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험에서 아쉽게 틀렸고, 다음 시험에 분명 개념 관련 문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보적 분포에 대해 정리하려고 한다. 교재를 볼 때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교재에 나와 있는 예시는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최소 대립쌍과 상보적 분포 개념 자체를 정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
1. 최소 대립쌍(minimal pairs, минима́льная па́ра)
음운론에서 최소 대립쌍(minimal pairs, минима́льная па́ра)은 음소(phoneme), 음조소(toneme)와 같은 음운론적 요소만 다르고, 뚜렷이 구별되는 의미를 가지는 말해지거나 기호화된 구나 단어의 쌍을 말한다. 이 쌍은 두 음(phone)이 두 개의 별개의 음소를 나타내는 것을 보여주는 데 사용된다.
달 [ta̠ɭ] | 딸 [t͈a̠ɭ] | 탈 [tʰa̠ɭ] |
ㄷ과 ㄸ, ㄷ과 ㅌ, ㄸ과 ㅌ는 각각 최소 대립쌍 |
'달', '딸', '탈'은 모음 앞의 첫 번째 자음의 차이로 인해 그 의미가 구별되며, 그렇기에 자음 ㄷ과 ㄸ, ㄷ과 ㅌ, ㄸ과 ㅌ는 각각 최소 대립쌍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엔 영어의 예시를 살펴보자.
fin [fɪn] | pin [pɪn] |
f와 p는 최소 대립쌍 |
위 두 단어도 마찬가지다. 최초 자음의 차이로 그 의미가 구별되며, 그래서 f와 p는 최소 대립쌍이다.
том [tom] | дом [dom] |
т, д는 유무성음에 따른 최소 대립쌍 |
러시아어에서도 이렇게 위 두 단어는 무성음 т와 유성음 д의 차이에 의해 그 의미가 구별되며 그래서 무성음 т와 유성음 д는 각각 유무성의 차이에 의한 최소 대립쌍이 된다. 러시아어의 예를 좀 더 살펴보자.
быт [bɨt] | быть [bɨtʲ] |
т와 ть는 경연자음에 따른 최소 대립쌍 |
быт와 быть는 맨 마지막 자음인 т와 ть가 최소 대립쌍을 이루는데, 이는 경자음 т와 연자음 ть의 차이에 의해 그 의미가 구별되며 그래서 경자음 т와 연자음 ть는 각각 경연자음의 차이에 의한 최소대립쌍이 된다. 참고로 이 경연자음에 따른 최소 대립쌍 중 독립적인 대응 음소가 없어 최소 대립쌍이 될 수 없는 자음들은 아래와 같다.
경연대립상 최소대립쌍이 없는 러시아어 자음 |
|
연구개음 (대표음만 항상 경자음이며, 자음체계표상 보이지 않는 변이음이 존재) |
г [ɡ], к [k], х [x] |
후치경음(뒷임몸소리) (항상 경자음!) |
ш [ʂ], ж [ʐ], р [r] |
경구개음(센입천장소리) (항상 연자음!) |
ч [tɕ], щ/сч [ɕ], зж [ʑ], щ, й [j] |
치경음 (대표음만 항상 경자음이며, 자음체계표상 보이지 않는 변이음이 존재하는 유일한 것) |
ц[ts] |
한편, 최소 대립쌍을 구분할 때 자음만 판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лес[lʲes] | лис [lʲis] |
е와 и는 동사에 따른 최소 대립쌍 |
위 예시처럼 е와 и는 모음으로 그 발음이 다르고, 그에 따라 각 단어의 의미를 구별해 주므로 모음 е와 и 또한 최소 대립쌍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구분할 수 있는 자음과 모음 즉, 분절음 단위에서는 이렇게 쉽게 최소 대립쌍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분절음이 아니더라도 최소 대립쌍은 성립한다.
