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정보 역설(Black hole information paradox)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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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정리, 이슈/항공&우주

블랙홀 정보 역설(Black hole information paradox)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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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스텔라>의 원래 시나리오를 쓰신 분이 평생 상대론과 우주론을 연구하신 킵 손(Kip Thorne, 1940~) 교수님이십니다. 그리고 (그는) 호킹하고 세 번에 걸친 공개 내기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1997년에 내기한 블랙홀 정보 역설이구요."

여기서 블랙홀 정보 역설이 무엇일지 궁금해 찾아보고 정리해봤다.

1. 역설(paradox)이란 무엇일까?

일상적으로 패러독스, 역설 이런 말을 종종 쓰긴 하는데, 이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쓰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래서 우선 역설(paradox)에 대해 재정리해보겠다.

역설(逆說) 역변(逆辯) 패러독스(paradox)
1) 어떤 주의나 주장에 반대되는 이론이나 말 - -
2) 일반적으로는 모순을 야기하지 아니하나 특정한 경우에 논리적 모순을 일으키는 논증. 모순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그 속에 중요한 진리가 함축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국어사전상으로 역변=패러독스며, 역설은 그 둘을 포괄하는 범위에 있다.

그렇다곤 하나...사실 '어떤 주의나 주장에 반대되는 이론이나 말'이란 뜻의 역설은 보통 학회에서 쓰거나, 사상, 주의, 생각 등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쓰기 때문에 보통 '역설적'이란 뜻으로 쓰일 땐 '패러독스'와 같은 뜻이라고 봐도 된다. 그럼 이제 영어 사전에선 뭐라고 설명하는지 살펴보자.

paradox [파러독ㅅ]

명사

1.
자기모순적이거나 터무니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있을 수 있는 진리를 표현하는 진술 혹은 명제
2. 자기모순적이면서 거짓된 명제
3. 명백히 모순되는 성질을 보이는 사람, 사물 혹은 상황
4.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 혹은 진술
5. 시간 역설(time paradox)

영어사전에서는 이 paradox는 한국어의 역설, 역변을 모두 합친 뜻이다. 즉, paradox를 역설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정의에 따르면 이 역설(paradox)이라는 것은 '자기모순적이지만 일부분에서 참이 되거나 진실을 표현하는 진술, 명제 혹은 논증'을 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설(paradox)논리적으로 자기모순적인 진술 혹은 예상과 달리 나오는 진술 혹은 옳다고 보이는 전제와 타당하다고 여겨지는 추론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론을 얻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I am lying(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해당 명제를 사실로 보는 경우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고 보는 경우)
해당 명제를 거짓으로 보는 경우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보는 경우)
1.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
2. 그렇다면 그는 거짓말쟁이가 아님
3. 모순
1.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거짓
2. 그렇다면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명제는 사실
3. 모순

역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거짓말쟁이의 역설(Liar Paradox)이다. 만약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을 한다면, 그 거짓말은 사실이 되어 거짓말쟁이가 되지 않게 되며, 한편, 거짓말쟁이가 사실을 말한 것이라면, 그 거짓말 자체가 사실이 되고, 이는 거짓말쟁이가 되지 않게 되는 요상한 굴레에 빠지게 된다.

 

지금까지 역설에 대해 정리했으니, 이제 블랙홀 정보 역설에 대해 알아보자.

 

2. 블랙홀 정보 역설(Black hole information paradox)이란 무엇일까?

위 세 문장이 블랙홀 정보 역설(Black hole information paradox)을 아주 간단하게 정리한 것이다. 절대로 파괴되지 않는 정보가 모든 것을 흡수해버리는 블랙홀 안에 들어가면 그 정보는 파괴 되는가에 대한 논증이라고 보면 된다.

블랙홍의 중력은 공간을 뒤틀고 그 뒤에 있는 먼 별의 빛을 휘게 한다. 여기선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고립된 블랙홀 이미지가 사용되었다. (출처 : NASA)

1915년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일반 상대성이론에서는 블랙홀은 시공간에서 빛조차도 빠져나갈 수 없으며, 빛을 포함한 모든 정보를 뱉어내진 못하고 삼키기만 하기에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1974년 스티븐 호킹이 증명한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로 인해 지금까지 가지게 된 블랙홀에 관한 관념과 개념들이 180도 바뀌게 되었다.

