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적과 본적의 차이는 뭘까? - 호적제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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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적과 본적의 차이는 뭘까? - 호적제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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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https://mspproject2023.tistory.com/343?category=874319)에서 시진핑에 대한 정보를 간단히 적었는데, 이 글을 보고 원적과 본적의 차이를 궁금해하신 분이 있어서 그에 대한 답변으로 이 글을 남긴다. 그리고 알아본 김에 중국의 조적과 적관에 대해서도 알아보겠다.

 

 

옛 사람들의 이름은 왜 이렇게 다양한가? - 자와 명의 차이

1. '공자'가 이름이 아니라고? 어떤 한 인물에 대해 검색해보면 거진 첫 줄에는 그 사람의 이름, 살던 시대, 직업에 대해서 적혀 있다. 다만 현대 한자문화권 지역에서는 사전에 직접적으로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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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习近平, 1953년 6월 15일~)은 조적(祖籍, 원적)은 허난성 덩저우시이고, 적관(籍贯, 본적)은 산시성 푸핑현이며,(...)

 

1. 적이라는 건 뭘까?

우리나라의 원적, 본적, 그리고 중국의 조적과 적관에는 모두 적(籍)이라는 한자가 들어간다. 도대체 이 적(籍)라는 건 뭘 말하는 걸까? 먼저 사전 설명을 보자.

적(籍) : 병적, 당적, 학적 따위의 문서 (표준국어대사전)

한국어에서는 적(籍)을 문서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 중국어에서는 어떨까?

籍 [jí/지] : 1. , 서적.  예시) 고적(古籍, 고서), 서적(书籍), 경적(经籍, 경서 : 옛 중국 성현들의 가르침을 기록한 책), 전적(典籍, 서적)
                 2. 등기 종속 관계를 나타낸 부책(簿册, 장부).  예시) 적관(籍贯), 호적(户籍), 국적(国籍), 학적(学籍)                       
-신화사전

그럼 일본어에서는 어떨까?중국어에서는 기본적으로 적(籍)을 책이라고 기록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서 '등기에서 종속 관계를 나타낸 장부'라고 말하고 있다.

 

籍 [음독 : セキ] : 1. 서신(편지), 책 (ふみ)
                                2. 호적 등을 기록한 문서 (セキ)
                                3. 펴다(敷く)
                                4. 밟다(踏む)

대부분의 경우 セキ[세키]라고 발음하는데 이 때는 '호적 기록 문서'라는 뜻이다. 이는 중국어 사전의 2번 뜻, 한국어의 적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籍은 '문서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2. 호적은 어떤 문서인거야?

호적(戶籍)호구를 알아보려고 만든 호구 장부를 말한다. 여기서 호구(戶口)는 가구별 집(戶)과 사람(口)의 수를 뜻하니 호적은 호주(戶主)를 중심으로 하여 그 집에 속하는 사람의 본적지, 성명, 생년월일 따위의 신분에 관한 사항을 기록한 공문서를 말하는 것이다.

호적을 통한 수취 체제를 성립하기 위해 이승만 정부는 1960년 1월 1일에  호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제정한 법률인 <호적법>을 시행했다. 이 호적이라는 범위에는 원적과 본적이 포함되어 있다.

 

3. 한국에서 원적과 본적의 차이는 무엇일까?

본적(本籍)본적지(本籍地)의 줄임말로, 호적법에서 호적이 있는 지역을 이르는 말이다.

원적(原籍)호적이 있는 지역(본적, 본적지) 혹은 호적법에서 혼인이나 입양 따위로 적을 옮기기 전의 본래의 호적을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두 단어는 크게 보면 '특정 사람이 태어나 등록한 지역'이라는 같은 뜻이지만, 그 사람이 이사를 했냐 안했냐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달라지며, 굳이 따지자면 원적이 본적을 포괄한다.

예를 들어서 A, B는 모두 서울에서 태어나서 자신의 가족 집에 호적을 올렸다. 이 때 A는 따로 자립하지 않고 출퇴근을 하게 되었다. 이런 경우 A는 서울이 원적이자 본적이게 된다. 그런데 B는 부산으로 취직을 했고, 따라서 부산에 집을 구했다. 이렇게 되면 B는 원적은 서울이지만 본적은 부산이 되는 것이다.

