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자 | 납품자 | 월결 | 현금 | 신용 | 미수 | 소계 |
거래명세서에는 항상 물품을 가져다주는 쪽과 물품을 받는 쪽을 표시하고, 어떻게 거래할 것인지를 적고 있다.
1. 인수자와 납품자
1-1. 인수자와 납품자
인수자(引受者)는 물품(물건)이나 권리를 건네받는 자를 말하며, 납품자(納品者)는 계약한 곳에 주문받은 물품을 가져다주는 자를 말한다. 즉, 납품자가 물품을 인수자에게 준다. 너무 상식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누가 주고 누가 받는가는 거래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축이 된다. 주는 측과 받는 측의 입장, 위치, 경제적 상황에 따라 그 거래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납품자는 인수자에게 주문받은 물품을 준다. 그럼 인수자는 납품자에게 그에 대한 대가를 준다. 쉽게 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주식회사 A는 A의 하청업체인 B업체에게서 매달 문구세트류 500개를 150만원에 살 것이라는 계약을 맺었다. 그렇게 매달 A는 B로부터 물품(문구세트류 500개)을 건네받고, B는 A에게 주문받은 물품(문구세트류 500개)을 가져다준다. 여기서 A는 문구세트류에 대한 인수자이며, B는 납품자가 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큰 그림에서의 인수와 납품의 관계의 대표적인 예시다.
그럼 이런 경우는 어떨까?
C는 시장 할머니한테서 콩나물 1천원치를 샀다. 여기서 C와 시장 할머니는 각각 인수자, 납품자라고 할 수 있을까?
C는 시장 할머니로부터 콩나물이라는 물품을 건네받았으니 인수자가 맞다. 그럼 시장 할머니는? C에게 주문받은 콩나물(물품)을 가져다줬으니 납품자가 맞다. 둘 모두 각각 인수자, 납품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잠깐! '인수'와 '납품'은 주로 대형 업체간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었어?
뭐,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 너무 큰 그림에서 인수와 납품을 이해하면 실생활에서의 적용이 어렵고, 그 때문에 경제 개념이 너무 어렵게 느껴지게 되니 우리에게 가까운 곳에서 인수와 납품의 관계를 따져보면 좀 더 경제 활동의 흐름을 이해하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돈 되는 글'은 어려운 경제 개념을 내가 이해한 데로 단순화시켜 쉽게 알려주려고 쓰는 시리즈임을 알아줬으면 한다!
인수자(인수인) (물품을 건네받는 자) |
납품자 (물품을 가져다주는 자) |
1-2. 인수자와 인계자
그러나 통상적으로 인수자는 인계자와 같이 쓰인다. 흔히 업무 이관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인수인계처럼 말이다.
여기서 인계자(引繼者)는 하던 일이나 물품을 넘겨주거나 넘겨받는 자를 말한다. 그러니까,
물품을 넘겨주는 자, 물품을 넘겨받는 자 모두를 인계자라고 하는데, 일상속에서는 물품을 넘겨주는 자를 인계자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인계(引繼)에 두 가지 뜻이 다 포함되어 있어 헷갈릴텐데 아래 예시를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인계(引繼) : 하던 일이나 물품을 넘겨주거나 넘겨받음 | |
물품 인계는 예정대로 내일 아침에 되겠습니까? | 물품 넘겨받기는 예정대로 내일 아침에 되겠습니까? |
그는 후임자에게 인계를 할 서류를 정리하고 있다. |
그는 후임자에게 넘겨줄 서류를 정리하고 있다. |
인계를 받다. | 넘김을 받다. |
2. 결제 수단 - 월결, 현금, 신용, 미수
거래명세서에서 누가 주고 누가 받는가에 대해 명시했으니, 이제 어떻게 대가를 줄까에 대해서 논의해야한다. 납품자가 인수자가 요구한 물품을 인수자에게 준다. 그러면 인수자는 납품자에게 요구한 물품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한다. 그럼 어떤 방법으로 줄 것인가? 이에 따라 결제 수단은 월결, 현금, 신용, 미수로 나뉜다.