3D화시킨 QCD 진공에서의 양자 요동 현상 (출처 : physics.adelaide.edu.au)

모든 소립자의 성질이나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장이론(힘이 장(場, field)을 통해 작용한다는 이론)으로 통일해 설명하는 양자장론(量子場論, quantum field theory, QFT)에 따르면, 진공은 양자 요동(Quantum Fluctuation)으로 들끓고 있다.

여기서 잠깐! 그런데 우린 왜 이 요동치는 진공을 느끼지 못하는걸까? 

이 요동치는 변화를 인간이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인간의 기준으로 그 변화가 너무 작고 빠르기 때문이다.
즉 진공 자체는 변하며, 그 변화가 커진다면 우리가 인식할 수도 있다. 이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물질(에너지)의 존재가 진공자체를 바꾼다'는 결론과 이 결론을 통해 관측된 '중력이 있으면 빛도 흰다(중력 렌즈 효과 등)'는 것들이다.

이 요동으로 인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입자와 반입자 쌍이 한번에 나타나게 되고(쌍생성), 이들은 짧은 시간(10의 -44승 초) 동안 존재하다가 다시 합쳐져 소멸한다(쌍소멸). 그런데 이 현상이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인근에서 발생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입자-반입자 쌍이 사건의 지평선 인근에서 생겨난 뒤, 한 입자가 떨어지면 다른 입자는&nbsp; 그 지평선을 빠져 나온다. (출처 : sciencenews.org)

 

사건의 지평선 근처에서 양자 요동으로 입자-반입자 쌍이 생성된 경우, 그 둘 중 한 입자가 지평선 안으로 떨어지며, 두 입자가 합쳐져 소멸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여기서 남아있던 다른 한 입자는 사건의 지평선 밖으로 방출되는데, 이를 호킹 복사라고 한다. 즉,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상대론적 양자 효과로 인해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밖으로 방출되는 흑체 복사를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어떤 대상이 에너지를 방출한다면 그 대상의 전체 에너지는 보존되어야 한다. 따라서 호킹 복사가 일어나면, 원래 그 에너지 중 절반이 사건의 지평선 밖으로 빠져나가 쌍소멸이 되지 않기에 블랙홀의 질량은 감소하게 되는데, 이게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블랙홀은 계속 에너지를 조금씩 내보내게 되니 엄~청난 시간에 걸쳐 작아진다. 또 블랙홀 내 호킹 복사 또한 강해지고 빨라지다가 핵폭발과도 같은 고에너지 섬광을 일으키고 완전히 증발하게 된다. 그럼 그 블랙홀은 사라진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물론 호킹 복사에 대한 논쟁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가 나타났다. 바로 블랙홀이 소멸하는 과정에서 절대로 사라질 수 없는 정보가 사라진다는 명제가 나타난 것! 이 자체가 바로 블랙홀 정보 역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이 역설(paradox)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걸까?

블랙홀 정보 역설을 풀기 위해 과학자들은 다양한 방향성을 제안하고 있다. 

[블랙홀 정보 역설 해결을 위한 제안들]

1. 블랙홀에 들어간 정보는 손실되고 회수할 수 없다.
2. 블랙홀이 증발할 동안 정보는 서서히 새어 나온다.
3. 블랙홀 증발의 마지막 단계에서 정보는 갑자기 확 뛰쳐나온다.
4. 정보는 플랑크 크기의 잔해에 보존된다.
5. 정보는 우리 우주에서 분리된 신생우주에 보존된다.
6. 정보는 과거와 미래 사이의 상관 관계에 암호화되어 있다.
7. 정보는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지평선에서 방화벽(firewall, 블랙홀에 있다고 보는 가상의 정보차단 벽)에서 복사된다.

이러한 제안 중 어떤 것도 아직 완전하게 역설을 해결한 제안은 없었지만 이 시도 자체로 정보 보존의 법칙과 정보가 사라진다는 블랙홀 정보 역설을 완충하는 길을 열어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만일, 블랙홀이 사라져도 정보가 어떤 곳에 저장되어 있다면, 먼 미래 그 정보를 이용해 인류가 더 큰 발전을 이륙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블랙홀이 증발하며 역설적으로 그곳에 들어간 정보가 사라진다면 그 이후의 미래는 어떻게 될 지 가늠하기도 힘들 수 있다. 과연 이 역설은 해결될 수 있을까? 그리고 블랙홀의 비밀 또한 풀 수 있을까? 이는 앞으로 인류가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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