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설명한 그레고리력과 율리우스력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만든 회귀 태양력(tropical solar calendar)이다.
동양에는 이런 달력이 없을까 궁금하여 찾아봤더니, 현재 방글라데시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역법인 벵골력과, 사카달력이라 불리는 인도국정력이 있었다. 이번 편에서는 벵골력의 월(month)의 어원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현재 북동인도 지역의 일부분과 방글라데시를 포함하는 벵골 지방과 그 부근에서 사용하는 지역에서 벵골력을 공식적으로, 주정부, 국가 정부에서 사용한다. 아래 지역은 벵골 지방의 위치이다. 주황색으로 칠해진 지역 한 가운데, 네모난듯한 지역이 메갈라야 주이다. 이 지역은 원래 벵골 지방이 아니었기에, 공식적으로 벵골력을 사용하진 않는다.
벵골력을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지역 중 아삼 주의 대부분을 뺀 지역이 벵골지방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벵골력은 태음태양력의 하나이다. 태음태양력은 달과 태양의 움직임을 모두 고려하여 만든 역법으로 역법 중에서는 굉장히 복잡한 편에 속하는 역법인데, 이 태음태양력을 계산할 때, 태양의 회귀도 계산에 포함시키므로 회귀 태양력이라고도 보는 것이다. 그러나 회귀 태양력 중에서 달의 움직임을 감안하지 않고 역법을 만들었다면 그것은 태음태양력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두자!
벵골력은 서기 593년을 0년으로 잡는다. 서기 590년, 벵골 지역 최초의 독립 왕국인 গৌড় রাজ্য [거우르 라자] 혹은 가우다 왕국이 벵골 지역 최초의 독립 군주로 여겨지는 샤산카(Shashanka)에 의해 건국된다. 그는 590년부터 625년까지 이 지역을 다스렸다고 여겨지며, 그의 치세라고 여겨지는 기간 중 한 해(593년)을 기준으로 삼았다. 추가로, 이 달력은 방글라데시에서 1966년에 크게 한번 수정되고, 그 후 1987년에 공식적으로 국가 달력으로 채택된다.
순서 |
월의 명칭 |
일수 |
그레고리력과의 대조 |
1 |
বৈশাখ [보이샤크ㅎ] |
31 |
4월 말 ~ 5월 초 |
2 |
জ্যৈষ্ঠ [죠이슈ㅌ호] |
31 |
5월 말 ~ 6월 초 |
3 |
আষাঢ় [아샤르ㅎ] |
31 |
6월 말 ~ 7월 초 |
4 |
শ্রাবণ [슈라본] |
31 |
7월 말 ~ 8월 초 |
5 |
ভাদ্র [ㅂ하드로] |
31 |
8월 말 ~ 9월 초 |
6 |
আশ্বিন [아슈쉰] |
30 |
9월 말 ~10월 초 |
7 |
কার্তিক [카르티ㅋ] |
30 |
10월 말 ~ 11월 초 |
8 |
অগ্রহায়ণ [오그로하욘] |
30 |
11월 말 ~12월 초 |
9 |
পৌষ [포우쉬] |
30 |
12월 말 ~1월 초 |
10 |
মাঘ [마그ㅎ] |
30 |
1월 말 ~ 2월 초 |
11 |
ফাল্গুন [팔군] |
30 (윤년일 때, 31) |
2월 말 ~ 3월 초 |
12 |
চৈত্র [초이트로] |
30 |
3월 말 ~ 4월 초 |
먼저 각 월의 어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자료를 소개한다.
왠 뜬금없이 점성술의 별자리가 있는가싶을 것이다. 이걸 적은 이유는 벵골력의 월들은 별이나 별자리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기 때문이다. 참고로 예로부터 별의 이름을 신의 이름으로 삼았던 전통이 있으니 대부분의 별의 이름이 곧 신의 이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नक्षत्र (나크사트라)는 산스크리트어로, 해, 별, 달이 지나가는 별자리를 뜻한다. 힌두 천문학과 인도 천문학에서의 달집(lunar mantion, 月宿 : 달이 지구 궤도를 통과하는 황도의 한 부분)이며, 황도를 따라 28개(혹은 27개)로 나뉘는 부분 중 하나이다. 27~28개의 나크샤트라들의 이름은 각 부분 안이나 근처에 있는 저명한 별 또는 별자리와 관련이 있다. 아래 사진은 힌두 점성술과 인도 점성술에서 사용되는 나크사트라의 기호와 이름들을 헬레니즘 점성술의 황도계와 서양 점성술의 황도계와 비교한 도표이다.
파랑색 기호들은 헬레니즘 점성술에서 사용하는 기호들, 초록색 기호들은 서양 점성술에서 사용되는 기호들이고, 빨강 기호들이 바로 나크샤트라에서 사용되는 기호들이다. 이 표에서 우리가 볼 나크사트라는 아래 붉은 박스안에 있는 것들이다.