월결 | 월말에 한번에 결제할께! |
현금 | 현금으로 결제할께! |
신용 | 신용카드로 결제할께! |
미수 | 미수금으로 결제할께! |
2-1. 월결
월결(月決)은 '한 달을 단위로해서 계약을 결정함'이라는 뜻의 일본어 月決め[츠키기메]에서 유래했으며, 우리말로 '달마다 정하여 놓음'이라는 뜻의 월정(月定)과 대응된다. 즉 월결제(月決濟)는 월마다 일정 금액을 정하여 해당 금액을 지불하는 결재 방식을 말한다.
2-2. 현금
현금(現金)은 현재(現) 가지고 있는 돈(金)을 말한다. 여기서 '돈'은 어떤 걸 말하는걸까? 원시시대에는 돌을 화폐로 사용해 물물 교환을 했다고 한다. 이에 착안하여 집 앞 도로에 있는 수많은 돌을 긁어 모아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돈'으로 사용하려 한다면? 경제학사를 따지 않은 동네 구멍가게 아주머니, 시장 할아버지도 뺨을 후려치지 않을까?
현금에서 돈은 '정부나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화폐(지폐나 주화) 혹은 즉시 그 화폐로 교환할 수 있는 수표와 어음' 을 말한다.
D는 사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대한민국으로 내려온 간첩이다. 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앙은행에서 발행한 2천원권 지폐를 100매를 실물로 가지고 있다. 그의 입장에서 북한 2천원권 지폐는 그의 정부가 보증하고 그 중앙은행에서 발행한 공식 지폐다. 그러나 이는 대한민국에서 현금 중 '화폐'에는 해당 될 수 있을지언정 '통용 화폐나 현금'은 될 수 없으며, 이 지폐로 한국 내에서 각종 수표나 어음으로 교환하는 것도 힘들다. 그냥 종이 조각일 뿐이다.
이렇게 특정 국가의 정부와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며 그 정부와 중앙은행이 해당 화폐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경우에서 교환할 수 있는 화폐, 수표, 어음을 현금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금으로 상품 가격을 치르는 것을 현금결제(現金決濟)라고 한다.
2-3. 신용
사람이나 사물이 틀림없다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 것을 신용(信用)이라고 하는데, 이를 경제적 입장으로 확대시켜 보면 상대가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혹은 상대가 대가에 따른 물품이나 권리, 용역 등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믿는 과정이 된다.
강아지와 7살 아이를 키우는 한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는 문방구에서 가위를 사고 싶지만 다리가 아파 가지못한다. 이 때 아버지는 강아지와 7살 아이에게 각각 3천원을 주며 가위 하나를 사오라고 하려했다. 아버지는 누구를 보낼 것인지에 대해 고민에 빠졌다.
'강아지에게 이 돈을 물려주면 문방구에 가기도 전에 질겅질겅 씹어 종이를 다 먹어버리겠지. 내가 원하는 것을 구매할 수 없게 되고, 내가 준 돈도 허공으로 사라져 버릴꺼야. 대신 7살 아이에게 말로 '문방구에서 가위를 사오라'고 하며 3천원을 주면 그 아이는 가위만 사고 돌아오거나 중간에 사탕 하나를 사고 같이 돌아오겠지. 어찌되었든, 강아지는 완전히 못믿겠으니 아이에게 가위를 사오라고 하자'
아버지는 결국 아이에게 3천원을 주었고, 원하는 가위를 얻게 되었다.
이것이 신용의 개념이다. 아버지에게 있어서 강아지는 7살 아이보다 신용도가 낮다. 신용도가 낮다는 말은 '못 믿겠다'는 말이다. 즉 아버지는 거래에 있어서 강아지를 믿지 못했다. 신용은 특정한 모습이 있는 것이 아니며 그저 추상적인 개념인 믿음에 근거한 것일 뿐이다.
이번엔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자.
맛있는 떡볶이집이 있다. 이곳은 흔한 동네 식당이 그렇듯 후불제다. 이곳에 손님이 와서 떡볶이 세트를 시킨다. 떡볶이집 아줌마가 맛있게 만든 특제 소스를 뿌린 떢볶이와 각종 튀김을 가져다 주었고, 손님은 그걸 먹었다. 이후 손님은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당연히 계산대에서 아주머니가 오길 기다렸고, 곧 아주머니가 천천히 계산대로 오자 카드로 결제를 했다. '띠링, 카드 결제가 완료되었습니다' 안내음이 들리고 손님은 '잘 먹었습니다' 인사를 건네며 나갔다. 이 이야기에서 신기한 점이 몇가지 있다.
