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우캄은 어떤 곳일까?
서아프리카의 서쪽 끝에 위치한 세네갈. 그리고 그 세네갈의 서쪽 끝의 베르데 곶(Cap-Vert)에 위치한 수도 다카르. 그 다카르에 서편에 위치한 오우캄이라는 도시가 있다.
서쪽의 서쪽의 서쪽에 위치한 이 오우캄은 세네갈의 민족 시인인 비라고 디옵(Birago Diop, 1906~1989), 전 프랑스 환경부 장관과 학교교육부 장관 대표단을 역임했던 세골렌 루아얄(Ségolène Royal, 1953~)과 전 프랑스 UNESCO 홍보대사 야마 라데(Rama Yade, 1976) 등 프랑스 정치계에서 유력한 위치에 있는 정치인들이 태어난 곳이자, 베르데 곶 원주민이자 세네갈의 소수민족인 레부족(Lebou)의 고향이다.
원주민 레부족은 대부분 이 오우캄 지역에서 어업을 하며 살아왔다. 그러다 17세기 프랑스는 현 세네갈의 북부 지역을 점령했고, 점차 점령 지역을 확대해 레부족의 거주지 베르데 곶까지 다다랐다. 1848년부터 설치된 프랑스령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4개의 자치구인 4개 코뮌(1848~1960) 중 오우캄이 포함된 다카르는 가장 늦은 1887년에 편입되었고, 이후 프랑스령 서아프리카(1895~1958)에 속해있다가, 프랑스로부터 자치권을 얻어 말리 연방(1959~1960)에 포함되었다. 1960년 6월, 프랑스로부터 독립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같은 해 8월, 세네갈이 탈퇴하며 연방이 해체되었다.
이 지역에는 아프리카 내에서 유명한 2개의 건축물이 있다. 신(神) 모스크(مسجد اللاهوت)와 우리에겐 '아프리카 르네상스 동상'이라고 유명한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물(Monument de la Renaissance Africaine)이다. 먼저 간단히 알아볼 것은 신 모스크다.
신 모스크가 지어지기 전 설계자였던 모하메드 고르기 세이니 게예(Mohamed Gorgui Seyni Guèye, 1926~2007)가 꿈에서 한 모스크를 보았다고 했다. 그는 이를 건축가에게 의뢰했고, 이 모스크는 1992년 착공했다. 5년간의 공사 끝에 1997년 10월 신 모스크라는 이름의 45m에 달하는 이슬람 수니파의 모스크가 완공되었다.
두번째로, 한민족에서도 유명한 기념물인 '아프리카 르네상스 동상'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2.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물(아프리카 르네상스 동상)
아프리카. 우리가 속한 아시아에서 먼 대륙 중 하나다. 너무 멀어서 우리와 큰 연결점이 보이지 않는다. 르네상스. 이는 14~16세기에 유럽에서 일어난 문학, 예술적 부흥을 말한다. 딱히 우리나라와 크게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사건은 아니다. 그 둘을 합친 아프리카 르네상스라는 개념이 있다. 아프리카 대륙이 당면한 과제를 극복하고 문화, 과학, 경제적 쇄신을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을 말한다. 이 또한 우리나라와 연관성이 없어보인다. 그렇다면 마지막 '동상'이 한민족과의 연관성을 가지는 특징이 아닐까?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물은 '2개의 젖가슴'이라는 뜻의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 지역이 훤히 내려다보이며 다카르 국제공항 근처에 있는 쌍둥이 원뿔형 화산 언덕 드 마멜(Deux Mamelles) 중 하나에 있는 52미터의 청동과 구리로 이루어진 기념 동상이다. 이 동상은 하늘을 향해 서 있는 한 남녀 한 쌍과 하늘을 가르키는 그들의 아이의 모습을 표현했다.
2001년, 세네갈에는 새로운 헌법이 채택되어 2000년에 당선된 세네갈 제3대 대통령 압둘라예 와예(Abdoulaye Wade, 1926~)의 7년 임기가 끝난 뒤인 2007년부터 대통령 임기는 7년에서 5년으로 줄었다.
2002년, 압둘라예 와예는 거대한 동상을 세울 계획을 직접 구상했고, 해당 프로젝트에 90억~150억 CFA 프랑(1500만~2300만 유로, 200만~31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었다. 해당 기념물은 아프리카식 조형물 장인인 루마니아 조각가 버질 마게루산(Virgil Magherusan, 1950~)와 대통령이 같이 디자인했으며, 초고를 본 대통령은 아이를 어깨춤에 업고 허리를 움켜쥐고 있는 남자가 하늘을 향해 서 있는 가족의 동상을 통해 '대륙의 존엄성'을 보여줄 수 있으며, '지구의 내면과 어둠에서 벗어나 빛으로 가는 아프리카'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평가했다.
이제 건축가를 찾을 차례. 이런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건설하기 위해선 분명 인지도가 높고 아프리카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이 필요했다. 제3천년기의 문(Porte du Troisième millénaire)를 지은 경험이 있는 세네갈의 유명한 건축가인 피에르 구디비 아테파(Pierre Goudiaby Atepa, 1947~)가 선정되었고, 그는 곧 건축에 착수했다. 압둘라예 와예 대통령은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물이 본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유로 저작권을 주장하며 입장수익의 35퍼센트를 가져가기로 한다고 발표했지만 2012년 재선에 실패하면서 이 조건을 철회했다.
