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민들의 애환이 담긴 부산 중구 40계단
본문 바로가기

어원과 표로 보는 역사 시리즈/어원과 표로 보는 한국사, 한국문화

피난민들의 애환이 담긴 부산 중구 40계단

728x90

 

40계단
중앙동의 40계단은 오늘날의 영주동에서 옛 부산역과 국제여객부두를 왕래하는 편의를 위해 설치되었다. 이 계단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 중 헤어진 가족들의 상봉 장소였고, 피난살이의 애환을 상징하던 곳으로 10만명이 넘는 피난민들에게는 가장 친근한 장소였다. 이곳이 유명해진 것은 1951년 박재홍이 부른 대중가요 <경상도 아가씨>가 크게 유행하면서부터인데, 이 노래는 피난살이의 고달픔을 읊은 것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40계단에서 영도다리를 바라볼 수 있었는데, 피난민들은 더러 40계단에 기대고 앉아 영도다리를 바라보며 피난살이의 고달픔을 달랬었다. 그러했던 40계단은 4m 가량의 폭이었던 지난날과는 달리 지금은 폭이 많이 줄어 옛 모습을 잃었다. 그래서 본래의 40계단에서 남쪽으로 25m쯤 떨어진 계단을 현재는 40계단이라 말하고 있다. 원래의 자리에서 떨어져 있는 계단에 1993년 8월 <40계단기념비>를 세우고, 그 뒤쪽에 대중가요 <경상도 아가씨>의 노래 가사와 계단의 유래를 새겨 넣었다. 1999년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오프닝 장면에 등장하여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원래 40계단은 동광길38번지와 동광길42번지 사이에 있었는데, 지금은 건물로 막혀 사라졌다. (출처 : 카카오맵)

부산 중구 중앙역 11번 출구에서 조금 내려 크고 둥근 조형물이 있는 첫 번째 길로 꺾어서 쭉~ 오면 40계단과 관련된 안내판이 보입니다.

길 처음엔 '어머니의 마음'이라는 피난길에서도 자식을 돌보고 젖먹이는 어머니 모습을 한 동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옆 길바닥에는 '그래도, 살아야겠다'라는 글귀와 함께 당시 40계단 인근 피난민들의 모습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찬란한 햇빛이 비추는 이 한산한 거리는 오래전 북적였던 거리였을겁니다.

길 한편에는 중앙동의 해안매축에 관한 글이 적혀 있습니다.

해안매축(coastal land reclmation)
부산항은 현재 중앙로까지 바다였으나 이 해안 일대를 매축하여 시가지를 형성할 목적으로 1902년 7월 부산항 매축공사를 하여 중앙동 일원에 새로운 땅을 확보하고 "새마당"이라고 불렀다.

한 때 바다였던 이곳을 일본계 회사와 대한제국이 중심이 되어 매축하고 평지로 만들었고, 그렇게 일본인 거류지는 확장되며, 부산역과 부산항의 물류 교통이 편해지게 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중앙역 12번 출구 인근에 있는 새마당 매축지 기념비(https://mspproject2023.tistory.com/2215)를 참고하세요~

 

매축되고 평평해진 부산 중앙동사거리 새마당을 기억하는 새마당 매축지 기념비

부산 중구 중앙역 12번 출구 앞에 있는 은산베이빌딩 앞 부산시가 세운 기념비 하나가 있습니다.비석 앞면비석 뒷면새마당 매축지북빈매축(北濱埋築) 및 부산착평공사(釜山鑿平工事)1983년 2월

mspproject2023.tistory.com

1950년대 초 한국전쟁 당시의 인근에서 일하고 숙식하던 사람들의 모습들도 그려져 있습니다.

저 앞에 보이는 계단이 (신)40계단입니다.

이곳은 당시 중앙동에서 대청로, 동광동으로 가는 지름길이었고, 그래서 구호물자를 내다 팔던 장터이자, 판자촌 언덕길로 이어진 삶의 기억이었고, 헤어진 가족을 기다리던 슬픔을 가지고 있던 곳입니다. 이런 암담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뻥튀기 아저씨'처럼 열심히, 그리고 희망을 갖고 그들은 쭉 살아와 다음 세대를 키워나갔습니다.

40계단
1909년~1912년 사이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복병산 일부 주택가와 해안가 매립지를 연결하는 통행로였다. 40계단은 한국전쟁 피란 중 헤어진 가족들의 상봉 장소이자, 피란민들의 처절한 삶의 현장이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물 밀 듯이 내려온 피란민들은 산 위에 판자촌을 이뤘다. 그들은 일터에 나가고, 식수를 기르며 매일 40계단을 오르내렸다. 피란민들은 40계단에 앉아 영도다리를 바라보며 피란살이의 고달픔과 향수를 달럤다. 그러했던 40계단은 1953년 11월 27일 발생한 부산역전 대화재 이후 본래 모습을 잃었다가 원래 위치에서 남쪽으로 25m 떨어진 이곳에 새롭게 만들어졌다.

피난민의 많은 이야기가 담긴 40계단입니다. 이 계단을 올라 120m 오른쪽으로 가면 40계단기념관도 있으니 관심 있으시면 오신 김에 같이 가보시길 바랍니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오프닝에 등장하는 40계단. (출처 :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곳은 1999년 7월에 개봉한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중심 사건이 되는 '40계단 살인사건'이 바로 이 부산 중구 '40계단'에서 일어났습니다. 

이 40계단 살인사건 장면이 그려질 때, 비 지스의 Holiday(https://www.youtube.com/watch?v=JaiQYcC9HMo)가 배경음으로 사용됩니다. 영화를 보신 분은 또 감회가 새로울 거예요!

비석 앞면 비석 뒷면
40계단기념비
경상도 아가씨

작사 : 손로원(손노원)
작곡 : 이재호
노래 : 박재홍
"사십계단 층층대에 앉아 우는 나그네
울지 말고 속 시원히 말 좀 하세요
피난살이 처량스레 동정하는 판자집에
경상도 아가씨가 애처러워 묻는구나
그래도 대답없이 슬피 우는 이북 고향
언제 가려나"
고지대 판자촌으로 이어지는 길목인 40계단은 8.15 해방과 6.25사변을 겪으면서 수많은 귀환동포와 피난민들이 이곳을 오르내리면서 울고 웃던 생활의 현장이다.
위 노래는 이곳을 배경으로 실향민들의 시름을 달래고 아픔을 함께하던 정서가 담긴 가락이다.

이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갈 때마다 이전에 올랐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고, 무슨 감정을 느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단 중간쯤에는 <경상도 아가씨>를 연주하는 동상과 그 노래가 스피커로 조용히 들립니다. 이곳에 앉아서 잠시 이런 저런 생각을 했었어요.  중앙동에 왔다면 한 번 쯤 걸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