1. 식당아줌마는 생전 처음 본 손님의 무엇을 믿고 쉽게 떡볶이 세트를 만들어주었을까?
2. 손님은 왜 그 떡볶이 세트를 집에 들고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먹었을까?
3. 손님은 왜 식당아줌마가 먹을 수 있는 것을 준 것이라고, 혹은 독극물이나 수면제를 탄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그 음식을 먹었을까?
4. 손님은 음식을 다 먹고 왜 굳이 계산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을까?
5. 아주머니는 왜 손님이 도망가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천천히 계산대로 온 것일까?
6. '카드 결제가 완료되었습니다'라는 안내음은 과연 진짜고, 제대로 결제가 되었을까?
질문만 봐도 너무 피곤해 보인다... 그냥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이 글을 쓰면서도 한번도 떡볶이집에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너무 평범한 일상처럼 보인다. 음식점에 들어서고 음식을 먹고 나오는 모든 일련의 과정 속에는 상대에 대한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대에 대한 믿음이 바로 신용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는 너무 복잡해서 이러한 단순하고 추상적인 믿음만 가지고 거래를 할 수가 없다.
거래를 하기 위해선 실제로 보이는 재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재화를 지갑에 항상 넣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E는 차를 사러 갔다고 하자 7세대 아반떼는 2020년 기준 1530만원에서 2400만원 정도한다. 그럼 세종대왕이 그려진 1만원 지폐를 2400장을 호주머니와 지갑에 넣고 자동차 판매사로 갈것인가? 분명 중간에 흘리거나 다른 사람이 살짝 훔쳐간 돈이 절반 이상될 것이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은행은 E에게 1만원권 2400장을 2400만원권 수표 1장으로 바꿔주었다. 그럼 이 사람은 이 수표 1장을 들고 가서 아반떼 1대를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2400만원이 없어서 차를 못사는 F가 있다고 하자. 은행은 이 사람이 1만원권 2400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이런 방법을 제시한다.
혹시 나중에라도 저희 은행에 2400만원을 갚겠다고 약속하시면 저희가 그 돈을 바로 쓸 수 있게 하는 수표같은 다른 증표를 드릴게요.
이렇게 실제 현금이 없던 F는 미래에 은행에 돈을 갚겠다고 약속하고 신용카드라는 것을 발급받아 차를 살 수 있는 것이다. F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대출(돈이나 물품을 빌려주거나 빌리는 것)에 가깝지만 이 대출을 신용카드에 대한 예시로서 말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E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을 수표로 바꿔 그 수표를 이용해 아반떼를 샀지만, F는 자신의 부족한 돈을 나중에 은행에게 주기로 하고 은행에게 돈을 받아 아반떼를 샀다.
여기서 F가 결제한 방식이 바로 신용 결제다. 신용 결제(信用決濟)는 신용 카드로 증권 또는 대금을 주고받아 매매 당사자 사이의 거래 관계를 끝맺는 것을 말한다.
2-4. 미수
미수(未收)는 돈, 물건 등을 아직 다 거두어들이지 못한 것을 말한다. 한자 뜻만 봐도 '거두지(收) 못(未) 했다'라는 뜻이다. 그럼 미수금은 뭘까? 미수금(未收金)이란 아직 다 거두어들이지 못한 돈을 말한다.
이전 거래에서 인수자가 납품자에게 모든 비용을 청구하지 못했다면, 납품자는 인수자에게서 미수금을 받아야 한다. 이를 비공식적으로 미수거래, 미수금거래라고 한다. (왜 비공식적이라는 말을 썼냐면, 보통 미수거래라는 말은 주식에서 많이 쓰기 때문이다.)
저번에 거래할 때 아직 5만원 안줬던데, 이거 딱 5만원이니까 굳이 새로 거래하지 말고 전에 안줬던 5만원으로 거래 종료시키자
- 납품자
이렇게 거래를 시도하는 것이 바로 미수다.
거래명세서 밑에 적힌 각 거래인의 입장 그리고 결제 방법에 대해 짤막하게 다뤄봤다. 이 글을 정리하며 거래명세서를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어려운 개념들을 새롭게 정리하며 새로운 눈을 뜨기 시작하는거 같아 기쁘기도 하다. 또 다른 재밌는 내용을 찾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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