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냉이와 와사비는 다른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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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정리, 이슈/생물학, 의학

고추냉이와 와사비는 다른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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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산 삼겹살에 와사비 미니팩이 세트로 같이 들어있었다. 읽을거리가 필요해서 비닐에 적힌 원재료명을 살펴봤더니 '서양고추냉이 42%'라고 적혀있었다. 서양고추냉이는 와사비가 아닌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 참에 와사비와 고추냉이에 대해 다시 정리하려고 글을 쓴다. 

1. 와사비(わさび)

1-1. 혼와사비(本わさび)

와사비잎과 와사비꽃

와사비(わさび)는 북한 동북부와 일본 북부 그리고 사할린 남부가 원산지인 십자화목 십자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서늘하고 습기가 많은 계곡, 습지, 모래밭, 산간지역 등에서 자생한다. 뿌리줄기는 녹색을 띠며 굵은 원기둥 모양이다. 이 식물의 원통형의 뿌리를 잘게 갈아서 향신료로 사용하는데, 효소가 작용하여 코에 톡 쏘는 향기와 매운맛을 낸다. 그래서 그 향과 맛을 더하기 위해 회나 스시, 소바와 같은 음식과 같이 나온다.

 

흔히 와사비를 한자로 산규(山葵)라고 쓰는데, 깊은 산에서 자라는 아욱(葵)과 잎이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산규(山葵)라는 식물을 일본어로 わさび[와사비]라고 한다. 이 단어의 정확한 유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이와 비슷한 발음으로 불린 사실헤이안 시대(794~1185)쓰인 2개의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918년에 쓰인 혼조우와묘우(本草和名, 본초화명)와 930년대에 쓰인 와묘우루이쥬쇼우(和名類聚抄, 화명류취초)에는 위 식물을 和佐比[화좌비]라고 쓰고, [와사비] 혹은 [와사히]라고 읽는다고 기록했다.

 

나라현립 가시하라 고고학 연구소는 일본 아스카 시대(6~7세기)의 수도인 아스카쿄(飛鳥京) 유적에서 '와사비 3되(委佐俾三升)'라고 쓰인 목판을 발견했다. 연구소는 委佐俾[위좌비][ゐさび/위사비] 혹은 [わさび/와사비]라고 읽는다고 발표했다.

 

委佐俾三升이라고 쓰인 목간

오래전부터 일본에서 자라고, '와사비'라고 불리던 이 식물은 Eutrema japonicum라는 학명으로 불린다. 그리고 다음 소개할 서양 와시비에 대응해 일본 본토에서 나는 원조 와사비라는 뜻으로 本わさび[혼와사비]라고 불린다. 고급 음식점이나 유명 브랜드에서는 이 혼와사비를 사용하고 있고 따라서 사람들은 혼와사비가 정통 있고, 고급지다고 여긴다.

 

2008년, 이 식물은 한국 울릉도에도 분포하고 있음이 밝혀졌고, 이에 따라 울릉도에서 발견되었다는 고추냉이는 자생종이 아닌 일본에서 전래된 와사비(Eutrema japonicum)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고 생명과학과 교수들이 논문을 써 발표했다.

1-2. 세이요우와사비(西洋わさび)

일본에서 자라는 혼와사비(本わさび, Eutrema japonicum)와 다르게 핀란드와 동유럽에서 자생하는 서양와사비(西洋わさび)라고 불리는 겨자무(horseradish, Armoracia rusticana)라는 식물이 있다.

겨자무(Armoracia rusticana)

십자화목 십자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에 속하는 겨자무는 60cm 정도의 뾰족하고 밝은 초록색의 큰 잎을 가졌으며, 5월에 흰꽃이 피며, 기둥모양의 줄기를 가지고 있다. 2021년 3월 기준, 유럽에서는 연간 30,000 미터톤(3천만 kg)을 생산하는데 이 중 헝가리에서 12,000 미터톤을 생산해 유럽 내 겨자무 단일 생산 국가로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는 일리노이 주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고 있다. 미국을 통해 일본으로 유입된 겨자무는 춥고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므로 유럽 북부와 기후가 비슷한 홋카이도 등지에서 재배되기 시작했다. 이 겨자무는 혼와사비와는 다르게 매운맛을 주로 가지고 있으며, 맵기는 혼와사비의 약 1.5배라고 한다. 현재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등에서는 와사비분(와사비 가루)나 튜브형 와사비(짜서 바르는 와사비 등)를 만들 때는 값이 더 싼 이 서양와사비(겨자무)를 사용하고 있으며, 가공품의 원료로 취급하고 있다.

 

2. 참고추냉이

<Wasabia koreana Nakai (십자화과)의 분류학적 실체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에 의하면 한국에 자생하는 고추냉이는 황새냉이속(Cardamine)에 속하는 참고추냉이(Cardamine pseudowasabi)라고 한다.

출처 : 국립생물자원관

앞서 말했듯이, 울릉도에서 분포한 한국 자생 와사비(Cardamine pseudowasabi)는 일본 자생 와사비(Eutrema japonicum)로 밝혀졌으며, 이에 용어의 혼동을 다시 방지하기 위해 몇몇 학자들은 일본 자생 와사비를 겨자냉이, 한국 자생 와사비를 고추냉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표로 간단히 정리해 봤다.

십자화목(Brassicales)
십자화과(Brassicaceae)
고추냉이속(Eutrema) 와사비(Eutrema japonicum)
[일본 자생 와사비, 혼와사비]
[겨자냉이로 명칭이 바뀔 수도 있음]
겨자무속(Armoracia) 겨자무(Armoracia rusticana)
[서양와사비]
황새냉이속(Cardamine) 고추냉이(Cardamine pseudowasabi)
[한국 자생 와사비]
[고추냉이로 명칭이 바뀔 수도 있음]

이 글을 정리하면서, 내가 산 삼겹살 양념 소스는 이름은 와사비였지만, 그 재료는 유럽과 미국에서 전래된 겨자무였다는 것을 다시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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