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의 어원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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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그 외 언어

백신의 어원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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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백신이 영업니까?!" 백신이 한자어인줄 알았다는 후임에게 넌지시 다시 물었다. "그럼 어떤 한자라고 생각했니?" "어.. 생각해본적 없습니닼ㅋㅋ" 

 

1. 한중일은 백신을 뭐라고 부를까?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백신 疫苗 [이먀오/역묘] - 역병의 모종
菌苗 [쭌먀오/균묘] - 균의 모종
ワクチン [와쿠친]

중국어에서는 백신을 '역병의 모종(새싹)'을 뜻하는 疫苗[이먀오] 혹은 '균의 새싹'을 뜻하는 菌苗 [쭌먀오]라고 한다. 흠.. 그런데 한국처럼 '백신'이라는 발음은 사용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일본어를 보자. 일본어에 조예가 있는 분이라면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다. '한자어는 강조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거의 대부분 가타카나로 표시하지 않고 히라가나로 그 음을 적는다'라는 원리를 말이다. 그럼 ワクチン은 외래어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2. ワクチン의 어원

일본어 ワクチン[와쿠친]은 '백신'을 뜻하는 독일어 중성 명사 Vakzin[바크진]에서 왔으며 이 단어는 같은 뜻의 여성 명사 Vakzine[바크지너]에서 유래했다. 이 단어는 '젖소의, 젖소에서 나온'이라는 뜻의 라틴어 형용사 vaccīnus[밬키누스]에서 유래했으며, 근본적으로 '암소'를 뜻하는 라틴어 여성 명사 vacca[밬카]에서 유래했다. 어? 갑자기 웬 젖소?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 1749~1823)는 1773년 고향이던 글로스터셔 주 버클리로 내려와서 병원을 차리고 진찰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1775년 무렵, 천연두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이 지방에서는 우유짜는 부인이 소의 천연두(우두)를 경험한 뒤에는 사람이 앓는 천연두(인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이러한 사실을 의학에 응용하여 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1796년 5월 14일에 우두 고름을 그 지방 소년인 제임스 핍스에게 접종했고, 6주 뒤 천연두(인두) 고름을 접종했지만, 그 소년은 결과적으로 천연두에 걸리지 않게 되었다!

 

암소의 천연두를 사람들에게 접종했기 때문에 이들은 결론적으로 우두법(牛痘法) 즉 vaccination이라고 불렀고, 이 단어가 '천연두 접종'이라는 뜻에서 '예방접종'이라는 뜻으로 확대된 것이다. 그러한 역할을 하는 vaccine은 현재 '예방접종을 위한 주사'라는 뜻이 된 것이다.

 

한편 독일에서는 Vakzine, Vakzin이 아닌 Impfstoff[임프숖ㅍ]라는 단어를 더 많이 쓰는데 이는 '접목하다, 접종하다'라는 뜻의 동사 impfen와 물질(stuff)을 뜻하는 남성 명사 Stoff[쇼ㅍ]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직역해보면 '맞는 것'정도의 어투라고 보면 될 듯 하다.

 

3. 한국어 '백신'은 어디서 왔을까?

일본어의 '와쿠친'이나 한국어의 '백신'이나 뜻이랑 발음 면에서 비슷비슷해보인다. 그럼 과연 이 단어도 독일어 Vakzin에서 왔을까? 그건 아니다. 한국어 백신은 영어 vaccine[백신]에서 왔다. 이 단어 또한 물론 라틴어에서 온 것으로 어원은 독일어 Vakzin과 같다.

 

4. 그럼 '백신'은 라틴어인가?

 

정확하게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라고 보는게 옳을 것이다. 이전에 로마의 라틴 문자, 그레고리력 등을 예로 들면서 '로마가 우리에게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이야기를 한 적 있다.(https://mspproject2023.tistory.com/53)

주변에 라틴어에 대한 인식을 물어보면 먼 나라의 고대 언어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며 문화는 서로 돌고 도는 것이며, 이 땅에 있으면서 이 땅 곳곳의 문화와 역사는 미세하게나마 지구 반대편의 다양한 곳까지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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