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의 투쟁으로 결국 산으로 갔던 조순을 기리는 사직야구장의 조순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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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의 투쟁으로 결국 산으로 갔던 조순을 기리는 사직야구장의 조순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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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부산 동래구 사직동 사직야구장! 이곳 입구 사직공원에는 최동원 동상과 조순 시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1997년 10월 4일, 작고 박노선, 조순 시인 시비 제막식이 열렸다. (출처 : 부산일보)

1997년 10월 4일, 조순 시비의 제막식이 열렸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자리에 이 시비가 서있습니다.

김상훈이 비문을 쓰고, 정희욱이 제작하여 1997년 2월 27일 부산광역시 부산문인협회에 의해 건립되고 1997년 9월 13일 제막된 '조순 시 조각비'입니다. 그의 유고시 '산으로 간다'가 새겨져 있죠.

조순 詩碑(시비)
山(산)으로 간다
진달래의 향기 번지는
연두빛 새잎의 궁궐
새들이 노래하는
山(산)에
묻히는 주검의 행복이여

풀꽃이 사철 피고
여름에는 구름도 와서 놀고
가을 잎이 온 산을 물들이는
어머니의 노래 들리는 山(산)
네 기쁨의 죽음이 묻힐 것을 생각해 보라

죽음은 두려운 것도
슬픈 것도
허무한 것도 아니다
겨울에 눈이 덮어 주고
바람이 원시의 품으로 안아 줄
山(산)
오욕의 살을 썩게 하는 그리고 너의 죄를 침묵하는
山(산)으로 돌아가는 사람만의 은총
죄의 껍질을 밀어내지 않고 받아 주는
山(산)의 고마움으로 매양
山(산)을 간다 山(산)을 간다

내 막내의 못다 한
재롱을 만날 山(산)
人間史(인간사) 씻긴 달빛이
풀잎에서 별빛과 놀고 있는
山(산)으로 묻히는 알
생각만으로 설레이는
山(산)으로 간다

이 시비가 있는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최동원 동상이 보입니다.

시비의 뒤편의 한쪽에는 원이 그려져 있고, 다른 쪽에는 시인의 특징과 시인이 걸어온 길에 대해 적혀 있습니다. 아래는 그 내용을 직접 타이핑한 내용이니 문학에 관심이 많거나 시인 조순에 호기심이 생긴다면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조순(曺純) 시인(詩人)의 시적(詩的) 의미(意味)는 '신(神)의 말'이었고, 이때의 신(神)은 한 시대, 한 사회의 절대가치, 절대진리로 확인했다. 따라서 시( )의 길은 고정 관념이나 어떤 사상에 지배 받지 않는 완전한 자유(自由)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조순(曺純) 시인(詩人)의 시적(詩的) 요체(要諦, 중요한 점)는 죽음에 대한 높은 인식을 통하여 자기 삶을 성찰(省察)하고 심화(深化)시킬 뿐 아니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이웃이나 세계에 대해서도 청렬(淸冽, 산뜻하고 시원함)한 고발 정신으로 가차없는 비판을 가했지만 그것도 폭넓은 이해를 쌓으려는 자신과의 투쟁이었다.
   '죽음은 사는 일을 가는 갱기/호리처럼 삶을 깊인다.//하늘과 땅이 친하듯이 삶이 익으면 죽음도 익는다'고 노래함으로써, 내면의 삶을  튼튼하고 풍부하게 하는 지혜의 샘으로 죽음을 인식했던 것이다.
   1928년 10월 16일 경남 의령 상정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조형순(曺馨純)이다.진주사범(현 진주교육대학교)·중앙대학·경남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부산에서 1954년 부산상고·부산여고·경남여고 등에서 가르치다가 경남대학교 인문대학 국문과에서 강의했다.
   1958년 자유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왔으며 '전후에 비는 내리는데', '촌', '눈물 앃은 눈으로', '작은 행복' 등의 시집을 펴 내었으며 한국현대시인협회이사,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동행회원, '시단', '한국시', '갈숲' 등의 동인으로 활동하다가 1995년 10월 10일 별세했다.
   그는 영면(永眠)했으나 그의 청고(淸高)한 시혼(詩魂)은 잠시도 거치지 않을 것이다. 그는 타계(他界)했으나, 그의 시(詩)는 오래 오래 우리들 기억 승에 살아 빛을 더해  갈 것이다.  
1997.2.27.
부산문인협회 회장 김상훈(金尙勳) 삼가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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