окна́ [ɐkˈna] | о́кна [ˈoknə] |
окна́의 о와 а́, о́кна의 о́와 а는 각각 강세에 따른 최소 대립쌍 |
위의 예시처럼 강약 악센트(강세 등), 고저 악센트(성조 등), 음의 길이, 억양 등 분절음(자모음)의 수준을 넘어서 더 작게 말의 의미를 구별하는 초분절 자질((구) 초분절 음소) 또한 음성으로 취급하고, 그에 따라 의미를 구별할 수 있기에 최소 대립쌍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최소 대립쌍은 서로 다른 소리로부터 음소와 음운을 발견하는 작업으로, 학술적으로 그 음소의 기능을 판별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2. 상보적 분포(complementary distribution, дополни́тельная дистрибу́ция)
[참고] 대조적 분포(contrastive distribution, контра́стная дистрибу́ция) : 언어학에서 두 음소가 같은 음성 환경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 자유 변이(free variation, свобо́дное варьи́рование) : 특정 단어의 발음이나 형태의 차이가 의미 차이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 |
우선 상보(相補)라는 말을 알아보자. 상보는 '서로(相) 모자란 부분을 보충(補充)함'이라는 의미로, 영어의 '상호보완적인'이라는 뜻의 형용사 complementary와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인다. 이 형용사의 기원이 되는 동사 complement 또한 '보완하다, 덧붙이다'라는 의미로 '모자란 부분을 더함'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상보적 분포(complementary distribution, дополни́тельная дистрибу́ция)는 한 요소가 하나의 환경 집합에서 발견되고 다른 요소는 그와 교차하지 않는(보완적인) 환경 집합에서 발견되는 같은 종류의 두 개의 다른 요소 사이의 관계를 말한다.
이는 종종 표면상으로 다른 두 요소가 같은 더 깊은 수준에서 동일한 언어 단위임을 나타낸다.
2-1. 음운론상 상보적 분포
음운론에서의 상보적 분포는 한 음이 같은 다른 음과 같은 음성적 맥락에서 절대 나타나지 않는 각각의 음성적 환경에서의 음(phone)의 분포를 말한다. 상보적 분포 상 두 가지 변형이 있는 경우, 이음(allophone)이 발생하는 환경을 간단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각각의 이음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지 쉽게 찾을 수 있다.
pin [pʰɪn] | spin [spɪn] |
- 음소 /p/는 이 단어에서 [pʰ]로 발음됨 - [pʰ]는 항상 음절이 시작되고 그 뒤에 강세가 있는 모음이 올 때 발생 |
- 음소 /p/는 이 단어에서 [p]로 발음됨 - [p]는 [pʰ] 발생 조건 외의 모든 경우에서 발생 |
음소 /p/의 이음은 [pʰ], [p]이며, 이 두 음들은 상보적 분포 관계임 |
이렇게 보면 라틴 문자 표기로는 분명 p라고 적었지만, 실제 발음 상 p가 음절 맨 앞에 옴과 동시에 그 뒤에 강세가 있는 모음이 온 경우에만 [pʰ]이라고 발음한다. 그 외 모든 위치에서 p는 [p]로 발음한다. 그리고 절대 이 발음 [p]는 '음절 맨 앞+뒤에 강세 있는 모음'이라는 조건에선 절대 발생할 수 없다! 이것이 음운론상 상보적 분포를 말한다.
지지 [t͡ɕid͡ʑi] |
앞의 ㅈ는 무성 치경구개 파찰음(러시아어 기준 ч)이며, 뒤의 ㅈ는 유성 치경구개 파찰음(러시아어 기준 чь) |
ㅈ는 어두에 오면 [t͡ɕ]로 발음하고, 어중이나 종성+모음앞에선 [d͡ʑ]로 발음 => 음소 /t͡ɕ/의 이음은 [t͡ɕ], [d͡ʑ] 등이 있으며, 특히 그 중 이 두 음들은 상보적 분포 관계임 |
이렇게 보면 한글 문자 표기로는 분명 'ㅈ'이라고 적었지만, 실제 발음 상 'ㅈ'가 음절 맨 앞에 온 경우에는 무조건 [t͡ɕ]라고 발음한다. 그리고 그 위치에는 'ㅈ'의 이음 [d͡ʑ] 등은 절대 올 수 없다. 이 또한 한국어 차원에서 봤을 때 음운론상 상보적 분포의 예시라고 말할 수 있다.
