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지 못한 슬픈 사랑이야기를 담은 구포동 당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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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과 표로 보는 역사 시리즈/어원과 표로 보는 한국사, 한국문화

이어지지 못한 슬픈 사랑이야기를 담은 구포동 당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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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구 구포동에서 삼경장미아파트 동북쪽에 큰 규모의 당산이 있습니다. 1949년 5월에 건립해 1969년에 중수했고, 1987년 5월 26일에 개수(고쳐 수리)를 했다고 하는데요. 1987년 개수 당시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부산 서구 동대신동에 거주하던 오지영씨가 개인 재산을 들여 지금의 모습으로 산신각과 고당각을 개축했다고 합니다.

<부산의 당제 : 한국의 마을신앙(2007)>에 따르면, 조선 세종 시절 이곳 구포 대리마을에 김초시의 딸이 있었다고 전합니다. 그녀는 이웃의 가난한 선비를 사모했었죠. 이 때 이웃마을 부자집의 한 도령이 그녀에게 청혼했으나 거절당합니다.

 

곧 가난한 선비는 과거를 보러 떠나게 되는데, 이 때 그녀는 선비에게 자신의 이름을 수놓은 손수건을 정표로 주었고, 선비는 자신의 지팡이를 땅에 꽂고 '이 지팡이가 자라면 내가 성공한 것이오'라고 말하곤 길을 떠납니다. 그런데 그 선비는 한양으로 가던 중 부잣집 도령의 사주를 받은 자객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이런 사실을 듣지 못했던 김씨는 계속 그 막대기에 물을 주고, 기도와 절을 하며 선비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팡이에는 새순이 돋고 잎이 자라며 팽나무가 되었죠! 김씨는 너무 기뻤습니다. 그런데 구포 감동진 장터에 온 한 장사꾼으로 김씨는 이야기 하나를 듣게 됩니다.

 

'아가씨... 아가씨의 이름을 수놓은 손수건을 지닌 한 선비가 산길에서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했답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김씨는 충격에 빠져 그 팽나무 곁에 쭉 있다가 그대로 사망하게 됩니다. 그렇게 낭자 또한 나무가 되어 쌍나무가 되었죠. 

 

그 이후 마을에는 계속 불이 나고, 가뭄과 홍수가 일었으며, 역병도 돌게 됩니다. 곧 살인을 사주했던 이웃마을 부잣집 도령도 미쳐서 강에 뛰어들어 죽게 되었죠. 그렇게 마을 사람들은 죽임당한 선비와 충격받아 나무에 기대어 죽은 낭자의 영혼 결혼식을 치뤄줬고, 정월 열나흗날 자정에 당산제를 지내 위로하니 모든 재앙이 사라지게 되었다고 전합니다.

'구포동 당숲'은 천연기념물 제309호로,
문화재의 특성상 화재예방 및 안전을 위하여
평상시에는 출입을 제한하고 관람객이
방문하는 경우에만 개방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관람을 원하시는 분께서는
북구청 문화체육과(051-309-4062)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구포동 당숲
천연기념물
구포동 당숲구포동에 있는 대리마을의 제당(祭堂)*이다. 1982년 당숲을 이루는 당산 나무인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며, 2008년에는 지정 범위를 대리당산 전체로 확대하여 ‘부산 구포동 당숲’으로 지정하였다. 국가유산 유형도 노거수(老巨樹)**에서 수림지(樹林地)***로 바꾸고 보호구역도 1,286㎡로 확대하였다.

당숲에는 수령이 약 100년 된 소나무 두 그루와 배롱나무, 쉬나무, 동백나무, 팽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매년 정월 보름날 제주(際主)****를 뽑아 이곳에서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고 있다.

*제당(祭堂) : 제사를 지내는 당집.
**노거수(老巨樹) : 수령이 오래된 굵고 큰 나무.
***수림지(樹林地) : 침엽수 및 활엽수가 자라는 지역.
****제주(際主) :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
*****풍어(豊漁) : 물고기가 많이 잡힘.

올해 2024년 양력 2월 24일 0시 정각(음력 1월 15일 0시 정각)에도 이곳에서 '2024년(갑진년) 정월대보름 구포대리 당산대제'를 지냈네요. 내년 정월대보름에도 계속 이어지겠죠?

 

그 외에도 매년 10월 낙동문화원에서 '낙동민속예술제'를 개최하는데, 행사일 오전 8시에는 무속인 한 분이, 오전 10시에는 낙동문화원 인원들을 중심으로 제의가 이루어져, 1년에 총 2일 동안 3번 정도 제의가 이뤄집니다.

당숲에 들어가면 처음엔 고당각(姑堂閣)이 있고 두리 조금 더 올라가면 산신각(山神閣)이 나옵니다.

고당각(姑堂閣)에는 '금정산고당영신지위(금정산 고당영신의 위패, 金井山姑堂靈神之位)'라고 쓰인 나무 위패가 모셔져 있으며, 위패 오른쪽에는 흰 고깔을 쓴 삼불제석도가 있다고 합니다. 산신각(山神閣)에는 '금정산제당영신지위(금정산 제당영신의 위패, 金井山祭堂靈神之位)'라고 쓰인 나무 위패가 모셔져 있으며, 위패 오른쪽에는 산신도가 있다고 합니다.

당숲 왼편엔 이렇게 구포동 당숲 쌈지공원도 있어 지나가다 쉬어가기도 참 좋습니다.

사랑했던 사람과 살아서 다시 만나지 못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이렇게 마을 사람들의 당산제를 지내면서 기억되고 있습니다. 시대를 불문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생이별하게 된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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