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냉전 시대 중이자 소련에서 고르바초프가 집권하기 직전인 1984년 11월, 소련의 아쿨라급(타이푼급, 태풍급) 신형 전략유도탄 핵추진 잠수중순양함 '붉은 10월'이 시험 기동 및 훈련 참가를 위해 첫 항해를 시작한다. 제1함장은 리투아니아 출신의 소련 해군 내 최고의 잠수함 함장이자, 수많은 후배들을 배출한 마르코 알렉산드로비치 라미우스 대령(Марко Рэмиус)으로, 그가 직접 선발한 장교들과 일부 해병들이 타고 있었다.
(이 사각형 상자의 내용은 스포입니다. 스포당하고 싶지 않으신 분은 이 상자를 넘어가주세요!) 라미우스 대령은 자신의 부인의 길일에 맞추어 시작한 항해에서 사실 미국으로의 망명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배에 타고 있던 정치장교를 사살하고, 간부들 입단속을 시켰고, 병사들에게는 미국을 공격하러 간다며 소련 해군의 사기를 드높이고 있었다. 또 그는 출타전 해군 총사령부 정치국장에게 미국으로 망명한다는 의사를 밝힌 편지를 보내어 망명에 대한 자신감을 내뿜으면서도 그 편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같은 함내에 타고 있던 간부와 병사들을 결집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한편, 미국 CIA 정보 분석가 잭 라이언은 '붉은 10월'을 건조중인 시설의 사진을 입수해 곧장 국가 NSC에서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는데, 이 때 넌지시 라미우스를 이전에 만난적이 있다면서 그가 망명을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그 의견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미군 잠수함대에 도착해 라미우스와의 교섭을 준비한다. 양측의 노고 끝에 결국 라미우스 대령은 망명에 성공하게 되고, 그는 마지막 소원을 말하며 영화는 끝난다. "낚시를 하고 싶구나" |
2. 후기
춥고, 어두우며... 맘속은 우울하구나
어찌 그대가 죽을 줄 알리오?
잘 있어라, 조국의 해안이여!
꿈이 아니란걸 깨닫기 얼마나 어렵든지...
조국이여, 나의 집이여,
잘 있거라, 조국이여!
- 붉은 10월 찬가 中 (직접 번역)
우연히 이 영화의 도입부를 보게 되었고, 뭔가 쓸쓸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이 들어 바로 유튜브 영화에 들어가서 5000원 결재해서 봤다! 넷플릭스에도 있다던데... 이 소식을 듣고 그냥 영화 하나하나 사지말고 넷플릭스 결재하는 편이 어떨까 생각이 들더라.. 그래도 5000원에 이 정도의 퀄리티와 스토리를 가진 영화를 볼 수 있단 거 자체가 감사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c2L6-RpN0c
영화는 찬바람이 부는 바다 위의 소련 최대의 잠수함에서 시작한다. 이 때 영화의 주제곡인 '붉은 10월 찬가'가 같이 흘러나오는데, 이 부분이 장엄하면서 쓸쓸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때 처녀항해를 시작하는 이 잠수함의 함장님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실패에 대한 걱정? 힘든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두려움? 확실하진 않지만 난 함장님이 따뜻한 미국 땅으로 가려는 결심을 굳힌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냉전이란 무엇이고 사상이란건 무엇일지 고민에 빠졌다.
사상이라는 이름하에 개인의 자유를 빼앗으려 했던 여러 나라의 지도자들은 백성과 시민을 통제하며 무엇을 얻으려 했을지 궁금해진다. 영화에서도 정치장교 푸틴그 푸틴과는 동명이인은 '우리 소비에트에서는 사생활이 중요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데, 과연 정치장교였던 그는 사실 호사스러움과 자유를 누리고 있지 않았을까?
냉전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싸웠던가? 소련은 인민을 위해, 미국은 자유를 위해. 인민은 뭐고 자유는 무엇인가? 과연 그 싸움에 임했던 군인들은 인민과 자유를 구별하고, 그 정의를 알고 있었을까? 냉전은 인민이나 자유라는 것을 가장하여 실제로는 자신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던 시대로 보일 뿐이다.
정치적으로 망명은 망명출타국에게는 불리, 망명국에는 승리를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태극기를 휘날리며>에서 이진태가 형제를 잃은 설움을 안고 북으로 올라가 그곳에서 장교가 되어 정치적 선전 도구로 사용된 것처럼, 라미우스 대령도 그렇게 될 수도 있었다. 다행히 영화는 그런 장면까지 보여주지 않았고, 단순히 그가 미국에서 하고 싶었던 일을 밝히며 끝났다! 라미우스 대령이 망명을 원한 것은 '조국 소련에게서 입은 피해'라고 말하는 분들도 계셨다. 물론 그 분들 말도 맞다. 자신을 키워준 나라가 자신에게 피해를 주었으면 반감이 들 수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가 망명을 결심한 것은 지극히 '낚시'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사생활을 눈치보지 않고 감시받지 않고 영위하고 싶었던 거라고 본다. 분명 이 말을 확대하면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까지 확장할 수 있겠지만, 난 지금 지극히 한 인간의 관점에서 망명에 대해 해석한 것이다.
