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후인 온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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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정리, 이슈/사회&문화&일상

유후인 온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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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온천하면 유후인이라는 곳이 진짜 유명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가까운데 있는 데라서 접근성도 좋습니다"

일본에 대한 여러 지명들을 들어봤지만, 유후인만큼은 정말 처음 들어봤다. 내가 일본 여행 명소를 많이 모른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찾아봤다. 유후인. 그곳은 어떤 곳인가?

1. 유후인? 유후인 온천?

'지명에서 '인'을 썼다는 건 '집 혹은 사원'을 뜻하는 집 원(院)자 아닐까?'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고, 진짜 그랬네요ㅎ 유후인. 한자로 쓰면 유포원(由布院)이죠. 이 지명을 음역한 것이 바로 ゆふいん [유후인]입니다.

닥나무 껍질 섬유로 만든 흰 천이나 끈인 유후(木綿) (출처 : http://kuzufu.com/cn58/pg363.html)

이 지명은 유후(木綿)에서 유래했습니다. 유후(木綿)란 '닥나무 껍질의 섬유로 만든 흰 천이나 끈'을 말합니다. 그런 천과 끈을 만들 수 있는 닥나무(楮, 栲)가 산에 많이 있었는데, 그래서 유후다케(由布岳)를 <만요슈(만엽집)>에서 '유후야마(木綿山)'라고 불렀다고도 합니다. <훈고국 풍토기(豊後国風土記)>에서는 '유후노미네(柚富峰)'라고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未通女等之 放髪乎 木綿山 雲莫蒙 家當将見

처녀(未通女)들이 하나리(放髪, 양쪽으로 갈라 늘어뜨린 머리)를, 유후야마(木綿山) 구름(아), 나부끼노니, 집 근처로 장차 바라봅니다(바라보려 합니다).

- <만요슈><1244>
思出 時者為便無 豊國之 木綿山雪之 可消所念

생각났을 때는 이제 어쩔 수 없이 토요쿠니(豊国)의 유후야마(木綿山)(의) 눈처럼 사라질 것 같습니다.

- <만요슈><2341>

 

그 후 율령제 시대 때 정창원(正倉院)과 같은 창고가 이 산 인근에 설치되어 마을 이름 뒤에 -원(-院)이 붙었고, 그렇게 지금까지 유포원(由布院)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유후인(由布院)이란 지명의 유래입니다.

일본 전도. 지도 내 붉은 색 구역이 오이타현이며, 규슈 내에 위치한다.

유후인 온천(由布院温泉, 유후인온센)

오이타현(大分県) 중부에 위치한 유후시(由布市)에 있는 온천. 온천의 갯수나 용출량이 많고, 천질(泉質, 온천의 화학적 성질)은 단순온천(単純温泉)이나 염화물천(塩化物泉)이다.

오이타현 전도. 지도 내 진붉은 색 구역이 유후시다. (출처 : 위키피디아)

여기서 몇 가지 용어를 간단히 보고 갑시다.

천질(泉質) : 광천(온천 등)의 물의 화학적 성질. 염류(塩類) 혹은 이온에 따라 11종으로 분류된다.
단순온천(単純温泉) : 1kg 당 녹아있는 물질량이 1g 미만의 온천. 자극이 적고, 병이 나은 뒤의 건강 회복 등에 도움된다.
염화물천(塩化物泉) : 나트륨 이온과 염화물 이온을 주성분으로 하고 염화나트륨이 들어 있는 온천. 신경통, 냉한 체질 등에 효과가 있다.

그러니까 유후인 온천은 오이타현 유후시에 있는 온천군을 말하며, 이 온천은 자극이 적은 단순온천들과 나트륨 이온, 염화물 이온, 염화나트륨이 들어 있는 염화물천들로 구성됩니다.

유후인 이요토미(由布院 いよとみ)의 온천 (출처 : http://www.yufuin.gr.jp)

2. 유후인 온천에 대해

유후인 온천은 일본 규슈 오이타현 유후시에 있는 온천입니다. 높이 1584m에 달하는 유후다케(由布岳, 유포악)의 기슭에 펼쳐진 온천지이죠. 이 산이 어느 정도 높냐면 계방산의 높이가 1577m이고 태백산의 높이가 1567m이니 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과거에는 이곳에  촌스러운 온천들만 있었고, 이로 인해 단체 관광객을 위한 대형 호텔이나 환락가(유흥가)가 정비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상황이 오히려 전통적인 모습,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이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되어 아는 사람만 아는 숨은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한국전쟁(1950~1953) 중, 미군이 유후인 지역에 주둔했으며, 이에 따라 일본 미군위안부(日本米軍慰安婦)들이 많이 유입되기도 했는데요. 전쟁이 끝나고 해당 지역은 1956년 일본 육상자위대 유후인 주둔지(湯布院駐屯地, 1956~)로 바뀌었고, 미군위안부도 점차 사라져 갑니다.

 

1959년 5월, 유후인 온천(由布院温泉)은 유노히라 온천(湯平温泉)과 함께 한자만 다르고 발음은 같은 유후인 온천(湯布院温泉)이라는 이름으로 국민보양온천지(国民保養温泉地, 온천 이용 촉진을 목표로 일본 <온천법(温泉法)>에 따라 일본 환경대신이 지정한 온천지)로 선정되며 유명해지기 시작합니다.

남남서쪽 협무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유후다케 (출처 : 위키피디아)

해당 지역이 국가가 지정한 온천으로 등극하면서 1965년 이후부터 마을 전체에서 매년 여름에 영화제나 음악회를 개최했어요. 특히 유흥적인 이미지를 없애고 자연과의 조화, 아름다운 풍경을 슬로건으로 가족들, 여성, 아이들이 방문하고 싶어 하게끔 환경 정비를 계속해 왔습니다.

