으로 자개 무늬를 만들어(鈿) 옻칠한(漆) 기물(器)인 나전칠기(螺鈿漆器)의 주재료였습니다. 특히 전복, 진주조개, 소라의 자개로 이런 조개장식기물들을 만들었는데, 한반도에서는 다른 조개들보다 구하기 쉽고 구조색이 뚜렷한 전복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우선 조개껍데기는 겉층을 갈아 자개층(nacre, mother of pearl)을 드러내고 떼어내는 섭패(攝貝) 혹은 접패(摺貝) 과정을 통해 자개를 추출합니다. 그러면 두껍게 잘라 입체감 있는 장식에 쓰는 후패(厚貝)와 얇게 갈아 섬세한 무늬에 쓰는 박패(薄貝)로 나뉘는데, 이 중 필요한 것을 매끈하게 다듬는 연마(polishing)를 거쳐, 판(sheet)의 형태(자개판)으로 잘라 평탄하게 다진 뒤, 상사(자개 조각을 문양에 맞게 자르고 다듬는 과정)를 거쳐 각 조각들을 배치해 무늬와 빛을 표현합니다.

고려를 찾은 송의 학자 서긍(1091-1153)은 고려의 나전칠기를 보고 '세밀하여 귀하다 할 만하다(細密可貴)'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한국의 나전칠기는 아름답습니다. 한국 나전 장인들은 문양을 표현하기 위해 섬세한 손길로 끊음질, 줄음질, 모조법, 타찰법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해 빛과 형태를 조화롭게 한 한국 나전만의 정교한 아름다움을 완성합니다.


절패법(切貝法) 혹은 끊음질은 자개를 실처럼 썰어낸 뒤 표현하고자 하는 문양에 맞게 잘라 붙이는 방법입니다. 이 방식은 고려시대부터 조선 후기를 거쳐 지금까지도 활발히 쓰이는 방식으로, 이 방식을 통해 반복적인 문양이나 붓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었으며, 다양한 풍경을 칠기에 표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가위나 줄칼, 실톱 등을 이용하여 자개를 모양에 맞게 잘라내는 나전 기법인 줄음질 혹은 절발법(切抜法) 또한 끊음질처럼 고려시대부터 줄곧 사용된 기법으로, 안료로는 표현할 수 없는 빛깔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줄음질로 잘라 붙인 자개 위에 다시 선을 그어 세부 묘사를 더하는 나전 기법인 모조법(毛彫法)으로 끊음질과 줄음질만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세세한 문양을 표현하고 생동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자개를 기물에 붙일 때 망치로 두드려 의도적으로 균열을 내는 타찰법(打擦法)과 잘게 부순 자개를 기물 표면에 빽빽하게 채워 넣는 할패법(割貝法) 또한 고급 기술을 요하는 한국 나전 기법들입니다. 이 두 기업은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한국 나전만의 독창적인 표현법으로, 이를 통해 불규칙한 빛이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아름다움이 표현된다고 합니다. 한국 나전 기술의 총체라고 평가할 수 있겠네요.



이런 다양한 한국의 나전 제작 방식으로 나전칠 안장, 나전칠 빗접, 나전대모 태극문함 등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쓰이는 나전칠 국화모란넝쿨무늬상자, 나전칠 빗접, 나전칠 경대, 나전칠 산수문 경상, 나전칠 혼수함, 나전칠 용봉문 탁자장, 나전칠 탁자장, 나전칠 삼층농 등 다양한 가구에서도 이 나전의 흔적을 볼 수 있죠.

조개를 이용한 전통공예기법 나전은 근대에 들어서 실톱, 도안이라는 새로운 도구의 등장으로 근대를 거쳐 지금까지 이 전통은 이어져 옵니다. 이 전시 공간에서는 근대를 거쳐 현대로 이어지는 다양한 나전칠기들을 소개합니다.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오얏꽃 무늬가 뚜껑 안쪽에 표현되고 뚜껑의 겉면에 정교한 용문양이 나전으로 장식된 나전칠 용문 벼루갑,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관광객들의 수요에 맞춰 일본식 기물 형태에 한국적 문양 중 통일신라시대의 보상화문 문양을 장식한 나전칠 보상화문 벼루갑과 일본식 기물 형태에 통일신라시대 쌍조문 수막새 문양을 장식한 나전칠 쌍조문 상자도 볼 수 있구요.



일제강점기 일본인 관광객을 위해 만든 숭례문을 간략히 표현한 나전칠 원형 쟁반을 포함한 나전칠 원형 접시 등도 볼 수 있습니다.