저는 지금 미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게 아니라 기술력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대형 동상은 오직 북한 사람들만이 만들 수 있습니다. 그들은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고 이 부분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 피에르 구디비 아테파가 최원준 작가와의 인터뷰 中
2007년 세네갈 대통령 선거에서 55.90%에 달하는 191만여 표를 받은 압둘라예 와예는 재선에 성공한다.
2008년 4월, 세네갈은 대형 동상 부문에서 최고 수준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 북한 만수대창작사의 해외 사업 부문이자 1970년대부터 아프리카에서 각종 대형 조각상을 건설한 만수대해외개발회사에 건축을 의뢰했고, 그들이 수락한 즉시 건설이 시작된다.
2008년 7월, 압둘라예 와예는 갑자기 2001년 헌법이 채택되기 전처럼 대통령 임기를 7년으로 늘리는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물론 이번 재선 기간 동안 압둘라예 와예는 5년간만 대통령직에 머무르지만, 추후 3선을 하게 되어 성공하게 된다면 그는 다시 7년의 대통령을 하게 되며, 총 19년의 장기 집권을 하게 된다.
2009년 9월 17일, 압둘라예 와예는 2012년 경선에 참여할 것을 밝혔다. 이는 그가 3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2009년 12월 11일, 연합 설교에서 다카르와 교외에서 온 약 30명의 이맘들은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물'에 반대하는 설교를 하고 그들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물은 우상숭배를 금하는 이슬람교 교리에 반하는 것이다.
- 이맘들의 입장
이에 압둘라예 와예는 역공을 펼쳤다.
그렇다면 크리스트교 예배당(교회)에 있는 예수상은 왜 불쾌하게 받아들이지 않는가?
- 압둘라예 와예가 이맘들에게 한 질문
이에 대한 이맘들의 답변은 아래와 같았다.
크리스트교를 믿는 사람들은 신(Dieu)이 아닌 그리스도(Christ)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이맘들의 입장
이에 대통령은 사과를 하게 된다.
종교계의 입김이 불자 당초 2009년 12월 12일로 예정됐던 기념물 개관식은 2010년 4월 4일로 연기되었고, 세네갈 정부는 이에 대해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독립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2010년)에 개관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2010년 1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세네갈 조각가 우스만 소우(Ousmane Sow, 1935~2016)는 이번에 대통령이 지으려는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물은 아프리카 르네상스의 상징이 아니며, 예술과 무관하다며 반대했다.
2010년 4월 3일 오전, 무스타파 니아세(Moustapha Niasse, 1939~), 세네갈 사회당 우스만 타노르 디엥(Ousmane Tanor Dieng, 1947~2019), 2012년에 세네갈 4대 대통령으로 당선될 마키 살(Macky Sall, 1961~)와 같은 야당 지도부와 1천여 명의 시민들이 합세해 대통령 퇴진 촉구 운동을 펼쳤다. 국가 경제가 위기에 다다른 상황에서 정치적 선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상징물을 설치하는 것과 야당이 보기에 투명하지 못한 자금의 흐름, 국가 원수가 기념물 설치와 인프라 이용으로 창출한 수익의 35%를 자신의 지적재산으로 획득할 것이라는 공개적인 발표, 북한 및 스탈린식 독재주의와 관련된 기념물이라는 음모 등이 논란이 되었던 것이다.
이번 퇴진 운동에는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는 우상숭배'라고 주장하며 종교계 인사들도 대거 참여했으며, '여성의 노출도가 심하다'고 주장하며 페미니스트계 인사도 참여했다.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4월 3일 오후, 정치적 안정으로 유명한 서아프리카에 있는 프랑스 식민지의 독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물 동상이 공식 개관했다.
이번 기념식에는 당시 세네갈 대통령 압둘라예 와예를 포함해, 제3대 말라위 대통령이자 제8대 아프리카 연합(AU) 의장이었던 빙구 와 무타리카(Bingu wa Mutharika, 1934~2012), 제2대 아프리카 연합 위원회(AUC) 의장 장 핑(Jean Ping, 1942~), 그 외 베냉 공화국, 카보베르데 공화국, 콩고 공화국, 코트디부아르 공화국, 감비아 공화국, 라이베리아 공화국, 말리 공화국, 모리타니 이슬람 공화국, 짐바브웨 공화국 대통령들과 북한 대표단과 같은 정치인과 1960년대 미국 민권 운동을 이끈 미국 침례교 목사 제시 잭슨(Jesse Jackson, 1941~), Smack That으로 유명한 미국 싱어송라이터 에이콘(Akon, 1973~) 등 19명의 인원이 참가하며 각국의 눈길을 끌었다.
결국 압둘라예 와예는 2012년 대통령 1차 선거에서 34.81% 대 26.58%로 세네갈 공화동맹(Alliance for the Republic) 마키 살을 이겼지만, 2차 선거에서 34.2% 대 65.8%로 처참히 지고 만다. 그가 그리고 세웠던 동상은 멀리서 보면 아프리카 르네상스를 위한 한 걸음이었을지 모르나, 가까이에선 당장 자국 국민들의 입장과 힘든 삶을 전혀 보고 듣지 않았다는 한계라고 볼 수 있다. 그가 조금 더 자국을 위해, 그리고 대의를 위해, 자신의 위치를 고집하지 않았다면 이 동상은 그러한 한계를 극복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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