 

일본 버블기(1986~1991) 때, 여러 종류의 대개발 계획이 실시되려 했으나 온천의 적당한 규모나 경관을 지키기 위해 마을 자체에서 저항을 해왔어요! 버블기의 대개발의 실패 혹은 저항이 역설적으로 현재의 친환경적인 온천 이미지를 만드는데 큰 공헌을 한 것이죠.

 

2010년, 유후인 온천은 일본 토목학회(土木学会) 디자인상 장려상을 수상할 정도로 디자인 부문에서도 큰 인정을 받았고요.

 

2014년에 발간된 <온천통계 베스트 10(温泉統計ベスト10)>에 따르면, 온천 용출량, 원천의 수 모두 벳푸 온천향(別府温泉郷)에 이어 일본 전국 2위의 풍부한 온천수를 자랑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원천(源泉)의 총수
순위 온천지 도도부현 원천의 수
1 벳푸 온천향(別府温泉郷) 오이타현(大分県) 2,217
2 유후인(由布院) 879
3 이토(伊東) 시즈오카현(静岡県) 649
4 아타미 온천향(熱海温泉郷) 522
5 이부스키(指宿) 가고시마현(鹿児島県) 452
총 용출량
순위 온천지 도도부현 용출량 (L/m)
1 벳푸 온천향(別府温泉郷) 오이타현(大分県) 83,058
2 유후인(由布院) 44,486
3 오쿠히다 온천향(奥飛騨温泉郷) 기후현(岐阜県) 36,904
4 이토(伊東) 시즈오카현(静岡県) 34,081
5 쿠사츠(草津) 군마현(群馬県) 32,300

 

이후 2019년 10월, 유후인 온천(湯布院温泉, 유후인 온천 + 유노히라 온천)은 유후시 내의 츠카하라 온천(塚原温泉), 쇼나이 온천(庄内温泉), 하사마 온천(挾間温泉)과 함께 유후인 온천향(湯布院温泉郷)이라는 이름으로 국민보양온천지로 다시 선정되었습니다. 국가가 지정한 유명하고 품질 좋은 온천인 만큼 다른 지역 온천에 비해 방문객이 상당히 많다고 하네요.

붉은 선이 규다이 본선(久大本線, 1937~) (출처 : wikimedia)

유후인 온천에 가기 위해선 유후인역은 규슈여객철도(九州旅客鉄道, JR규슈) 소유의 규슈 북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규다이본선(久大本線)의 서쪽 중간쯤에 위치한 유후인역에 내려야 합니다.

2020년 9월경의 유후인역 (출처 : https://railf.jp/)

이 역에서 내려 온천거리(温泉街) 방향으로 쭉 뻗은 유후미토오리(由布見通り)와 그쪽에서부터 유후시에서 가장 유명한 호수인 긴린코 호수(金鱗湖, 금린호)로 이어지는 유노츠보 가도(湯の坪街道)에는 세련된 잡화점이나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고, 주변에는 각종 미술관들도 있어 온천으로 가는 길에 눈과 입이 즐거워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온천이 점차 유명해지며 상권이 커져감에 따라 2006년 1월 기준 해당 지역의 땅값은 오이타시와 벳푸시에 이어 오이타현에서 세 번째로 비싸다고 하네요.

 

온천은 시끌벅적한 온천거리를 지나 강변이나 언덕 쪽으로 더 멀리 가야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 천혜의 자리에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자리 잡고 있어 편하게 휴식을 취하며 피로를 풀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료칸(여관)도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 각각의 방 크기도 매우 넓은 편이며, 개발규제로 인해 고층의 거대 료칸과 호텔도 없어 전원적인 분위기를 은은히 내고 있습니다.

 

또, 이러한 마을 조성에 깊게 관여한 유후인 타마노유(由布院 玉の湯)나 유후인 킨린코 호숫가 카메노이 별장(由布院 金鱗湖畔 亀の井別荘)을 비롯한 고급 료칸도 많이 있어 가고 싶은 료칸을 골라 가는 재미도 있을 듯하네요.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2006년 7월에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유우인 온천이 1위에 뽑혔습니다.

이번 여름에 가고 싶은 온천지(2006.07, 전국 기준)
순위 온천 이름 도도부현
1위 유후인 온천(湯布院温泉) 오이타현
2위 쿠로카와 온천(黒川温泉) 구마모토현
3위 노보리베츠 온천(登別温泉) 홋카이도
4위 쿠사츠 온천(草津温泉) 군마현
5위 뉴토 온천(乳頭温泉) 아키타현
6위 하코네 유모토 온천(箱根湯本温泉) 가나가와현
7위 난키시라하마 온천(南紀白浜温泉) 와카야마현
8위 시마 온센(四万温泉) 군마현
9위 시라호네 온천(白骨温泉) 나가노현
10위 와쿠라 온천(和倉温泉) 이시카와현

2019년 조사에서는 전국 19위, 규슈 내 2위, 2020년에는 규슈 내 2위의 선에서 그치게 되었다. 참고로 2019년부터 2020년까지의 규슈 내 온천 순위 1위는 벳푸 온천(別府温泉)이었다.

유후인 오야도 카제노모리(由布院お宿風の森)료칸의 방

전역하고 코로나가 조금 더 풀린다면 한번 가보고 싶네요. 규슈면 가깝기도 하니까 점심때 구루메라면이나 하카타라면 한 사발 먹고 저녁쯤 유후인에 도착해 짐을 풀고 몸의 피로를 푸는 건 왠지 즐거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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