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발 16번 버스를 타고 '녹동마을'에 내린뒤
뒤를 돌아 건널목을 건너갑니다.
그리고 조금 걸어 조그만 포장된 길로 올라갑니다. 안내판을 보면 알 수 있듯 여기는 양산과 부산 금정구 노포동의 경계입니다.
좁고 작은 길을 걸어가다보면 차량용 오르막길이 보입니다.
여기서 왼쪽으로 꺾으면 이런 곳이 나오는데요. 몇 걸음 더 올라가 줍시다. 이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금정산의 한 줄기인 계명산 계명봉으로 가는 등산로가 나옵니다.
경거가선대부양공유하이혜불망비(京居嘉善大夫梁公有夏貽惠不忘碑) |
1731년(영조 7)~1733년(영조 9) 3년간 대가뭄이 들어 동래, 양산 지방에 흉년이 들어 관가에서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때, 서울에 사는 양유하(梁有夏)가 자신의 재산으로 굶주린 백성을 구제 하였고, 승려를 모아 굶어 죽은 시신을 묻어주고 혼백을 불러 제사를 지내주었다 한다. 이 비석의 앞과 뒤사 뒤바뀌어 세워졌다. 비석 뒷면에 나오는 '동래(東萊) 양산(梁山) 병립(并立)'을 '함께 세웠다'가 아닌 '경계'로 발못 해석하여 빚어진 일이다. |
설명문에 따라 이 비석은 처음엔 동래(부산)과 양산의 경계인 지경고개에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신도시 및 도로 확장 공사가 시작되며 이 비석을 현재의 위치로 옮기게 되었는데요! 이 때 비석 뒷면의 '양산 동래 병립'이라고 쓴 것을 '경계'로 잘못 해석해서 뒷면을 앞으로 세웠다고 합니다.. 비석을 처음 봤을 때 마주치는 면이 뒷면이라는 이야기죠...
다시 원래 방향으로 돌려두면 참 좋을텐데, 안내문 상으로만 '여기 뒤집혀있음 참고해!'라고 적어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비석의 뒷면 | 비석의 앞면 | ||
숭정재을묘(崇禎再乙卯, 1735) 중동(仲冬, 음력 동짓달) 동래(東萊) 양산(梁山) 병립 |
곡식을 싣고 덕을 쌓는데 때 맞춰 의를 떨쳤으며 스님을 모아 뼈를 묻고 혼을 불러 제를 올렸다 저승과 이승 모두 감격하고 은혜를 올려 널리 알리리 돌에 기록해 미를 노래하며 내세에 오래 전하리라 |
경거(京居) 가선대부(嘉善大夫) 양공유하(梁公有夏) 이혜불망비(貽惠不忘碑) |
해를 거듭한 큰 흉년에 신해, 임자, 계축까지 주려 굶어죽은 자들 골짜기 이어져 동래양산(萊梁)에 5배나 되었으니 관이 이미 구휼하고 베풀었으나 사사로운 구제 누가 시도하겠는가 공이 본래 덕을 쌓았는데(다가) 때맞춰 의를 떨쳤으니 |
이 비문의 해석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전 한자 원 뜻을 그대로 해석해봤는데요. 더 자세한 비문 해석과 풀이는 이 블로그 글(https://m.blog.naver.com/bit567/221939360207)를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이 비석의 대략적인 해석을 통해 18세기 한양(京, 서울)에 살던(居) 가선대부(嘉善大夫) 양유하(梁有夏)가 대흉년으로 몇년간 고통받던 동래(東萊)와 양산(梁山)에 곡식을 풀고, 스님을 불러모아 시신을 수습하고 제사를 지내면서 은혜(惠)를 남긴(貽)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서울의 한 높으신 분의 구휼로 많은 경남권의 부산, 양산 지역 백성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선덕을 기록한 비를 볼 수 있어 기뻤습니다. 다행인 점은 지금은 안내문까지 설치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2. 녹동소류지
비석의 뒷편에는 녹동소류지가 있습니다. 인근 농사를 지을 때 쓰는 물을 모아둔 연못이죠.
경고문에 깊이가 꽤 깊다고 조심하라고 하네요!
이 뒷편에선 잘 보이지 않지만, 길이도 길고 깊은 소류지입니다.
가봐야지, 가봐야지 했다가 이제야 방문하게 되었네요...ㅎ 이것으로 양산과 부산 경계에 위치한 경거가선대부양공유하이혜불망비 탐방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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