вить [vʲitʲ] | выть [vɨtʲ] |
연자음 в[vʲ] 뒤에 온 и는 [i] 발음 => /i/의 변이음 [i] 발견 |
경자음 в[v] 뒤에 온 ы는 [ɨ] 발음 => /i/의 변이음 [ɨ] 발견 |
위 예시처럼 /i/의 변이음 [ɨ]과 [i]는 그 출현 위치가 달라진다. [ɨ]는 경자음 뒤, [i]는 연자음 뒤 혹은 어두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이 두 변이음은 서로의 위치를 침범할 수 없다! 러시아어에서의 상보적 분포는 이렇게 나타난다.
дя́дя [ˈdʲædʲə] | да́та [ˈdatə] |
연자음 д[dʲ] 뒤와 연자음 д[dʲ]사이의 я는 [æ] 발음 => /a/의 변이음 [æ] 발견 |
경자음 д[d] 뒤에 온 а는 [a] 발음 => /a/의 변이음 [a] 발견 |
그 외에도 /a/, /o/, /u/는 연자음과 연자음 사이에서 변이음 [æ], [ɵ], [ʉ]가 일어나고, 그 외에는 변이음 [a], [o], [u] 등을 가지며, 앞서 말한 변이음 [æ], [ɵ], [ʉ]는 오지 못한다. 지금까지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음운론상 변이음(or 이음)들은 각각 최소 대립쌍인 경우가 많으며 상보적 분포 관계에 있다!
2-2. 형태론상 상보적 분포
상보적 분포라는 개념은 음운론에서 뿐 아니라 형태론적 분석에도 적용된다.
두 개의 다른 어형(이형태(allomorph))는 실제로 하나와 그와 같은 단어(형태소(morpheme))의 다른 면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영어를 예로 들자면 부정관사 a, an이 형태론상 상보적 분포라고 볼 수 있다.
a pig | an ant |
*a ant | *an pig |
1. a가 쓰이지 않을 경우, an이 쓰임 2. an이 쓰이지 않을 경우, a가 쓰임 3. 두 환경 모두 모든 단어의 규칙적 잠재적 환경을 포괄함 따라서, 영어 관사 a와 an은 서로 형태론상 상보적 분포성을 띔 (참고-문법론상 비문(ungrammatical)은 '*'로 표시) |
영어에서 자음으로 시작하는 단어에 부정관사를 붙이는 경우, 부정관사 a를 그 앞에 더하며, 모음으로 시작하는 단에 부정관사를 붙이는 경우, 부정관사 an을 더한다. 그러나 서로 그 자리를 침범하진 못하기에 부정관사 a와 an은 형태론상 상보적 분포를 띈다고 본다. 또한 이 두 단어는 두 개의 다른 단어라기 보단 한 의미에서의 두 개의 다른 형태가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개념을 이형태(allomorph)라고 한다.
밥을 | 차를 |
대격 조사 '을/를' 또한 형태론상 상보적 분포를 띈 이형태임! |
이는 한국어에서도 적용된다. 대격조사 '을/를'이 바로 형태론상 상보적 분포를 띈 이형태다. 같은 의미를 가지지만 자음 뒤에선 '을', 모음 뒤에선 '를'로 표시하는 식이다. 한국어에서는 이렇게 주로 조사에서 이런 이형태가 많이 나타난다.
возраста́ть |
взро́слый | воспита́ть |
вспоте́ть |
1) 유성음 앞에서 | 1) 유성음 앞에서 2) 약화되어 |
1) 무성음 앞에서 | 1) 무성음 앞에서 2) 약화되어 |
'위로, 다시'라는 의미를 가지는 러시아어 접두사 воз-[보스-]는 그 뒤에 오는 자음이 유성음이나 무성음이냐, 그리고 접두사 자체가 약화되었냐 아니냐에 따라서 4가지의 상보적 분포를 띈 이형태를 가진다. 이렇게 형태론상 상보적 분포를 가진 이형태 또한 각자의 위치를 지키며 다른 형태의 자리를 뺏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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