1. বৈশাখ [보이샤크ㅎ]
산스크리트어로 갈라진이라는 형용사를 뜻하면서 16번째 나크사트라에 해당하는 Vishākhā(비샤카)에서 유래했다.
2. জ্যৈষ্ঠ [죠이슈ㅌ호]
산스크리트어로 연장자, 가장 멋진 자를 의미하는 18번째 나크사트라인 জ্যেষ্ঠা [졔슈따]에서 유래했다.
3. আষাঢ় [아샤르ㅎ]
산스크리트어로 '나중에 정복되지 않은' 혹은 '뒤의(늦은, 마지막의) 승리'를 의미하는 21번째 나크사트라 উত্তরাষাঢ়া [우또라 샫하]에서 유래했다.
4. শ্রাবণ [슈라본]
산스크리트어로 नक्षत्र [슈라바나]라는 22번째 나크사트라이다. 어원 불명이다.
5. ভাদ্র [ㅂ하드로]
산스크리트어로 첫번째 축복받은(신성한) 발을 의미하는 25번째 나크사트라 पूर्वभाद्र [푸르바 브하드라파다]에서 유래했다.
6. আশ্বিন [아슈쉰]
산스크리트어로 신을 치료하는 자라는 의미를 지닌 첫번째 나크사트라인 अश्विनी [아슈비니/아슈위니]에서 유래했다.
7. কার্তিক [카르티ㅋ]
산스크리트어로 천체 플레이아데스를 일컫는 कार्तिक[카르티카]에서 유래했다.
8. অগ্রহায়ণ [오그로하욘]
산스크리트어로 사슴의 머리라는 뜻을 가진 कृत्तिका [크리띠카]에서 유래했다. 크리띠카는 3번째 나크사트라이다.
9. পৌষ [포우쉬]
산스크리트어로 포옹을 의미하는 8번째 나크사트라인 পুষ্যা [푸쉬유아]에서 유래했다.
10. মাঘ [마그ㅎ]
산스크리트어로 풍부함을 의미하는 10번째 나크사트라 মঘা [마그하/모그하]에서 유래했다.
11. ফাল্গুন [팔군]
산스크리트어로 두번째 붉은 것을 의미하는 12번째 나크사트라 উত্তরফাল্গুনী [우따라 ㅍ할구니]에서 유래했다.
12. চৈত্র [초이트로]
산스크리트어로 밝은 것을 의미하는 14번째 나크사트라 চিত্রা [치트라]에서 유래했다.
방글라데시는 이 달력을 서양의 달의 흐름과 중요 행사들의 일자를 맞추기 위해 2018년 한번 더 수정했다. 그렇게 탄생한 이 달력은 신벵골력이라고 불린다. 파란색 부분이 수정한 부분이다.
순서 |
월의 명칭 |
일수 |
그레고리력과의 대조 |
1 |
বৈশাখ [보이샤크ㅎ] |
31 |
4월 말 ~ 5월 초 |
2 |
জ্যৈষ্ঠ [죠이슈ㅌ호] |
31 |
5월 말 ~ 6월 초 |
3 |
আষাঢ় [아샤르ㅎ] |
31 |
6월 말 ~ 7월 초 |
4 |
শ্রাবণ [슈라본] |
31 |
7월 말 ~ 8월 초 |
5 |
ভাদ্র [ㅂ하드로] |
31 |
8월 말 ~ 9월 초 |
6 |
আশ্বিন [아슈쉰] |
31 |
9월 말 ~10월 초 |
7 |
কার্তিক [카르티ㅋ] |
30 |
10월 말 ~ 11월 초 |
8 |
অগ্রহায়ণ [오그로하욘] |
30 |
11월 말 ~12월 초 |
9 |
পৌষ [포우쉬] |
30 |
12월 말 ~1월 초 |
10 |
মাঘ [마그ㅎ] |
30 |
1월 말 ~ 2월 초 |
11 |
ফাল্গুন [팔군] |
29(윤년일 때, 30) |
2월 말 ~ 3월 초 |
12 |
চৈত্র [초이트로] |
30 |
3월 말 ~ 4월 초 |
동양의 회귀태양력이자 태음태양력인 벵골력. 달력 자체가 하늘의 흐름에 의해 만들어졌기에 하늘의 이야기를 담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이 달력은 그들이 달력을 만들면서 바라봤던 별(혹은 신)들을 생각하며 신 혹은 별들의 이름을 월의 이름에 붙였다. 달력 이름을 알아보면서 그들의 별과 신에 대한 존중과 경외를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벵골이 나에게 익숙한 지역은 아니었다. 세계사 공부를 하고 어원 정리를 하면서 그 지역이 인도 동북부에 위치한 비옥한 지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벵골 지역에서 독자적인 달력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힌두교와 이슬람교, 드물게 크리스트교의 색깔이 입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독자적이며 역사적인 달력을 사용하는 것에 큰 감명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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