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네프스키 거리>
<네프스키 거리(Не́вский проспе́кт)>는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Никола́й Васи́льевич Го́голь, 1809~1852)이 1833년에서 1834년까지 쓰고 1835년에 발표한 소설로, <초상화>, <코>, <광인일기>, <외투>와 함께 <페테르부르크 이야기> 시리즈의 한 소설로 여겨집니다. 처음엔 <초상화>와 마찬가지로 <아라베스키>에 같이 실려 편찬되었죠.
니콜라이 고골의 견해에 따르면, 네프스키 거리는 총 4개의 시간대에 따라 사람들의 모습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시간대 | 이야기 |
05:00~12:00 | 이른 아침 네프스키 대로에서, 하인들은 거지들에게 딱딱한 피로그(пиро́г, 파이류)를 그들에게 던짐 |
12:00~14:00 | 프랑스인 가정교사(Гувернёр)들을 습격 |
14:00~15:00 | 허세꾼들의 거리. 녹색의 제복(вицмундир)을 입은 관리들이 거님 |
15:00~16:00 | 봄의 시작. 황혼이 될 때까지 거리는 점차 비게 됨 |
2. <네프스키 거리>의 등장인물을 통해 보는 간단한 줄거리
2-1. 첫번째 이야기(순수한 화가 피스카료프가 평범한 매춘부 흑발녀에게 사랑에 빠짐)
피스카료프(Пискарёв)는 거리에서 본 젊고 아름다운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순진한 젊은 예술가입니다. 그는 자신의 상상력에 굴복해 그 여자 꿈을 꾸지만, 현실에 직면하자 그는 그 상을 감당하지 못하고 목을 베게 됩니다.
그의 성은 지혜로운 물고기로 여겨졌던 '모샘치'를 뜻하는 피스까리(песка́рь, пескарь)에서 유래했습니다.
흑발녀(Брюнетка)은 밤에 네프스키 거리를 걸으며 주목받고 쫓기는 또 다른 여성 등장인물입니다. 젊은 예술가 피스카레프는 그녀를 고귀하고 세련된 숙녀라고 생각해 관심을 가져 그녀의 집을 따라갑니다. 결국, 그녀는 예의 없는 매춘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지는데요. 이후 그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둘의 미래에 대한 그의 꿈을 함께 공유하기 위해 돌아왔을 때, 그녀와 그녀의 지인들은 그를 비웃고 그를 자살로 몰아넣습니다.
2-2. 두번째 이야기(속물적 군인 피고로프가 결혼한 금발녀를 유혹함)
중위 피로고프(Пирогов)는 피스카레프와는 반대로, 현실주의자이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여성들에게 꽤 인기가 있었던 주인공입니다. 그는 그가 원하는 것을 얻는 데 익숙했는데요. 그래선지 그가 길을 가다 만난 자신의 목표 대상인 금발의 여자가 결혼을 했든 안했든 그런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그는 그 여자를 취하는데 성공하는 듯 했으나, 결국 실러와 그 친구들에게 맞으면서 패배했다는 생각과 함께 굴욕감을 느끼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피로고프는 이에 대해 분노해 복수를 계획하지만, 결국 과자점에 들러 파이를 먹으며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고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그의 성 피로고프(Пирогов)는 러시아식 파이류인 피로그(пирог)에서 유래했습니다.
금발녀(Блондинка)는 독일 양철공 실러(Шиллер)의 아내입니다. 어느 날 밤, 그녀가 네프스키 거리를 걸어 가는데, 피로고프 중위는 그녀를 발견하고 그녀를 유혹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녀는 예쁘지만 똑똑하지 않다고 묘사되기 때문에, 그녀는 즉시 남편이 없을 때 피로고프에게 그녀를 보러 올 기회를 줍니다.
실러(Шиллер)는 알코올 중독자이자 독일 양철공으로 피로고프가 사랑에 빠진 아름다운 금발 여성의 남편입니다. 그는 오두막을 방문하는 동안 아내를 향한 피로고프의 부적절한 행동을 알아차렸지만, 피로고프가 그에게 값비싼 박차(拍車)를 주문했기 때문에 일단은 그냥 넘어가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 술에 취한 실러가 집에 들어와 피로고프의 품에 안겨 있는 아내를 보자, 그는 이성을 잃고 두 친구 고프만(Гофман)과 쿤치(Кунц)에게 피로고프를 몇 대 때려달라고 부탁합니다.
그의 성 실러(Шиллер)는 '사시를 가진 자'라는 뜻의 독일 성씨 실러(Schiller)에서 유래했습니다.
2. <네프스키 거리>의 문학적 특징
네프스키 거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대표적인 대로였습니다. 굉장히 화려하고 낭만적이기까지 한 곳이죠. 세간의 모든 것이 지나가고, 모든 러시아 사람들이 이곳을 동경하고, 아름다운 여인과 멋진 신사들, 그리고 즐거운 아이들과 강아지들이 뛰놀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곳처럼 보이죠. 그런데 고골은 이 큰 길 조차 허영이라고 여겼나 봅니다. 소설 속 남주인공들의 결말을 보면 이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몽상적이며 순수한 화가 피스카료프는 매춘부였던 흑발녀와 진정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었지만, 오히려 그녀는 그를 조롱합니다. 그는 현실세계와 반대되는 이상을 이곳에 만들려다가 자살이라는 수단을 택해 이 네프스키 거리를 벗어납니다. 니콜라이 고골의 <코>에서도 볼 수 있듯, 작가는 '꿈'을 '환상성을 가진 세계'라고 여겼습니다. 이 소설에선 '완벽한 이상형'이라고 여겼던 그녀가 사실 '매춘부'였으며, 또 '그녀와의 완벽한 사랑'을 꿈꿨지만, 돌아온 것은 '그녀의 조롱'이었기에, 그는 그 꿈을 지키기 위해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한편, 허영심 심하고 속물적인 피로고프는 배우자가 있는 금발녀를 꼬셔서 타락시키려 합니다. 순전히 <우리 시대의 영웅>의 페초린처럼 그는 어떤 여자든 취할 수 있었다고 여겼기 때문에, 이번에도 가볍게 그녀를 만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금발녀는 결국 그를 받아들이죠. 그 때 남편 실러가 들이닥칩니다. 당연히 남편 실러는 분노했고, 친구들과 그를 줘패버리고 쫓아냅니다. 당연히 빡친 피로고프는 복수를 다짐합니다만, 곧 피로그를 먹으면서 잊어버립니다. 꽤 단순해보이면서도 이상해보이죠? 네프스키 거리는 이런 곳입니다. 생각이 너무 깊으면 안되고, 자신의 욕구와 욕망에 따라 하루 하루 살아가야 하는 곳입니다. 순수한 영혼은 살아남기 힘든 곳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고골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네프스키거리 또한 소설 <코>에서 처럼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영혼없는 허영의 도시의 거리, 환영에 둘러싸인 가짜 도시의 거리, 악의 공간이자 악마의 공간이었다고 생각한 것이죠.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썩어가는 넵스키 거리를 고골은 인간의 순수성이 악에 물들어 허영심, 진정성 없는 보여주기식 행동, 고귀해 보이는 물건들과 자신은 사라지면서 타락되어 가는 곳이라고 표현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 속 자살한 피스카료프는 그러한 악의 공간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발버둥으로 자살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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