영화 마지막에 라미우스 대령은 '(모스크바에서) 아마도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겠지. 예나 지금이나 작은 혁명은 필요했지 않나?'라고 말한다. 그는 정치 체제, 사상이 어떻든 모든 인민이 자신만의 사생활을 누려야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억압된 듯한 사회에서 조그만 불씨를 켜 모든 소련의 인민들이 자신의 사생활이 생기길 바랄 뿐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끝나고 시선을 조금 돌리자 과연 나 그리고 내 가족, 내 친구, 내 지인은 제대로된 자유를 누리고 있을까에 대해 깊게 고민하게 되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하며 누리는 것이 자유. 그 대의를 위해 사투한 라미우스 대령의 뜻을 우리는 이어가고 있는가? 나부터 더 열심히 해야겠다. 지금 충분히 주변에서 일도 열심히 하고 운동과 공부도 열심히 한다며 칭찬을 많이 받고 있지만, 내가 지금 해야할 것은 러시아어 공부다. 그걸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내가 들어간 학과와 그로 인해 따라오는 보상들을 받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영화를 보고 내가 맡은 것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다시 시작해보자고 다짐했다.
3. 영화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알쓸신잡
그랜드 뱅크(Grand Banks) : 캐나다 동북부에 위치한 뉴펀들랜드(Newfoundland) 섬 남동쪽의 해저 고원.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어장 중 하나로 대서양대구, 해덕대구, 황새치, 열빙어와 같은 어류와 각종 조개, 바닷새, 해양 포유류가 서식한다.
몬태나 주(State of Montana) : 미국 북서부에 위치하고 북쪽으로는 캐나다와 접한 주. 주의 이름은 에스파냐어로 산(mountain)을 뜻하는 montaña[몬타냐]에서 유래했다.
무르만스크(Мурманск, 1916~) : 러시아 연방의 최북서단 도시이면서 무르만스크주의 행정 중심지이자 항구도시. 바렌츠 해에 접해 있고 콜라 반도 북해안에 위치하며, 노르웨이와 핀란드에 가깝다. 소비에트 연방의 잠수함 기지로 유명했으며, 러시아 연방의 북방 함대, 원자력 잠수함의 기지가 설치되어있다.
빌니우스(Vilnius) : 구 리투아니아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1940~1991)의 수도이자 현 리투아니아 공화국(1918~1940, 1991~)의 수도
에르난 코르테스(Hernán Cortés, 1485~1547) : 카스티야 연합왕국(1230~1715)의 모험가이자, 예슈칸 틀라톨로얀(아즈텍 제국, 삼각동맹, 1428~1521) 정복자. 1519년 남아메리카에 타고 온 배를 파괴해 가라앉혀 원정대 분열을 막은 일화로 유명하다.
유틀란트 해전(1916.05.31~1916.06.01). 영국과 독일 제국의 함대가 덴마크 유틀란드 인근 북해 해역에서 벌인 해전. 제1차 세계 대전에서 가장 큰 해전이었으며, 2021년 10월 기준 역사상 유일한 전함간 함대결전이었다. 대전 후, 양쪽 모두가 승리를 선언하였으나, 영국 해군은 더 많은 사상자를 내어 언론의 비난을 받았고, 독일 해군은 이후 잠수함을 이용한 무제한 공격에 관심을 기울였다.
제인 연감(jane's fighting ships) : 선박의 이름, 치수, 군비, 실루엣, 사진과 같은 세계 각국의 전함에 대한 정보를 담은 연례 참고서. 1898년 존 프레드릭 토마스 제인(John Fredrick Thomas Jane, 1865~1916)이 해군 장교들과 일반 대중들이 해군 전술을 이해하는 것을 돕기 위해 런던에서 처음 출판했는데, 이 책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매년 발간하게 되었고, 현재는 '제인스 인포메이션 그룹(Janes Information Services)'에서 매년 관련 정보를 발간하고 있다.'제인스 연감'이라고도 한다.
전략유도탄 잠수중순양함 프로젝트 941 "아쿨라" : 소련 해군이 건조하여 소련 해군과 러시아 해군이 운용하였던 소련 역사상 최대의 잠수함. 잠수함의 이름인 Акула[아꿀라]는 러시아어로 '상어'를 뜻하며, NATO에서는 이 잠수함을 타이푼급(태풍급) 잠수함이라고도 부른다.
폴랴르니(Полярный, 1896~) : 러시아 무르만스크 주 북부이자 무르만스크의 서북쪽에 위치한 폐쇄된 도시. 러시아 해군의 핵잠수함 수리 시설이 들어서 있다. 간혹 '폴리자르니'라고 오역하기도 한다.
히스로 공항(Heathrow Airport, 1946~) : 런던 힐린던 구에 위치한 영국 런던의 국제공항. '런던 히스로(London Heathrow)'라고도 부른다. 유럽에서 가장 번잡한 공항이자, 세계에서 3번째로 번잡한 공항이다.
USNSC [United States National Security Council] :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1947~).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보좌관 및 각료들과 함께 국가 안보, 군사, 외교 정책을 심의하기 위해 이용하는 핵심 회의.
USS Dallas(SSN-700) : 미국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 공격잠수함. USS Dallas (DD-199)에 이어서 미국 해군에서 텍사스 댈러스 시의 이름을 딴 첫 잠수함이며, 두 번째로 이름을 딴 함정이다. 2018년 4월에 퇴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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