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내 의뢰인에게 반대심문을?

1. 역전재판 3 에피소드 1을 플레이하며 새로운 개념을 알게되다.

후임이랑 태블릿을 가지고 놀고 있을 때, 다른 후임이 역전재판(2001년 발매 시작한 변호사 주인공을 플레이하며 피고인의 무죄를 이끌어 내는 일본 캡콤사의 게임 시리즈)을 아냐고 물었고, 응! 몇명이 추천해줘서 해보려고!'내가 시작한 시리즈는 역전재판 3였다. 후임은 이를 보고 '역전재판 3가 시리즈 최고의 게임입니다. 스포각인데 진짜 입이 근질근질하넼ㅋㅋㅋ'

 

이 게임의 튜토리얼격인 첫 에피소드를 플레이하다가 이런 대사를 보게 되었다.

아우치 : 우후후후후후... 아가씨. 한 가지 잊고 있는 점이 있는 것 같군.  치히로 : 뭐, 뭐죠? 아우치 : 이 증인에게 '심문'을 해야한다는 걸... 치히로 : 심문...? 호시카게 : 바로 그거지. 변호사에게는 심문을 할 의무가 있네. 증인의 증언에 모순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말이네. 치히로 : 모순이라구요... 호시카게 : 증인이 거짓말을 한다면 당연히 법정 기록과 틀린 부분이 생기지. 치히로 : 하지만...... 나루호도씨는 제 의뢰인이에요! 호시카게 : 설령 의뢰인이라 하더라도...... 모순은 반드시 파헤쳐야 한다네. 그것이 변호사의 의무라는 거야. 재판장 : 그럼... 변호인에게 심문을 명합니다!

응? 자신의 의뢰인은 자신에게 사건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사람인데 그 사람한테 심문을 해야한다고? 그게 맞는건가? 궁금해서 pre-law(미국 로스쿨에 들어가기 전 학부생이 배우는 법학 과정)를 전공한 다른 후임에게 물어봤다.

나 : 있잖아 있잖아? 내가 만약에 변호사야. 근데 내가 변호를 맡은 사람(형사소송에서의 피고인)이 검사에 의해 증인으로 나왔어. 근데 그 증인은 내가 변호해야할 사람이잖아? 이런 경우에 심문을 꼭 해야한다는 그런 규칙이 있어? 후임 : 아! 네! 이게 cross-examination이라고 변호사가 검찰이 소환한 어떠한 증인. 말씀하신 것처럼 변호사의 의뢰인같은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이 한 증언에 변호사가 이의를 제기하는 그런 게 있습니다.

궁금증에 대한 범위는 좁혀졌다. cross-examination. 직역하면 '교차검사, 교차확인'이지만 우리 법정 용어로는 이 단어를 '반대신문'이라고 부른다.

 

2. 증인신문에 대하여

먼저, 신문(訊問, questioning)이란 법원이나 기타 국가 기관이 어떤 사건에 관하여 증인, 당사자, 피고인 등에게 말로 물어 조사하는 일을 말한다. 한자와 영어 뜻만 봐도 묻고(訊) 묻는(問) 것, 묻는 것(questioning)이기에 간단히 일상 속에서의 질문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다만 질문이 신문보다 더 큰 범주이며, 신문은 조사를 한다는 어투가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여기서 나아가 증인신문(examination of a witness)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증인에 대하여 구두로 질문하고 구두의 응답을 들어서 증거 자료를 얻는 증거 조사를 말한다. 쉽게 말해 증인에 대한 질문이라고 보면 된다.

 

이 증인 신문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까?

① 증인은 신청한 검사, 변호인 또는 피고인이 먼저 이를 신문하고 다음에 다른 검사, 변호인 또는 피고인이 신문한다. ② 재판장은 전항(첫번째 신문 및 두번째 신문)의 신문이 끝난 뒤에 신문할 수 있다. ③ 재판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전2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어느 때나 신문할 수 있으며 제1항의 신문순서를 변경할 수 있다. ④ 법원이 직권으로 신문할 증인이나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신청에 의하여 신문할 증인의 신문방식은 재판장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 ⑤ 합의부원은 재판장에게 고하고 신문할 수 있다. - <형사소송법> 제1편(총칙) 제12장(증인신문) 제161조의2(증인신문의 방식)

일반적으로 검사가 신청한 증인에 대해 검사가 신문을 하고, 변호인이 이 질문에서 받은 구어적 증거에 대한 반대신문을 한다. 이 반대신문 중에 검사가 신청한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을 다시 펼친다.

