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크라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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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정리, 이슈/생물학, 의학

항생제 크라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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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안과검사를 받았고, 의사는 내게 '크라비트'라고 적힌 점안액을 주면서 일주일간 이 항생제를 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왜 하필 이 약을 준건지 궁금해졌고, 이 약에 대해 찾아본 것을 정리해봤다.

크라비트 점안액 0.5% (출처 : http://www.amc.seoul.kr/)

1. 점안액이란?

점안액(點眼液)은 눈에 떨어뜨려 넣는 액체 혹은 안약을 말한다. 여기서 점안(點眼)이란 '눈(眼)에 점(點)을 찍듯이 안약을 눈에 넣는 것'을 말한다. 크게 보면 안약의 한 종류이고, 일상적으로는 액체 안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2. 레보플록사신수화물 점안액이란?

내가 받은 크라비트 뿐만 아니라 대우제약의 라이트레보, 삼일제약의 오큐레보, 유한양행의 레보미신정, 제뉴원사이언스의 레보아인 등 많은 점안액이 '레보플록사신수화물'이라는 성분을 사용하고 있다. 어떤 성분이길래 많은 점안액과 안약에 해당 물질을 쓰고 있을까?

레보플록사신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간단히 수화물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자.
수화물(水化物, Hydrate)이란 물 분자를 포함하고 있는 화합물을 말하며, 해당 화합물에 포함된 물 분자 수에 따라 일수화물, 이수화물이라고 나눈다.

그럼 레보플록사신은 무엇인가?
레보플록사신(levofloxacin)은 플루오로퀴놀론계 항생제의 하나인 오플록사신(ofloxacin)에 '좌선성의(왼쪽으로 도는)'이라는 뜻의 접두사 lev-가 붙은 형태다. 여기서 퀴놀론계 항생제박테리아의 DNA 복제를 억제하여 해당 박테리아를 제거하는 항생제를 말하는데, 현재까지 4세대까지 나왔다.

이 중 2세대 퀴놀론계 항생제 중 하나인 오플록사신의 이성질체(분자식은 같지만 원자 배열 방식이 달라 물리적, 화학적으로 다른 성질을 가지는 화합물)인 3세대 퀴놀론계 항생제 레보플록사신은 오플록사신보다 적은 복용량으로 살균력과 흡수력이 증가한 항생제이다. 결핵, 골반염, 부비동염(副鼻洞炎), 수막염, 장염, 전립선염, 요로감염증, 폐렴 등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를 제거할 수 있으며, 그외에 위나선균(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게도 효과적이며,
병원에서는 입으로 먹는 약, 정맥 주사, 안약 등으로 처방된다.
약한 부작용으로는 구토, 설사,수면 장애 등이 일어나며, 쌘 부작용으로는 건염, 말초신경증, 정신증 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 원래 몸이 약한 사람 뿐 아니라 임산부에게도 이런 부작용들이 나타는 것으로 알려져 이런 사람에겐 처방되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레보플록사신수화물 점안액은 3세대 퀴놀린계 액체 항생제이다.

 

3. 크라비트와 산텐

내가 썼던 항생제는 일본 산텐제약(参天製薬)에서 제조하고 한국산텐제약(주)에서 수입, 판매를 하고 있다. 

그랜드 프론트 오사카 남관 타워 A. 이 건물 안에 산텐제약 본사가 있다. (출처 : 위키피디아)

 

산텐제약 노도 공장 (출처 : http://www.hakuikotaikyo.com/)

1890년, 일본의 사업가 다구치 켄키치(田口謙吉, 1858~1928)오사카부 오사카시 히가시구(현재의 주오구) 키타하마(北浜)에서 약국 다구치 산텐도(田口参天堂)를 개업하게 된다. 여기서 산켄(参天)이란 중용 22장 1절의 문구에서 따왔다.

 

惟天下至誠, 爲能盡其性. : 오직 천하의 지극한 정성이 있어야, 그 성(性)을 능히 다할 수 있다.
能盡其性, 則能盡人之性. : 그 성을 능히 다할 수 있어야, 곧 사람의 성(性)을 다할 수 있다.
能盡人之性, 則能盡物之性. 사람의 성을 다할 수 있어야, 곧 물(物, 물건)의 성을 다할 수 있다.
能盡物之性, 則可以贊天地之化育. 물건의 성의 다할 수 있어야, 곧 천지의 화육(化育)을 도울 수 있다.
可以贊天地之化育, 則可以與天地參矣. 천지의 화육을 도울 수 있어야, 곧 천지와 더불어 함께 참여할 수 있게 된다.