일본 헤이안 시대(794-1185)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일본 나전 공예는 시대를 거쳐 이어져 왔으니15세기부터 일본 칠기 공예의 중심은 금이나 은으로 장식하는 '뿌린 그림'이란 뜻의 마키에(蒔絵) 기법으로 두각되며 나전은 보조적 장식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그러다 18세기말부터 19세기에 이르러 기물 전체를 자개로 장식한 나전칠기가 등장했고, 나가사키 지역의 복채색법 등과 같은 일본만의 독자적인 아름다움을 만드는 나전 공예가 이어져 옵니다.
일본사 - 헤이안 시대
1. 헤이안 시대(794~1185) 1-1. 헤이안 시대의 특징 헤이안 시대(平安時代)는 칸무 덴노(桓武天皇)가 오늘날의 교토부 교토시에 있었던 헤이안쿄(平安京)에 천도한 794년부터 이후 가마쿠라 막부가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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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지는 얇은 자개를 활용해 청패세공 기법으로 제작한 6개가 한 세트인 상자군인 나가사키 청패세공 풍속도함(長崎青貝細工風俗図箱)입니다. 큰 외함 안에 소형 상자 6개가 들어가 있는 형태입니다. 유럽인이 주문한 카드 상자로 추정되는데, 수출용 칠기에는 유럽풍 장식뿐 아니라 이 상자처럼 일본의 풍속 장면이 그려진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일본 나가사키 나전칠기의 가장 큰 특징으로 알려진 일본 전통 기법 복채색법(伏彩色法)은 0.08mm로 얇게 자른 자개의 뒷면에 먹선으로 그림을 그린 뒤 색을 칠하고, 모양에 맞게 잘라 칠기에 붙이는 일본식 나전 방식입니다. 이 방식을 통해 자개와 자개 자체의 빛, 그리고 붓으로 그린 세밀한 표현을 함께 활용해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얇은 자개의 뒷면에 채색을 입힌 청패세공 기법으로 19세기에 제작한 휘어진 버드나무 아래에 백로와 꽃을 배치하고 복채색법을 적극 활용하면서 나무의 윤곽을 청패만으로 표현하고 줄기와 흙부분은 자게 간 자개 가루로 메워 자연스러운 질감을 살린 나가사키 청패세공 화조문 팔각탁자(長崎青貝細工花鳥文八角卓)와 청패세공 기법으로 19세기에 제작한 앞면에는 섬세한 화조문을 표현하고 꽃은 붉은색 안료를 써서 복채색법으로 구사하였으며 상자 내부는 네 칸으로 구획되어 만들어진 나가사키 청패세공 화조문 함(長崎青貝細工花鳥文箱)도 볼 수 있구요.

전면에 복채색법을 활용해 섬세한 음영을 준 서로 마주보는 두 마리의 꿩과 활짝 핀 모란이 배치되고, 흙과 바위를 자개 가루로 메워 질감을 표현하였으며 측면에 국화와 벚꽃 등 다양한 꽃문양이 장식된 나가사키 청패세공 화조문 함(長崎青貝細工花鳥文箱)과 뚜껑에 화조문이 장식되어 있고 두 마리의 꿩이 꼬리 부분까지 세밀하게 채색되었으며 흙과 바위는 잘게 간 자개 가루로 표현하였고 청색과 적색 안료를 활용해 강한 음영을 준 나가사키 청패세공 화조문 문구함(長崎青貝細工花鳥文文具箱)도 볼 수 있습니다.


신사(神社)에서 손을 씻는 정화 의식에 사용되는 에도 시대에 만들어진 정문입나전병표(定紋入螺細柄杓, 정문입나전국자)입니다. 잘게 썬 청패를 옻칠한 기물(칠기) 표면에 겹치지 않게 붙이느 마키가이 기법을 활용하여 국자 전체를 장식했습니다. 측면과 바닥면에는 특정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이 있어, 가문 의례에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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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개를 잘게 잘라 모자이크처럼 겹치지 않게 기물 전체에 붙이는 기법인 마키가이(蒔貝) 또한 일본의 고유한 자개 제작 방식으로 한국의 할패법과 비슷한 불규칙한 반사 효과를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앉는 부분에도 잘게 간 자개가루를 뿌려 화려함을 극대화하고 나전 전체를 마키가이 기법만으로 정교하게 장식한 덴포 11년(1841년) 7월에 제작된 청패나전안장(靑貝縲細鞍)과 모든 면을 나전으로 정교하게 채워 장식하고 전륜과 루휸에 당초문을 시문하고 나머지 면은 마키가이 기법과 끊음질 기법을 활용하여 촘촘히 장식한 에도 시대의 토모에문입당초문나전안장(巴紋入唐草文螺細鞍)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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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본식 나전 기법은 일본인들을 위해서만 제작된 것은 아닙니다.
16세기 말부터 일본에 온 유럽 상인들은 이 일본 칠기를 구입해 유럽에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게 대박이 터진겁니다. 이에 따라 유럽인들의 취향에 맞춤 제품들이 제작되기 시작했는데, 유럽 동판화를 모방한 다양한 그림이 마키에와 나전 기법으로 표현되어 유럽 시장에서 더욱 각광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자포니즘의 일환으로 발달되었죠.

