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한 소대에는 부산대 학생들이 많다. 그래서 전입신병이 부산대 다닌다고 한다면, 선임들끼리 '아! 또 부산대 카르텔이네 ㅋㅋㅋㅋ'라며 장난 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때 난 카르텔이 무엇인지 궁금해 찾아봤다. |
카르텔(cartel)을 캠브릿지 영어 사전에 검색해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a group of similar independent companies who join together to control prices and limit competition 가격을 통제하고 경쟁을 제한하기 위해 협력하는 유사한 독립 기업 그룹 |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격을 통제하고 경쟁을 제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집단(group)'이라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이익을 위해 기업들이 모이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즉 우리말에서 '담합'과 가장 유사한 의미를 지닌 단어다.
사업상으로는 독일의 Kartell로부터 빌린 것으로 그 단어는 1871년 오이겐 리히터(Eugen Richter, 1838~1906)가 제국의회(Reichstag)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또 정치적 의미에서 cartel은 16세기에 프랑스어 cartel에서 차용되었다.
이 단어들은 이탈리아어에서 '종이, 카드(card)'를 뜻하는 carta의 지소어인 cartello에서 왔고, 최종적으로 라틴어로 '종이, 책'을 뜻하는 charta에서 왔다.
주제를 잠시 벗어나, 13세기 영국의 존 왕이 '대헌장'으로 불리는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를 발표하는데, 이는 국왕과 귀족 연합의 합의문이다.
이 영국 문서에서도 '합의'라는 단어가 눈에 뛴다. 그냥 '종이 한 장'에 쓰인 '합의'와 관련된 내용에 중점을 두고 이 문서를 읽는다면 마그나 카르타는 보통의 종이(carta)로 보이진 않을 것이다.
종이에 적힌 합의를 뜻하던 Kartell은 우리나라에서는 연(緣)의 뜻으로도 쓰인다. 여기서 연(緣)은 부정적인 의미로 연고관계(緣故關係)를 뜻하는데, 쉽게 말해 '파벌'과 비슷한 의미이다.
이 말을 위의 선임들이 했던 말에 대입해보면 이해될 것이다.
부산대 카르텔 = 부산대학교(釜山大學校) 학연(學緣) |
장난스러운 말에 너무 진지를 빤거 같지만 이 말을 들으면서 카르텔이 뭔지 궁금한걸 어쩌겠는가ㅋㅋㅋㅋㅋ
어찌되었든 기업들이 이윤을 최대한 올리기 위해 종이(charta)에 써가며 합의한 내용인 카르텔(cartel). 이 부정적인 경제 행위가 하루 빨리 사라지길 바란다.
'언어 > 그 외 언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혼을 이르는 말들 (0) | 2021.07.05 |
---|---|
나의 피앙세가 되어 주세요 (0) | 2021.01.17 |
아시타비와 우분투 (0) | 2021.01.13 |
[프랑스어] ça va? ça va. (0) | 2020.07.12 |
코렐라인 OST - End Credits (0) | 2020.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