 

4. 등록기준지는 또 뭐야?

가족편성 문제로 2008년 1월 <호적법>이 폐지되고, 같은 날  <가족관계등록법>이 시행되었는데, 이 때 '사람이 태어나 등록을 한 지역'을 표시하기 위해 등록기준지라는 것이 정의되었다. 가족 관계 등록부가 있는 지역을 등록기준지라고 말하는데, 이는 본적을 대체하는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이전의 본적은 스스로 정할 수 없었지만 등록기준지는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하고 싶은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지역 이동에 대한 자유'와 '소속 지역의 범위'가 한층 넓어진 것이다! 

 

5. 중국에도 호적제가 있다며?

중화인민공화국에서 마오쩌둥이 1958년 대약진운동(1958~1962)을 실시했다. 이로 인해 많은 농민들이 도시로 몰려 농업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 같은 해(1958년) 1월 9일, 호구등기조례(户口登记条例)를 제정한다. 해당 내용을 직접 보고 싶은 사람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길 바란다.

http://www.npc.gov.cn/wxzl/gongbao/2000-12/10/content_5004332.htm

 

中华人民共和国户口登记条例_中国人大网

 

www.npc.gov.cn

딱히 불리한 조항은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13조를 살펴보자.

제13조 공민 이전은 전입지에 도착했을 때부터 도시는 3일 이내, 농촌은 10일 이내에 본인 또는 호주가 이전 증서를 호적 등기 기관에 전입 등록을 신고하고 이전 증서를 납부, 폐지한다.

- 중화인민공화국 호구등기조례 제13조

이사 온 날 기준으로 이전 증서를 제출하는 기간이 도시와 농촌이 다른데, 도시가 좀 더 시간 제한이 좁다는 특징이 있으며 이는 이촌향도 현상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시골에서 도시로 이사를 오고 호구 등록을 제 때 하지 않으면, 도시에서 제공되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런 혜택을 못받는 대표적인 직군이 농민 신분이지만 도시에서 노동을 하는 노동자인 농민공(农民工)이다.

최근까지도 중국은 이러한 차별적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호구제도를 개혁 중에 있다.

 

6. 그럼 중국의 조적과 적관은 어떤 차이가 있어?

쭈지(祖籍, 조적)선조의 거주지를 말하며, 원적(原籍)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위안지(原籍, 원적)는 조부를 포함한 부계 조상의 오랜 거주지 또는 부계 조상의 출생지를 말한다. 본관(本貫)이라고도 한다. 즉 중국의 조적과 원적은 한국의 '본적'과 유사하다. 유사하다고 했지 같다고는 하지 않았다~

 

지관(籍贯, 적관)은 조부와 그 이상의 부계 조상의 오랜 거주지 또는 출생지, 정확히는 일가 족속이 부계로 공통적으로 인정한 조상의 성장지를 말한다. 조상이 살던 땅이라는 뜻의 조거지(祖居地) 혹은 원래의 적이라는 뜻의 원적(原籍)이라고도 불린다. 적관(籍贯)은 원칙상 부계를 따라가며, 특수한 경우에만 모계를 따라간다.

 

즉, 조적과 적관은 조상의 대수 정도로 판단되는 '조상의 거주지'이다. 굉장히 오래전의 선조들의 원적이 조적이며, 바로 몇 세대 위의 조상들의 원적이 적관인 것이다.

시진핑(习近平, 1953년 6월 15일~)은 조적(祖籍, 원적)은 허난성 덩저우시이고, 적관(籍贯, 본적)은 산시성 푸핑현이며,(...)

자 그러면 위의 문장을 해석해보자. 

시진핑의 오래된 조상은 허난성 덩저우시에서 살았고, 여러 대를 지나 한 자손이 산시성 푸핑현으로 왔으며, 그 후손 중 한 명이 시진핑을 낳은 것이다. 우리로 치면 본관이 '허난성 덩저우'고, 원적은 '산시성 푸핑현'인 것이다.

 

굉장히 비슷한 단어들의 차이를 찾아보며 한자 하나가 바뀔 때마다 뜻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느꼈다. 그냥 보면 같은 뜻 같은데 속을 들여다보면 완전히 달라서 놀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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