- 중용 22장 1절

다구치 켄키치는 중용의 해당 구절 중 마지막 문장인 '곧 천지와 더불어 함께 참여하게 된다'를 독자적으로 '자연의 신비를 해명하고 사람들의 건강의 증진에 공헌한다'고 해석하여, 기업 운영 방향을 결정한 것이다.

 

출처 : https://www.sayurijapan.net/

이후 각종 연구를 통해 1899년 다구치산텐도는 다이가쿠메구스리(大学目薬)를 출시한다. 메이지 초기에 일본을 방문한 외국 의사들은 일본인들이 눈병에 많이 걸린 상태라는 것을 알고 크게 놀랬다고 한다. 그정도로 당시 일본에는 안약에 대한 수요가 높았고, '다이가쿠 눈약'은 큰 히트를 치게 된다.

 

1925년, 다구치 켄키치는 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산켄도 주식회사(参天堂株式会社)을 설립했다.

 

1935년, (주)산켄도는 오사카시 히가시요도가와구에서 요도가와 공장(淀川工場)을 개설했고, 당시 이 공장에서 안약, 위장약, 해열제, 구충제, 설사약, 복통약, 기침약 등을 제조했다. 이 지역은 후에 현재의 본사 소재지가 되었다.

 

1944년, (주)산켄도는 제2차 세계대전 중 공습을 받게 되었다. 이후 오사카시에 위치한 본사와 고마바시 공장(高麗橋工場), 나가사키정 공장(中崎町工場), 사쿠라가와 공장(桜川工場)이 소실되었고, 본사를 요도가와 공장 부지로 이전했다.

 

1945년, (주)산켄도는 사업 내용을 명확하게 하고, '제약'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상호를 산켄도 제약 주식회사(参天堂製薬株式会社)으로 변경했고, 또 1958년에는 '당(堂)'이라는 이름을 뺀 산켄 제약 주식회사(参天製薬株式会社)로 상호를 변경했다.

 

1952년, 이 해부터 (주)산켄도제약은 안약 중심의 사업 전략으로 회사 재건을 꾀했는데, 이 때 만들어진 안약이 '다이가쿠 페니실린 안약(대학 페니실린 안약)'이다. 다이가쿠 페니실린 안약의 성공으로 여러 연구 끝에, 1953년에는 '다이가쿠 마이실린 안약', 1954년에는 '다이가쿠 슈퍼 안약'을 발매했다.

 

출처 : https://www.iroirotokyo.com/

1960년대 초, 일본에서 당시까지의 안약은 유리 용기 안에 들어 있었는데, 이는 쉽게 파손될 가능성이 높고, 가격이 꽤 비쌌다.

이를 보안하고자 1962년 (주)산켄제약은 일본 최초의 플라스틱 용기 눈약을 발매했다. 당시 그 제품의 이름은 프랑스어로 '최고의 건강(Super Sante)'을 뜻한 '스파산테(スーパーサンテ)'였다. 이 제품군은 휴대하기 쉽고, 점안하기 쉽다고 하는 획기적인 것으로, 일본 소비자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다. 이 제품은 여전히 한국에서도 간간히 일본 직구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본 적이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있는 제품군이라고 할 수 있겠다.

 

1963년, (주)산켄제약은 오사카 증권거래소 제2부에 상장했으며, 1964년, 도쿄 증권거래소 제2부에 상장했다.

 

출처 : https://sirakus.jp/

1970년, (주)산켄제약은 녹농균 등에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항생제 에코리신 점안액(エコリシン点眼液)을 발매했다. 이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항생제 점안액이었으며, 이 점안액을 시작으로 (주)산켄제약은 안구 감염 분야에서 확고한 기반을 닦는 계기가 되었다.

 

1975년, (주)산켄제약은 항염증제 점안액 후루메토론(フルメトロン, fluorometholone)을 발매했다. 여기서 후루메토론이라는 이름은 눈염증 등에 효과가 있는 플루오로메톨론(fluorometholone)이라는 물질에서 유래했다.

 

1977년, 1963년 상장 이후 기업 가치가 올라가며, (주)산켄제약은 도쿄와 오사카 증권거래소의 제1부에 상장했다. 

 

1994년, (주)산켄제약은 독일에 (주)산텐(Santen GmbH)을 설립했다.

 

2000년, (주)산켄제약은 합성 향균 점안액 쿠라빗토 점안액(クラビット点眼液, 크라비트 점안액)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강한 항균력과  눈 조직 내에서의 빠른 흡수력으로 눈 감염증 치료에서 최고의 약으로서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멀리 돌아왔다. 이제 크라비트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며 글을 마치겠다.

크라비트는 세상과 하나되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안약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제약회사 (주)산켄제약에서 2000년에 출시한 3세대 퀴놀린계 항생제 레보플록사신으로 만든 점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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