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명사의 복수 주격은 기본적으로 그 어간의 끝이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지는데, 어간의 끝이 경자음이면 -ы, 연자음이면 -и가 붙는다. 특수하게 고대의 쌍수격이 그대로 전해진 경우, 어간의 끝이 경자음이면 -а, 연자음이면 -я로 끝난다.
그런데, 이런 남성명사 중 어간의 끝이 경자음인데 복수 주격 어미가 -и로 끝나는 2개의 명사가 있어 소개하려고 한다.
1. сосед : 이웃
сосе́д
어근
-сосед-
활동체 남성명사 сосе́д[사셰드]는 '함께(со-) 앉아있다(сиде́ть)'라는 뜻에서 유래했으며, 그 뜻은 '이웃(누구 곁에서 혹은 인근에 사는 자, 누군가와 가장 가까운 자리를 차지하는 자), 이웃나라(경계를 공유하는 나라), 이웃나라사람(경계를 공유하는 나라의 거주민들)'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의 복수형은 꽤 이상하다. 우선 복수 주격만 보면, сосед는 д로 끝나는데, 여기선 경자음이다. 그러니 복수 주격은 соседы가 되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론 соседи라고 적는다.... 그럼 격변화를 살펴보자.
(сосе́д)
단수
복수
주격
сосе́д
сосе́ди
생격
сосе́да
сосе́дей
여격
сосе́ду
сосе́дям
대격
(생격)
조격
сосе́дом
сосе́дями
전치격
сосе́де
сосе́дях
이 단어를 고대 교회 슬라브어론 сѫсѣдъ[소세두]라고 했는데, 이때 복수 주격은 сѫсѣди[소세디]라고 했다. 이미 이렇게 오래전부터 이 단어의 복수 주격 어미로 -и라고 쓴 것이 지금까지 관습적으로 내려오면서 독특한 복수형 어미를 가지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 чёрт : 쵸르뜨(Chort, 악마, 귀신)
чёрт
어근
-чёрт-
활동체 남성명사 чёрт[쵸르뜨]는 신화적, 종교적으로 '뿔, 꼬리, 발굽을 가진 사악한 하급 악령(злой дух)'을 말한다. 왜 이렇게 불리게 되었는지에 대해 많은 학설이 있는데, 몇 가지를 정리해 봤다. '검은(чёрный) 것'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도 하고, 라틴어에서 차용해 '짧거나 부서진(curtus) 것'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도 하며, '인간의 운명을 그어서(черти́ть) 정하는 것'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이 단어는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면서 구어체로 чёрт[쵸르뜨]라고 하면, '제기랄, 염병, 빌어먹을'과 같은 느낌의 욕으로 쓰이기도 하니 실생활 속 회화에선 최대한 조심하자..ㅎㅎ
이 단어도 복수 격변화 할 때 꽤 독특하게 변한다.
(сосе́д)
단수
복수
주격
чёрт
че́рти
생격
чёрта
черте́й
여격
чёрту
чертя́м
대격
(생격)
조격
чёртом
чертя́ми
전치격
чёрте
чертя́х
복수 주격으로 변할 때 ё[요]는 강세가 있는 е́[예]로 변하고, 복수 주격 어미 -и가 붙었다. 그리고 복수 주격을 제외한 형태에선 맨 뒤에 오는 모음으로 강세가 이동하고, 그 모음을 포함하는 복수 격어미들도 연자음 변화를 한다.
다른 단어들은 대부분 규칙적으로 바뀌니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지만, 위에 소개한 두 단어의 복수형은 역사적인 흐름 속에서 생겨난 것들이 관용적으로 쓰여진 것들이기 때문에 꼭 기억해두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