강 위에서 사람이 짚더미를 실은 배를 끌고 가는 장면을 금가루를 뿌려 칠기 표현을 장식하는 마키에 기법을 활용하고 강물은 나전으로 장식하여 화려함을 더해 만든 벼루, 붓, 연적을 함께 보관하는 용도로 쓰인 나시지 시주도 벼루갑(梨子地柴舟図硯箱)과 전체적으로 마키에 기법을 쓰고 인문이 앉은 스툴(stool)과 왕의 대좌 부분에판 청패를 장식하고 내부에는 주문자로 추정되는 인명이 쓰여진 서양 회화를 표현한 나가사키 청패세공 서양인 초화문 소형상자(長崎青貝細工西洋人草花文小箱)도 볼 수 있습니다.

뚜껑에는 에도 시대 나가사키 데지마(出島, 에도시대 네덜란드 상인이 무역할 수 있던 무역 지구)의 전경이 묘사되어 있는 청패세공기법으로 제작한 나가사키 청패세공 무출조도 상자(長崎靑貝細工武出鳥図箱)와 서양식 건물과 강을 청패세공으로 나무와 구름을 마키에 기법을 함께 활용해 제작한 유럽식 담배갑인 나가사키 청패세공 호상양관도 소형 상자(長崎青貝細工湖上洋館図小箱)도 볼 수 있죠. 청패세공이 성립하던 초기에는 나전이 주된 기법으로 쓰이고 마키에 기법이 보조적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중앙에는 건물과 산수풍경을 잘게 자른 나전 조각으로 표현(청패세공기법)했으나 별도의 채색 없이 자개의 자연스러운 빛깔을 이용해 색채 효과를 낸 청패세공산수횡장환본(青貝細工山水橫長丸盆)도 볼 수 있습니다. 대항해시대 이후 유럽에서 시누아즈리(중국풍, chinoiserie)가 유행하면서 위 그림처럼 수출 칠기에 산수화가 그려지기도 했다고 하네요.


일본 난사이제도 아마미군도(奄美群島)의 도쿠노섬(徳之島)에서 태어나 지금까지도 이곳에서 활동하는 일본 나전 장인 이케무라 시게루(池村 茂, 1956-?)가 보여준 야코우가이(야광패, 夜光貝) 팬덭르 세공 과정 자료를 통해 현대에도 일본 나전 방식의 명맥이 이어짐을 볼 수 있습니다.
4. 공감 : 조개로 느끼다

마지막으로 조개와 조개장식품을 직접 체험해보는 공간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선 다양한 조개를 만져보고, 조개 무늬 도장을 찍어보거나, 조개와 관련된 도구를 두고 사진을 찍어볼 수 있죠.


이번 기획 전시는 한일수교 60주년을 맞이한 2025년부터 한국과 일본이 조개의 두 껍데기처럼 맞닿아 바다를 매개로 더 넓은 교류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 가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전시가 끝납니다. 한국에서는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광주박물관, 국립공주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 국립대구박물관, 국립진주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대성동고분박물관, 부산박물관에서, 일본에서는 가고시마현 역사·미술센터 레이메이칸(鹿児島県歴史・美術センター黎明館), 구마모토박물관(熊本博物館), 사가현립박물관·미술관(佐賀県立博物館・美術館), 후쿠오카시박물관: 福岡市博物館 (후쿠오카시 하쿠부츠칸), 후쿠오카대학(福岡大学), 후쿠오카시 매장문화재센터(福岡市埋蔵文化財センター)에서 유물을 대여해줬다고 합니다.

쉽게 볼 수 없는 일본의 조개와 관련된 다양한 유물과 예술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무료로 제공해주신 전시를 준비한 모든 분께 감사인사를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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