혹은 반대의 경우도 있다.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에 대해 변호인이 신문을 하고, 검사가 이 질문에서 받은 구어적 증거에 대한 반대신문을 한다. 이 반대신문 중에 변호사가 신청한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을 다시 펼친다.

검사가 신청한 증인일 경우	변호인가 신청한 증인일 경우
1. 검사의 주신문 2. 변호인의 반대신문 (재판장의 신문) 3. 검사의 재주신문	1. 변호인의 주신문 2. 검사의 반대신문 (재판장의 신문) 3. 변호인의 재주신문

 

3. 주신문과 반대신문, 직접신문과 유도신문

증인신문은 진행 방식에 따라 주신문과 반대신문으로 나눌 수 있다.

주신문(主訊問, direct examination)은 증인을 신청한 당사자가 최초로 행하는 신문이며, 유도 신문이 금지되고 직접 신문을 원칙으로 하는데 통상적으로 이 주질문을 직접신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대신문(cross examination)은 주신문이 끝난 뒤에 반대 측 당사자가 증인을 상대로 행하는 신문이며, 원칙적으로 유도 신문이 허용된다.

 

위와 다른 방법으로 증인신문이 행해지는 방식에 따라 직접신문과 유도신문으로 나눌 수도 있다.

직접신문(直接訊問, direct question)은 직접적으로 확인된 증거 및 정황에 대해서만 행해지는 신문을 말하는데, 통상적으로 이 직접질문을 주신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도신문(誘導訊問, leading question)은 증인을 신문하는 사람이 희망하는 답변을 암시하면서, 증인이 무의식중에 원하는 대답을 하도록 꾀어 묻는 신문을 말한다.

신문 진행자에 따른 신문 방식	주신문	반대신문
신문 방법에 따른 신문 방식	직접신문		유도신문

 

자 이제 게임 대사에 나온 내용을 다시 보자!

아우치(나루호도를 증인으로 세운 검사) : 한 가지 잊고 있는 점이 있는 것 같군. 이 증인(나루호도)에게 '심문'을 해야한다는 걸... (...) 치히로(증인 나루호도의 변호사) : 하지만...... 나루호도씨는 제 의뢰인이에요! 호시카게(치히로의 스승) : 설령 의뢰인이라 하더라도...... 모순은 반드시 파헤쳐야 한다네. 그것이 변호사의 의무라는 거야. 재판장 : 그럼... 변호인에게 심문을 명합니다!

아우치 검사는 한 사건에서 당시 피고인이였던 나루호도를 증인으로 신청했고 재판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증인석에 앉게 된 피고인 나루호도에게 아우치 검사는 간단한 주신문(이름 및 직업에 대한 질문)을 했으며, 이후 재판관은  나루호도에게 증언을 하라고 지시했다. 나루호도의 증언이 끝나고 아우치 검사는 나루호도의 변호를 맡게 된 변호사 치히로에게 심문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이에 의아해 하던 치히로에게 그의 스승 호시카게는 이렇게 말을 했다.

 

설령 의뢰인이라 하더라도 모순은 반드시 파헤쳐야 한다네. 그것이 변호사의 의무라는 거야.

- 변호사 호시카게 소라노스케(星影 宇宙ノ介, 1952~)

이후 재판장은 변호사 치히로에게 의뢰인이자 현재 검사에 의해 신청된 증인인 나루호도에 대한 심문을 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검사(아우치)의 증인(나루호도) 신청 -> 재판관의 승인 -> 검사의 주신문 -> 재판관의 증인에 대한 증언 지시 -> 증인의 증언 -> 변호인(치히로)의 반대신문

 

대략적인 형사재판의 초기 과정을 알아봤다. 게임 속에서 시작된 궁금증으로 현실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은 것 같다고 느껴졌다. 주신문, 반대신문, 직접신문, 유도신문 이런 어렵고 헷갈리는 개념들을 다시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법과 관련된 글을 볼 때 조금의 이해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 같아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